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도입 효과 가장 큰 한국
30년 전에 그리던 2000년대의 상상화에는 어김없이 로봇 가정부와 무인 승용차, 해저 도시가 등장했다. 하지만 21세기의 15%가 지난 지금 그 꿈이 아직 완전히 구현되지는 않았다. 고속열차인 유로스타가 1994년 개통돼 도버 해협 아래로 영국~프랑스~벨기에를 잇고 있지만 해저가 주거 공간으로 변모하기에는 적어도 몇 십 년은 이른 듯 보인다. 그에 비해 무인 승용차나 로봇 가정부는 조금은 가까운 미래라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 연말부터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구글·애플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스마트카 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회사별로 추구하는 바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스마트카는 무인 자동차로 이어지게 된다. 2003년 도요타가 최초로 선보인 자동 주차 시스템은 상용화된 지 10년이 지났다. 자동 주차 시스템은 무인·자율 주행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로봇 가정부 또한 먼 미래는 아니다. 굳이 로봇 청소기로 비약하지 않더라도 로봇은 점점 사람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지난 2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판매는 지난해 23% 증가했고 2018년에는 현재보다 2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용 로봇의 제조원가가 하락하면서 향후 10년 뒤에는 로봇 사용으로 인건비가 세계적으로 평균 16% 절감될 전망이다.

우려되는 점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면서 생겨날 파장이다. 로봇에 따른 인건비 절감률 1위 국가는 한국이다. 인건비 절감률이 33%로 세계 평균 16%의 두 배가 조금 넘는다. 한국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큰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면 기업은 인건비 절감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가계는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교육이 가진 여러 기능 중 양질의 노동력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지금은 많은 돈을 들여 자식에게 획일화된 대중 교육을 받게 하기보다 로봇에 투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로봇의 수혜를 보는 제조업 주식에라도 말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