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선진 시장 내 신흥국 기업의 성장’

Based on “Indirect Learning: How Emerging-Market Firms Grow in Developed Markets” by Sourindra Banerjee, Jaideep C. Prabhu, and Rajesh K. Chandy (2015, Journal of Marketing, Vol. 79, pp. 10~28)
선진 시장 경험한 인재를 찾아라
연구 목적
선진국 기업 중 대다수는 지금까지 주로 ‘직접경험에 의한 학습’을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지식을 확보했다.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해외 진출을 할 때 시장조사부터 진출 국가의 선택, 진출 형태의 선택, 마케팅 계획의 수립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직접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시장을 개척했다. 반면 신흥국 기업의 글로벌화는 선진국 기업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최근과 같은 저성장기에는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가 상존한다. 무역과 환율, 금리 전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해외시장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처럼 직접 학습을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이런 가운데도 매출의 60%를 선진 시장에서 창출하고 있는 인도의 란박시와 같은 신흥국 기업이 존재한다. 인도의 란박시는 선진 시장에서 과연 어떻게 성공을 거뒀을까. 이 논문을 통해 그 비결을 살펴볼 수 있다.

소린드라 배너지 영국 워릭대 교수와 자이딥 C. 프라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라제시 K. 챈디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마케팅 저널 최근호에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선진 시장 내 신흥국 기업의 성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신흥국 기업이 글로벌화를 위해 과거 선진국 기업과 같은 직접 학습이 아닌, 3대 주체(최고경영진·경쟁사·네트워크)를 통한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으로 국제화에 성공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축적된 영국(선진국 기업)과 인도(신흥국 기업)의 국제화 사례를 분석, 신흥국 기업 관점에서의 국제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주제
조직 학습은 ‘직접경험에 의한 학습’과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직접경험에 의한 학습은 조직이 직접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고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은 조직이 관찰과 타인의 경험 공유 등을 통해 학습하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이 설정한 가설의 3대 주체는 최고경영진·경쟁사·네트워크다. 3대 주체 중 첫째 주체인 ‘최고경영진’을 통한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은 신흥국 기업이 선진국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경력을 쌓은 최고경영진을 보유하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가설을 설정했다.

둘째, ‘경쟁사’를 통한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은 3가지 유형(자국 시장 내 선진국 기업인 경쟁사가 존재, 선진 시장을 경험한 자국 기업인 경쟁사가 존재, 글로벌 경쟁사가 존재)으로 구분된다. 연구진은 신흥국 기업이 속한 산업 내 3가지 유형의 경쟁사가 존재하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설정했다.

셋째, ‘네트워크’를 통한 간접경험에 의한 학습은 신흥국 기업이 자사 네트워크상에 선진 시장 경험이 있는 협력사를 보유한다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설정했다.

가설 증명을 위해 연구진은 신흥 시장 중 인도 기업과 선진 시장 중 영국 기업을 표본으로 선정해 비교했다. 인도 기업을 표본으로 선정한 이유는 첫째, 인도는 세계경제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 중 하나이며 적지 않은 인도 기업이 국제화에 성공했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의 2011년 ‘BCG 글로벌 챌린저’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 시장의 상위 100개 기업 중 20개가 인도 기업이다. 둘째 이유는 인도에서 국제화에 성공한 기업이 공영기업이 아닌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민영기업이었기 때문에 연구진의 의도에 부합했다. 앞서 말한 20개의 인도 기업은 모두 상장된 민영기업이었다. 셋째로 인도의 투자 제도 때문이다. 1999년 5월부터 인도 정부는 기업의 국외 직접 투자를 허용했고 기업은 최고 1500만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어 실질적인 국제화가 1999년부터 시작됐다.

인도의 비교 대상국으로 영국을 선정한 이유는 첫째, 1600년 동인도회사의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지난 수세기 동안 영국 기업의 국제화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둘째, 영국은 인도와 달리 자금·노동 및 정보 습득 등의 측면에서 제도가 체계적으로 확립돼 있다. 셋째, 영국도 인도처럼 민영 상장사가 국제화를 주도해 왔다는 점, 경제 규모(GDP)가 비교적 비슷하다는 점이다.


연구 방법
연구를 위해 인도 봄베이 증권거래소의 ‘BSE 500’과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의 ‘FTSE 350’을 분석하며 다음 4개 조건에 해당되는 기업은 제외했다. 상장사가 해외 자회사인 곳과 공기업, 금융회사, 1992년 시장 개방 이후 설립된 곳(인도에만 해당) 등이다. 이들 4개 조건에 해당되는 기업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인도 116개 기업과 영국 160개 기업이 연구 대상으로 최종 선정됐다. 연구진은 이들 기업에 대해 10년간(1999~2008년) 13개 항목(선진 시장에서의 성장, 리더로부터의 간접 학습, 해외 경쟁사로부터의 간접 학습, 국내 경쟁사로부터의 간접 학습, 글로벌 경쟁사로부터의 간접 학습, 네트워크로부터의 간접 학습, 기업 연령, 기업 매출, R&D 비용, 국내 경쟁사, 과거 선진 시장 매출, 과거 신흥 시장 매출, 과거 선진 시장 내 인수·합병)에 대한 정보를 9개 기관으로부터 수집했다.


연구 결과
연구 결과 선진국 기업과 달리 신흥국 기업은 최고경영진·경쟁사·네트워크 등을 통한 간접 학습을 통해 선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인 인도 기업과 영국 기업의 평균값·표준편차·최솟값·최댓값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선진 시장에서 인도 기업은 영국 기업 대비 기업 연령, 규모, 연구·개발(R&D) 비용, 성장성 및 인수·합병(M&A)이 적은 것으로 도출됐다. 이는 선진국 대비 신흥국 기업이 연혁이 짧고 소규모이며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기존 연구와 부합하는 결과다.

이와 함께 선진 시장 경험이 있는 최고경영진을 통한 간접 학습 효과는 선진국보다 신흥국 기업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선진국 기업을 통한 간접 학습도 신흥국 기업의 국제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를 통한 간접 학습도 신흥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민의 선진 시장 진출을 두뇌 유출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였고 선진국 기업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펼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선진 시장에서의 경쟁은 신흥국 기업으로 하여금 글로벌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에선 그동안 자국 교육제도를 이수한 인력의 채용을 우선하고 채용의 질적인 요소보다 신입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을 고려한 양적인 요소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신흥국 기업은 질적 채용에 보다 집중해 선진국에서의 교육과 경험을 보유한 중간 관리자급을 채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진국 기업의 경영진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국 기업을 자사의 경쟁사로 인식하지 않았다. 설사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위협이 될 만한 신흥국 기업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선진국 기업이 위협 가능성이 있는 신흥국 기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신흥국 기업 최고경영진의 선진국에서의 교육과 경험. 둘째, 신흥국 기업 종사 산업 내 선진국 기업이 경쟁사로 존재할 경우. 셋째, 선진시장 경험을 보유한 신흥국 기업이 경쟁사로 존재할 경우. 넷째, 신흥국 기업 네트워크상에 글로벌 경험을 보유한 기업이 존재할 경우다.


도유석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ydoh@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