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면 전세 공급 늘어나지만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뛰어…

전세난은 금리가 인상되면 잡힌다?
전세난의 주범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저금리를 지목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 두던 집주인들이 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 소득이 줄어들자 소득을 벌충하려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시중에서 전세 매물이 없어진 탓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지난 몇 년간 월세 계약 비율이 높아진 현상과 맞물려 진실인 것처럼 퍼지고 있다. 이런 인식이 무비판적으로 퍼지면서 심지어 최근에는 기준 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과 정부에까지 그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과연 저금리가 전세난의 주범인지, 더 나아가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난이 잡힐 것인지 살펴보자.


집값 들썩이자 월세 전환 속도 느려져
큰 그림으로 볼 때 지난 몇 년간 전체 임대차 계약 중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아파트 시장만 놓고 보면 월세 계약 비율은 2012년 25.7%에서 2013년 31.9%, 2014년 33.8%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7월 12일 기준 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내려왔다. 이것만 보면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월세 계약 비율과 기준 금리가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과거의 일이고 최근에는 맞지 않는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월세 전환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2013년 8월 33.8%였던 것이 2014년 8월에는 33.4%로 월세 전환 비율이 떨어진 것을 필두로 10월에는 33.7%에서 31.6%로 무려 2.1% 포인트나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이런 현상이 지속돼 1월에는 작년 동기 대비 1.8% 포인트나 월세 비율이 떨어졌다. 다시 말해 2014년 8월 이후 월세 계약 비중이 커지는 추세가 아니라 오히려 전세 계약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2014년 8월 이후 금리가 인상됐을까. 아니다. 정반대다. 기존에 2.50%였던 기준 금리가 2014년 8월 2.25%로 인하됐고 월세 계약 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던 10월에는 또 한 차례 금리가 인하됐던 것이다. 금리가 인하되면서 월세 전환 비율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던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전제 조건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집주인들의 수익이 줄었기 때문에 월세로 전환하는 게 아니다. 집주인들이 이자 수입을 노렸다면 처음부터 집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집을 사서 3억 원에 전세를 주고 그 전세금으로 이자 수입을 얻기 위해 은행에 맡겨 놓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사람이 이자 수입을 얻고자 했다면 뭣하러 각종 세금을 다 내면서까지 집을 사 성가시게 전세를 주고 그 전세금 3억 원을 은행에 맡길까. 처음부터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5억 원을 은행에 모두 맡길 수 있으므로 이자 수익이 훨씬 커졌을 것인데 말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유는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이런 결정을 할 사람은 없다. 적은 자본금으로 시세 차익을 최대한 얻기 위한 투자의 방법으로 전세를 택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으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유리하고 그렇지 않다면 월세를 주는 게 유리하다. 결국 지난해 8월부터 월세 전환 비율이 전년보다 떨어졌던 이유는 주택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7·24 대책과 9·1 조치가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니까 시세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샀다는 것이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도 시차를 두고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기존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전세난이 저금리 때문이라고 하면 반대로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난이 해소될까. 만약 그렇다면 세입자는 금리 인상이 반가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금리 인상은 집주인보다 세입자에게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이 끼칠 영향에 대해 각 주체별로 살펴보자. 첫째,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소유한 다주택자는 대출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적용한다. 그런데 이 70%는 전세금과 순수 대출금을 합한 비율이다. 다시 말해 전세가 집값의 70%가 넘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전셋값 비율은 이미 70%가 넘어섰다. 그러므로 평균적인 지역에서는 전세가 들어 있으면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미 대출을 받은 집에 전세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집주인보다 오히려 세입자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출이 있는 집은 전셋값 자체를 높게 받을 수도 없다.


금리 올라도 집주인 부담은 적어
둘째, 월세를 끼고 여러 채를 소유한 다주택자도 대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은 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기 때문에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고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의 대출 상환 능력에 걸맞은 수준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무작정 대출 규모를 늘릴 수도 없다. 다만 지방은 DTI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사 놓은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과거에는 금융 안정성보다 수도권 주택 시장 규제를 위해 DTI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방에도 일정 부분 DTI 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때 기존의 대출 규모가 큰 사람이더라도 대출금리가 인상되면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대출을 끼고 내 집을 마련한 사람도 위험에 노출돼 있을 수 있다. 전세난에 밀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 집을 마련했지만 대출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인 것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 론이라든지, 최근에 발매된 안심 전환 대출과 같은 고정 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상승하는 변동 금리 모기지(ARM)가 아니라 순수 고정 금리를 선택하면 10년이고 20년이고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위험에서 해방된다. 변동 금리 조건으로 대출액이 많은 사람은 이번에 발행되는 안심 전환 대출을 활용하는 게 좋다.

넷째, 문제는 전세 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전세 대출은 원칙적으로 고정 금리가 아니다. 대출 기간이 전세 기간인 2년이기 때문에 고정 금리로 빌렸다고 하더라도 2년이 넘으면 높은 금리로 새로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기준 금리를 올리고 그 영향으로 한국의 대출금리가 오른다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은 바로 전세 대출을 받은 세입자들인 것이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금리가 기존의 두 배가 된다면 이자 부담이 두 배가 되고 세입자의 고통도 두 배가 된다. 그러므로 그중의 일부는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전세 수요의 일부가 자발적으로 월세로 전환됨에 따라 전세난은 지금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줄어드는 수요만큼 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게 돼 월셋값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결론은 금리 인상이 전세 공급을 늘리는 데에는 효과가 없지만 전세 수요를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월세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월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금리 인상은 자금이 충분한 전세입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진짜 서민 세입자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