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할인형 슈퍼 체인 인기…“체면보다 절약이 우선”

하지만 최근 중산층들이 오랜 소비 습관을 버리고 저가 상품이 가득한 할인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불황의 여파로 체면보다 절약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알디는 싼 가격과 높은 품질 덕에 유럽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크로와상 4조각이 0.5파운드(800원)이고 와인도 대개 2파운드(3200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최근 한 조사(더 그로서 매거진)에 따르면 알디는 영국의 ‘빅 5 슈퍼마켓’으로 통하는 아스다·모리슨·세인즈버리·테스코·웨이트로즈보다 최대 30% 정도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걀·빵·양상추·우유 등 일반적인 상품 33개를 장바구니에 담았을 때의 가격이 세인즈베리는 60.15파운드(10만 원)였지만 알디는 42.15파운드(7만 원)에 불과했다. 빅 5 슈퍼마켓 대신 알디를 이용하면 1년간 약 1000파운드(164만 원)를 아낄 수 있다.
이처럼 알디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중산층 고객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알디와 또 다른 할인 체인점인 리들의 고객 3명 중 1명이 중산층 또는 상위 중산층이라는 한 시장조사 기관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층이 두터워지니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라이벌 업체들의 할인 경쟁에도 불구하고 알디는 지난해 영국 내 시장점유율 5%를 확보했고 2011년 이후부터는 매년 38%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알디는 최근 시장조사 기관 OC&C가 선정한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통 업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품질·저가격은 기본, 프리미엄 상품도 늘어
실속형 할인 마트의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른 중산층들은 기존 고객들보다 훨씬 까다롭게 쇼핑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항상 찾는 고급 슈퍼마켓에서 기본 쇼핑을 마친 후 벤츠나 BMW 등 고급 승용차를 타고 알디에 와 맛 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와인이나 위스키·홍차 등을 주로 구입한다. 최근에는 새우나 등심 스테이크, 훈제 연어 등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알디 상품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호 식품에서 식료품으로 쇼핑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중산층 고객들은 경제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면 매장 통로에 박스째 제품을 놓는 알디 특유의 어수선한 상품 진열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쇼핑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이다.
이처럼 대폭 증가한 중산층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알디는 프리미엄 상품의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4월부터는 고급 부티크 와인을 선보인다. 와이트로즈나 막스앤드스펜서에서 반응이 좋았던 아르헨티나산 말벡과 카베르네 혼합 와인을 비롯해 최고 품질의 와인을 판매한다. 병당 가격은 10파운드(1만6000원)로 기존에 알디에서 팔던 와인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이와 함께 당근·콜리플라워·브로콜리·양파 등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대폭 늘리면서 이를 다른 슈퍼마켓보다 25% 정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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