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능요원제도’도 불완전 취업 양산
취업후 병역혜택 못받아 퇴사하기도
[하이틴 잡앤조이 1618] ‘취업률 압박’에 ‘억지 취업’ 잇따라
전국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와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보다 나은 취업처에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항상 고심하고 있다. 특·마고 졸업자의 취업률이 진학률을 앞서는 등 고졸 취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4월1일 기준으로 교육부에서 조사한 특·마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44.2%로, 진학률(38.7%)을 웃돈 것이다. 이처럼 취업률이 진학률보다 높아진 것은 13년 만이다.

이런 성과는 정부가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한 데다 특·마고와 교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일궈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개선되고 있는 취업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업의 질적 성장은 ‘제자리걸음’
우선 고졸 취업의 질적 측면에선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고졸 취업이 양적인 성장세에 걸맞게 질적인 성장을 동반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쉽사리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각 학교에서 학생의 전공, 취업처의 근무 환경이나 급여 조건 등을 고려해 학생들을 내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취업의 질적 성장을 반영하는 잣대가 되는 장기 근속률과 유지율은 여전히 불안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취업률이 높은 학교의 경우에는 비교적 상황이 좋은 편이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교무부장은 “취업률이 좋은 학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탄탄한 중견기업 등으로 취업하는 비율이 높아 취업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는 자연히 낮은 퇴사율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률이 저조한 학교의 처지는 달랐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김 군은 “‘취업률을 높이면 학교 분위기가 산다’거나 ‘취업률이 오르면 선생님이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중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나가라고 지시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변하는 선생님도 있다. 한 일선 교사는 “학생들의 질 좋은 취업을 위해 애쓰지 않는 교사는 없을 것”이라며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일 뿐 취업률을 위해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완전한 취업’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 파악해야
그럼에도 학생들을 ‘억지 취업’으로 내모는 가장 큰 이유는 4월1일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취업률 때문이다. 학교의 취업률 확보를 위해 학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을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 학교와 선생님들은 ‘취업률 경쟁’에 매달리는 걸까. 취업률은 교육부에서 특성화고를 평가하는 가장 결정적인 지표이다. 전년보다 취업률이 떨어질 경우 해당 학교는 교육부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 교육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니 교사들은 ‘취업률 올리기’에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취업률이 낮은 학교의 ‘취업률 높이기’에 대한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특성화고 평가 및 재지정 제도’를 실시한 2010년부터 특성화고 취업률이 크게 상승하고, 대학 진학률은 떨어진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에게 있어 ‘취업률 올리기’는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업계 고등학교의 취업담당 A교사는 “같은 공업계 고등학교라도 공단과 인접한 학교에 비해 그렇지 않은 학교는 취업처 발굴에 상대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취업률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변수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경쟁을 시키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순수 상·공업계열이 아닌 특성화고의 고충은 더 심하다. 농업계 특성화고의 B교사는 “농업계 고등학교의 특성상 상급 학교로 진학해 심화 학습을 받은 후 자영농의 꿈을 키우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며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취업률만 강조하는 상황이 너무 아쉽다”고 지적했다.


취업 지도 어렵게 하는 ‘취업 정책’
취업률 제고를 위해 마련된 정부의 정책도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혜택의 하나인 ‘산업기능요원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병역 문제로 취업이나 장기근속이 힘든 남학생들을 위해 주어지는 혜택으로, 산업기능요원을 희망하는 고졸 취업자가 병역 지정업체에서 일정 기간 근무할 경우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를 끌어들이는 당근책이 되어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을 지도하는 학교 현장에선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산업체로 할당되는 산업기능요원의 수는 매년 바뀌는데,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거쳐 취업을 확정짓고 난 후에야 그 회사에 할당된 산업기능요원 수를 알 수 있어서다. 병역혜택 여부에 대한 불안감을 떠안고 취업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취업한 다음에 산업기능요원으로 지정되지 못해 곧바로 퇴사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고, 이는 기업 입장에선 고졸 채용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한 취업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근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불안 요소를 갖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현장실습이 채용연계형으로 진행되는 만큼 채용과 병역혜택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마련돼야 안정감 있는 진로 지도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특·마고 학생들이 보다 안정적인 취업처에서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글 박미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