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값 인상 나선 미국 기업들
경제학에서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현실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공급자(기업)의 통보성 가격 책정을 수요자(가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면 수요가 없어 팔리지 않을 테니 기업 역시 적정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한다. 정부의 개입도 적정가격을 유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재화에서 가격(또는 공급량) 결정에 공급자가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산다. 그래서 재화들의 평균가격으로 매겨지는 물가는 수요자보다 공급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쇼크가 없다면 말이다.

미국 전미자영업자연맹(NFIB) 설문 조사 중 향후 물건 값 인상 계획에 대한 내용이 있다. 정확하게는 인상하겠다는 기업 비율에서 인하하겠다는 기업 비율을 뺀 수치다. 이 지표는 금융 위기 때 딱 한 번 0을 기록한 적을 제외하면 항상 양수였다. 금융 위기라고 우리가 사 먹는 과자 값이 내려가지 않는다. 그냥 좀 더 할인해 주는 곳에 가서 살 뿐이다. 이에 따라 이 지표를 보면 미국의 물가 방향성을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NFIB의 물건 값 인상 지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 3~4개월 선행한다. 현재 이 지표는 19% 포인트로 1995년 이후 평균과 일치한다. 같은 기간 핵심 개인 소비지출(core PCE) 가격 지수 상승률은 1.7%다. 두 지표가 항상 일치해야 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기업들의 향후 가격 인상 계획을 감안하면 미국 물가 상승률은 1% 후반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유가의 단기 급락으로 많은 지표들이 왜곡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미국 제조업 지표들은 부진해 보이지만 속내까지 그렇지는 않다. 유가 급락에 따른 가격 지표들의 왜곡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은 1분기 중 대부분이 마무리돼 2분기부터는 기업이든 가계든 40~50달러의 유가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표들은 현재보다 분명 나아지게 된다. 투자자들의 희망찬 기대(4분기 혹은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만큼 미국 중앙은행(Fed)이 더 비둘기스럽게 변화할 가능성도 함께 낮아질 전망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