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일본롯데 전 부회장…일본 이어 국내서도 임원 퇴진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에서도 임기 만료 시점에 속속 같은 방향으로 경영권이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61) 일본롯데 전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3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달 말 임기 만료되는 신 전 부회장을 등기 임원에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 말 롯데상사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지난 3월 23일 롯데건설 임원에서 배제된 데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로 임원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롯데그룹은 “전문 경영인의 책임 경영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롯데알미늄·롯데호텔·부산롯데호텔 임원으로만 등재돼 있다. 롯데알미늄은 지난 27일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신 전 부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은 다루지 않았다. 그의 롯데알미늄 임원 임기는 6월 1일 만료된다.
‘신동빈 체제’ 가속화 전망
롯데호텔과 부산롯데호텔에서도 신 전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초 두 회사엔 형제 중 신 전 부회장만 임원으로 등재돼 있었지만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임원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룹 후계 구도 경쟁이 동생인 신 회장의 압승으로 끝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롯데 이사, 롯데상사 대표이사,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곧이어 1월 9일에는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도 해임돼 후계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롯데상사는 일본 롯데의 핵심 회사다. 신 총괄회장이 창사 이후 계속 대표직을 맡고 있던 롯데상사를 장남에게 물려준 것은 사실상 후계자로 확정한 것이라는 해석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장남의 경영 능력을 불신, 해임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 회장보다 사업 실적이 뒤지면서 신 총괄회장의 불신을 샀다는 분석이다. 단적으로 한국은 현재 74개 계열사를 두고 있고 일본은 절반 수준인 37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그만큼 매출 격차도 크다. 2013년 기준 한국은 83조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일본은 5조7000억 원으로 무려 15배나 차이가 났다. 이런 배경에서 이제는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필요성이 있는 신 총괄회장이 장남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면서 후계자로 차남인 신 회장을 낙점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을 일본롯데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한국롯데 주요 계열사에서도 물러나게 해 후계 구도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현재 신 전 부회장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에서도 임기 만료 시점에 속속 같은 방향으로 경영권이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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