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취업을 꿈꾼 적 없었던 두 소년은 우연한 곳에서 길을 찾았다. 그리고 그 길은 두 소년을 삶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어른으로 만들었다. ‘기술은 녹슬지 않는다’며 웃음 짓던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가는 현장의 맛을 아는 듯 했다.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꿈을 키워가는 두 청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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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수(21)
-신일이엔티 생산부
-2014년 상반기 입사
-시화공고 컴퓨터응용기계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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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헌(22)
-하나기술 생산부
-2012년 상반기 입사
-한양공고 자동화로봇과 졸업


Q.어떻게 취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여-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에 3년 내내 진학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수능 성적은 뜻대로 나오지 않았고 얼떨결에 지금의 회사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죠. 자포자기했던 첫 마음과는 달리 일이 적성에 맞아 취업으로 마음을 돌렸어요.
조-학업에 충실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도 없었고요. 그런데 현장실습을 시작하면서 ‘이 길이 내 길이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아버지가 현장직에 종사하고 계신 덕에 현장직에 대한 존경심도 품고 있었고요.

Q.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여-산업자동화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휴대폰 배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조-우리 회사는 전선제조용 압출금형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부품을 가공할 때 사용하는 선반을 생산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회사 자랑 좀 해주세요.
조-특근이나 야근이 거의 없는 편이에요.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 셈이죠. 다른 사업장에 비해 작업장 환경도 좋아요.
여-해외 사업장으로의 출장 기회가 많아요. 지치거나 업무가 권태로울 땐 해외 출장 일정만 손꼽아 기다려요.(웃음)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어주죠.

Q.상사 분들은 어떠세요?
여-정말 살갑게 대해 주세요. 해외 출장을 나가면 일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요. 그렇게 슬럼프가 올 때마다 마음을 붙들어 주시는 상사 분들 덕에 힘을 낼 수 있어요.
조-친아들처럼 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업무도 그렇지만,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다그치시기보다는 다독여주시죠.

Q.업무는 적성에 잘 맞나요?
조-입사 초반에는 1주일씩 돌아가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어요. 그렇게 한 달 간의 탐색과정을 거쳐 업무 분야를 정하게 된 거죠. 제가 직접 선택한 분야인 만큼 후회는 없어요.
여-어느 순간 업무가 권태로워져 회사에 말했더니 사무직에서 일할 기회를 주셨어요. 하지만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만뒀어요. 제게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더 가슴 뛰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 경험 덕에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Q.취업하기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
여-내가 번 돈을 내가 쓸 때요.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스스로 벌고 쓴다는 것이 매 번 벅차거든요. 남들보다 일찍 미래를 계획할 수 있으니 안정감도 들고요.
조-마찬가지예요. 월급으로 적금을 들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는데, 기분이 참 묘해요.경제 관념이 일찍 생긴 덕에 지출도 계획적으로 하죠.

Q.연봉은 얼마나 되나요?
조-2000만원대 초반이요.
여-2000만원대 중반이요.


“몸과 정신을 함께 움직일 수 있으니 지루함은 잠시죠. 현장직은 평생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분야예요.”


Q.중소기업 근로자로서의 혜택이 있다면서요?
여-산업기능요원 신분으로 병역혜택을 받고 있어요. 현역은 34개월, 보충역은 26개월 근무할 경우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이 되는 제도예요.
조-저도 지난해 여름부터 산업기능요원이 되었어요. 여기에 취업일로부터 3년 동안 근로소득세의 50%를 감면받는 혜택도 받고 있어요.

Q.현장직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요?
여-단순노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그 어떤 직업보다도 철저함을 기해야 하는 고난도 업무예요. 몸과 정신 모두를 집중해 작업해야만 제대로 된 제품을 완성시킬 수 있어요.
조-지겨울 것이라는 편견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하나의 분야라도 방법이나 가공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반복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어요.

Q.현장직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여-몸과 정신을 함께 움직일 수 있어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노력의 흔적을 결과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성취감도 크죠.
조-노련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상사분들을 보면 저의 10년, 20년 후가 기대돼요. ‘나도 저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현장직은 시간을 더하면 더할수록 뒤처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평생 직장’의 의미도 있고요.


“안전이 최우선인 현장, 집중력과 침착함은 ‘생명’이에요.”


Q.안전 문제가 신경 쓰이지는 않나요?
조-그 부분이 가장 무섭죠. 회사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요. 작업 중에는 다른 생각을 접어두고 일에만 전념하려고 해요.
여-상사분의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어요. 그 후부터는 작업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어요.

Q.가장 힘든 때는 언제였어요?
조-처음 불량을 냈을 때요. 제가 책임을 지고 맡은 일인데,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요. 혼날까봐 겁나기도 했고···. 몸이 지치는 것보다 정신적 압박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여-저도 마찬가지예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실수가 많았거든요. 스스로 수습하려 한 적도 있는데,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죠.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솔직하게 말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에요.

Q.그런 순간은 어떻게 이겨냈나요?
조-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작업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같은 마음이니 함께 ‘으쌰 으쌰’ 하면서 더 열심히 일했죠.
여-마음 졸이고 불안해하면 오히려 더 실수를 하게 돼요. 그래서 업무든 인간관계든 되도록이면 즐겁게, 또 진실 되게 하려고 노력해요.

Q.후진학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여-사실 얼마 전에야 후진학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지금부터 차근히 알아보고 준비해서 학습도 병행하고픈 욕심이 있어요.
조-꼭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 그 때는 다시 생각해 봐야죠.

Q.목표가 있다면요?
조-현재 하는 업무와 관련된 분야를 더욱 폭넓게 접해보고 싶어요. 그런 기회들을 통해 전문 분야를 확실히 찾고 싶거든요.
여-지금처럼 꾸준히 업무를 익혀 숙련된 기술인이 되고 싶어요. 먼 훗날에는 후배 기술자들의 멘토가 되어 도움도 주고 싶고요.

Q.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조-주변 사람들의 희망이 아닌 본인이 바라는 것을 택하세요. 진학과 취업 중 무엇을 원하는지, 또 그것이 취업이라면 어떤 분야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해요. 학교 안팎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세요.
여-회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사회잖아요. 그런 점에서 인성이 정말 중요해요. 기본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익히세요.

Q.현장직에서 일하게 될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여-작업 중에는 잡념을 버리세요. 현장은 잠깐만 방심해도 위험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더불어 실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해요.
조-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 보세요. 기술을 하나둘씩 익히며 실력을 쌓다 보면 일의 효율과 자부심 모두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글·사진 박미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