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의 ‘케이콘’ 사례 케이스 스터디에 수록…문화 사업 발자취도 조명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CJ를 주목한 배경에는 케이콘(KCON) 행사가 자리한다. 케이콘은 콘서트에 콘텐츠·컨벤션을 결합한 한류 페스티벌로 CJ E&M이 매년 미국에서 펼치는 행사다. 지난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 2014’에 엘리 오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참석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문화 산업·마케팅 전문가인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케이콘에 먼저 주목했고 CJ의 초대를 받아 평소 친분이 있는 오펙 교수와 함께 케이콘을 둘러보며 공동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시작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관련 기업 사례 연구는 많지 않다는 데서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에 발간된 사례 연구집이다. 지난 2월 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등재됐고 3월 19일 MBA 수업에서 교재로 다뤄지며 첫 공개됐다. 하버드 경영 사례 연구집에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가 다뤄진 적은 있지만 소프트 산업인 문화 콘텐츠 기업 사례가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펙 교수는 이를 위해 CJ에 자료를 요청하고 직접 한국을 방문해 임원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한국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는 처음
사례 연구집에 담긴 내용은 케이콘의 탄생과 투자 과정이다. 정확히는 2013년 봄 케이콘 행사를 앞두고 투자를 고민하는 과정을 2012년 첫 케이콘 행사 이후 일련의 상황을 재구성하듯 담고 있다. 총 26페이지에 걸쳐 케이콘 사례와 함께 CJ그룹 스토리와 이 회장의 비전·철학 등을 언급한다. 오펙 교수는 강의에서 수강생들에게 교재의 핵심 주제인 “첫 케이콘 행사가 적자로 끝난 상황에서 투자액을 2배로 늘려 ‘케이콘 2013’을 확대 개최할 것인지 의사 결정의 기로에 놓인 이 회장의 고민”을 토론 과제로 던졌다.
실제 케이콘은 초기 CJ의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많은 임원들의 반대에 부닥쳤었다. 케이콘은 케이팝 축제인 마마(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 이은 CJ의 대표적인 한류 투자로, “문화 강국을 만들기 위해 한류의 판을 깔아야 한다”는 미션에 따라 기획됐지만 수익성만 보면 시장이 불투명했다. 2012년 110만 달러를 투자해 적자를 기록했고 정착을 위해서는 몇 년간 적자를 감수한 투자를 지속해야 했다. 오펙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물었다.
MBA 수업 참석자들은 OPM(Owner·President Management) 과정에 등록한 수강생들로, 이 회장의 처지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케이콘에 장기 투자할 것인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 결과 ‘투자 지속’에 더 많은 표가 나왔다. 오펙 교수는 실제로 CJ가 2012년 대비 각각 두 배, 네 배 투자를 확대한 결과를 밝히고 수강생들에게 케이콘 투자 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과 마케팅 전략 등을 과제로 내줬다. 강의에 패널로 참석한 장용석 CJ그룹 부사장은 “수업 참가자들은 민간 기업이 한류 현상의 북미 확산을 위해 투자에 나서는 점을 흥미롭게 여겼다”며 “참석자들 상당수가 창업주여서인지 리스크를 지면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글로벌 투자를 감행 하는데 표를 던지는 이가 많았다”고 전했다.
오펙 교수는 특히 문화 콘텐츠 기업의 투자 방식이 일반 제조업 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주목했다. 케이콘 행사가 지난해 여전히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자 4만여 명 중 80% 이상이 미국인이며 이들이 30만 원 정도의 티켓 값을 지불하고 열광적으로 한류 문화에 동참한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디지털 마케팅에 집중한 점이 주효
케이콘팀이 예상보다 2배 이상 티켓을 판매할 수 있었던 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즐겨 사용하며 ‘한류(Hallyu)’라는 단어를 아는 미국 10대 열혈 팬들을 핵심 타깃으로 공략, 디지털 마케팅에 집중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내수 중심 전략으로 글로벌화에 실패한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달리 CJ E&M은 현지화된 콘텐츠 제작을 통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1995년 드림웍스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문화 사업을 펼친 발자취를 소개하는 한편 이병철 선대 회장의 ‘사업 보국’ 정신도 언급한다. “선대 회장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어떤 전략으로 사업을 펼쳐야 문화 강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이 회장의 자문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마무리하고 있다.
CJ그룹은 실제 케이콘 외에도 20년간 콘텐츠 투자에 집중해 왔다. 1995년 당시 드림웍스에 투자한 3억 달러는 제일제당 연간 매출액의 20%가 넘는 큰 금액으로, 그룹 내부에서 대다수 임원이 불투명한 문화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투자를 밀어붙였다. “제일제당이 그동안 국민들의 입을 즐겁게 해왔다면 앞으론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비즈니스로 확장시켜야 한다”며 오너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CJ는 배당금 외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판권을 확보하는 한편 영화 배급·마케팅·관리·영상 관련 기술 등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제일제당 안에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내 영화 산업에 투자를 지속하던 CJ는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오픈, 멀티플렉스 건설을 지속했고 영화에 이어 1990년대 후반 케이블 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7년 음악 전문 방송 채널인 엠넷(Mnet)을 인수하면서 미디어와 음악 제작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1999년 1월에는 세계적 음악 전문 채널인 MTV네트워크아시아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 한국 가요의 세계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이후 MKMF를 거쳐 MAMA를 통해 아시아 음악 축제로 뻗어나가면서 엠넷은 케이팝의 글로벌 열풍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관련해 사례 연구집에서는 CJ그룹이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에 뛰어든 과정과 1998년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를 설립한 이후 6년 만에 한국 영화 시장이 3배 성장하고 25%에 머무르던 한국 영화 점유율이 60%로 상승한 결과도 소개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수업의 80%를 케이스 스터디 방식으로 진행, 사례집을 교재로 쓰고 있다. 하버드 케이스 스터디로 선정되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뿐만 아니라 타 MBA 수업에도 확산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MBA 과정에서도 이 사례집을 수업 교재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오펙 교수는 케이콘 2013년, 2014년 행사 내용을 타 수업에서 교재로 쓴다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곧 후속 사례집을 추가 발간할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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