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통해 삶의 여유를 찾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혹자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설레는 시간을 여행 떠나기 전으로 꼽을 정도로 삶에서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한 취업포털에서 성인남녀 3504명을 대상으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설문한 결과 ‘여행’(70.2%)이 1위로 꼽힐 정도니 말이다. 여행의 필수 아이템인 여행 가방을 소녀감성으로 제작하는 가방 디자이너 오은영 씨를 만났다.
[하이틴 잡앤조이 1618] “가방 디자이너요? 대학 졸업장보다 추진력과 집념이 우선이죠”
-어떤 일을 하나?
캐리어, 파우치 등 여행에 필요한 가방을 만드는 일을 한다. 디자인은 물론 제작, 마케팅,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 하고 있다.

-브랜드명이 ‘오그램’인데 무슨 뜻인가?
오그램의 ‘오(0)’는 ‘공유하다’, ‘세상을 여행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그램’은 무게를 표시하는 단어라 영(0)그램이라는 뜻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하라는 의미다.

-‘가방 디자이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중2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대학 때 판화미디어(조선대)를 전공했다. 스무 살 때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캐리어 사려고 백화점에 갔더니 너무 비싸더라. 그래서 저렴한 캐리어를 구입해서 집에 있던 천을 덧대 리폼을 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캐리어가 너무 예쁘다며 자기도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캐리어를 만들기 시작했나?
대학 졸업 후 인테리어 회사에 취업을 했는데, 그때도 캐리어는 꾸준히 만들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만들다 보니 하루에 3~4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캐리어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일반 브랜드 제품에 비해 디자인이 튀어서인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도 조금씩 늘어났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부모님이나 주변 지인들한테는 얘길 안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창업 쇼핑몰 10곳 중 1곳 정도가 유지되던 시절이었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비밀로 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3년 정도 뒤에 주변에 알렸다.

-여행 가방은 어떤 방식으로 만드나?
그건 영업 비밀이다.(웃음) 처음에 만들 땐 캐리어를 구입해서 그 위에 판화 인쇄를 입히거나 천으로 덧대어 만들었다.

-가방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어떤 디자인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가방제작 공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가방이 만들어지고 어떤 재료를 써서 만들어야 하는지를 디자이너가 알고 있어야 한다. 내 디자인이 어떤 원단으로 만들어야 표현이 잘되는지 등등 원단 특성이나 과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조건은?
디자이너는 자신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오그램은 자연을 표방한다. 자신이 디자인하는 작품이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영감을 얻는 것도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여행이나 캠핑을 통해 영감을 얻곤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사업을 하다 보니 회계를 비롯해 경영, 마케팅 등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하려면, 싫은 일 아홉 가지를 해야 한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하루 일과는?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서 메일 체크하고, 해외 패션‧디자인 사이트 및 블로그에 들어가 디자인 트렌드를 파악한다. 그리고 전날 매출과 매장 정리를 한 뒤 9시30분에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 온라인 업체나 바이어 회의가 하루 평균 4~5개 정도 소화를 한 뒤 밤 10시에 매장 문을 닫는다. 그때부터 새벽까지 디자인 작업을 한다.
[하이틴 잡앤조이 1618] “가방 디자이너요? 대학 졸업장보다 추진력과 집념이 우선이죠”
-여행 가방 구입 시 팁을 준다면?
여행 가방은 일단 가벼워야 한다. 보통 여행을 떠날 때는 짐이 많기 때문에 가방 자체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캐리어의 경우 바퀴가 부드럽게 잘 굴러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요즘엔 수납공간도 나뉘어져 있어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 여행 가방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인가?
디자인 작업을 마친 뒤에 샘플을 볼 때가 가장 즐겁다. 제품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만든 제품이 잘 나오면 일의 보람을 느낀다.

-연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입이 생기는 대로 제품 제작에 투자를 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모이는 돈이 없더라.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스스로 월 220만원을 책정해 받고 있다.(웃음) 가끔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될 땐 스스로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가방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대학을 꼭 나와야 하나?
그건 아니다. 주위에 디자인을 하는 분들을 봐도 대학에서 배운 디자인보다 일의 추진력이 중요한 것 같더라. 나 역시도 중학교 때부터 미술을 했지만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에 대한 집념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에 대한, 그리고 어떤 제품을 만들지에 대한 집념이다.

-마지막으로, 꿈을 찾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살아가면서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땐 어릴 적 경험이 현재 도움이 많이 된다. 얼마 전 학창시절 꿈을 적는 드림파일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때 적은대로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꿈을 쓰고 되새기는 것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글 강홍민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