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서울 출생. 1996년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2000년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 수료. 2004년 새롬벤처투자 책임 심사역. 2015년 넥스트랜스 대표(현).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들리는 요즘이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제시한 이 개념은 기술 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일컫는다. 지금 우리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단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이보다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과거의 은행·주식시장의 객장처럼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전통 산업이 붕괴하고 새로운 기술이 이를 대체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혁신과 새로운 질서’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비상장사인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기업 가치가 4000억 달러로 인정받고 숙박 공유 기업 에어비앤비는 130억 달러로 평가 받는다. 개인 대 개인(P2P)으로 온라인상에서 대출을 연계해 주는 렌딩클럽은 기업공개(IPO) 후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들보다 기업 가치가 큰 한국 기업은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이 이러한 막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전통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했든 세상은 지난 10여 년 동안 커다란 변화를 겪어 왔다.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가 온라인에 올라와 즉각 검색이 가능하게 됐고(구글), 그러한 정보들은 사람과 더불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됐으며(페이스북), 정보의 유통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트위터).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생성·취득·공유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 있는 사물들까지도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마케팅 채널이 다변화되고 더 많은 스마트폰이 생산 판매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적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증권 객장, 우체통 시스템, 공중전화 시스템 등이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e메일, 휴대전화 때문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앞으로 은행 지점, 백화점, 택배 시스템 등이 온라인 거래, 해외 직구, 실시간 모바일 배송 등 새로운 시스템의 등장으로 그러한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시스템의 강화로 은행 지점은 점차로 축소될 전망이고 국제 특송 전문 업체인 유피에스(UPS)와 디에이치엘(DHL)등이 구글·아마존·우버 딜리버리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모든 변화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만일 지금 은행·백화점·택배·교통·숙박·여행·언론 등의 시스템을 최근의 개방·연결·실시간 기술을 활용해 다시 설계한다면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러한 질문을 하고도 여전히 전통적인 시스템을 고수한다면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로 진지하고 진취적인 사고로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 적합한 시스템을 어떻게 재설계할지 고민하고 계획한다면 미래의 변화를 대비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향후 10~20년 후에는 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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