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주식 4400억 원어치 출연…‘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 설립 나서

싱크탱크 육성에 팔 걷은 조창걸 회장
한샘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재산 절반인 44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1위 가구 업체인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76) 명예회장이 사재 4400억 원을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 3월 26일 한샘의 지분 60만 주를 우선 기부했다. 이는 3월 25일 종가인 17만60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약 1056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조 회장은 향후 200만 주(약 3400억 원)를 추가로 출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한샘 주식 534만 주 중 절반인 260만 주를 재단 운영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40년간 품어 온 꿈에 재산 절반 기부
조 회장이 이처럼 거금을 출연하는 것은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만들기 위해서다. 1927년 설립된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내 영향력이 가장 큰 싱크탱크다. 1·2차 세계대전 후 황폐화한 유럽을 재건하기 위한 마셜 플랜과 유엔 창설의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 회장의 기부금은 한샘드뷰 연구재단의 연구 활동 및 운영 자금으로 사용된다. 조 회장은 2012년 한샘드뷰 설립 당시부터 한국판 브루킹스를 꿈꿔 왔다. 한샘드뷰는 ‘동양과 서양을 뛰어넘는 디자인(Design Beyond East & West)’이라는 한샘의 디자인 철학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는 사실 조 회장의 오랜 꿈이었다. 조 회장은 1969년 30세의 나이로 서울대 응용과학연구소를 창설했지만 1970년 창업한 한샘을 성공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먼저였다. 건축설계사로 일하던 조 회장은 한국 부엌의 아궁이를 바꿔 주부들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목표로 비닐하우스에 한샘의 사업장을 차렸다. 당시 국내에 아파트가 보급되기 시작하며 한샘의 주방 가구는 큰 인기를 얻었다. 1980년대에는 빌트인 방식의 주방 가구에 도전해 한 단계 도약을 이끌어 냈다. 1990년대에 조 회장은 다시 한 번 한샘의 변화를 시도한다. “생활문화를 개선하겠다”며 종합 가구 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한샘이 국내 대표적인 가구 업체로 자리 잡은 1994년 조 회장은 최양하 현 회장에게 대표이사를 맡기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사업에서 물러난 조 회장은 그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중국·일본 등을 다니며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고 2012년 한샘드뷰 재단을 설립하며 ‘오랜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자신의 재산 절반을 내놓겠다고 밝힘으로써 30세 때 품었던 오랜 숙원을 76세에 드디어 실현하게 됐다. 조 회장은 “미국·중국·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재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