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저항선 임박…실적 수반 업종에 주목

2015년 1분기 주식시장이 순항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 증시와 대조적으로 연초 부진이 계속되는 듯싶었지만 3월 이후 한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와 수익률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코스닥 지수가 약 7년여 만에 650을 돌파하며 남부럽지 않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1.75%로 낮춰 예금 금리 2% 시대의 개막을 알린 상황에서 연초 대비 코스닥 수익률이 20%가 넘는다는 것은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충분해 보인다. 코스피는 수익률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확대되고 지난해까지 업황이 부진했던 정유·화학·건설 등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투자자의 기대 심리가 선제적으로 주가에 반영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의 유동성 환경은 양호했다. 미국·일본·유로존으로 선순환되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은 저금리 시대를 열었고 무위험 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기 위한 위험 자산 발굴이 반복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일본 증시가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고 미국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반복하는 강세장의 모습을 보였다.

한국 주식시장은 이와 반대로 답답한 흐름을 이어 갔다. 투자자의 기대가 높아질 만하면 불확실한 대외 변수에 반응하고 내부적으로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산업의 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개별 기업과 산업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악재로 부각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유동성 랠리 이후 준비하라
그런데 최근 들어 외국인 매수가 강해지고 대외 충격에도 강한 내성을 보이고 있다. 어떤 차이에서 이 같은 변화가 생겨난 것일까.


악화된 거시 지표·실적 예고
첫째, 글로벌 투자자산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선진국 주식과 채권의 투자 매력이 한국을 앞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년째 고공 행진을 이어 가다 보니 수년 전과 같은 기대 수익을 향후 1~2년 사이 노려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이 가져올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새로운 투자처 발굴을 위한 시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한국 정책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다. 수년간 주식시장 수익률이 높은 나라는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이며 각종 규제 완화, 투자 촉진 등 정책 당국(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했다. 한국도 기준 금리 인하 결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 의지로 투자자의 기대 심리가 강해졌다. 달라진 것은 없지만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싸 보이고 외국인도 매수하고 있으며 이익 모멘텀의 저점 통과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는 주식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3월 주식시장은 유동성 효과를 만끽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의해 볼 것은 그동안 경험하기 힘들었던 유동성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술이 센 친구가 갑자기 술자리 초반부터 취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마찬가지로 유동성의 힘에 쉽게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해당국 증시의 펀더멘털이 약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은 수급 환경이 개선돼 상승 흐름을 즐길 수 있지만 앞으로 나올 거시 지표 및 기업 실적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야 할 만큼 악화된 것을 확인해 줄 확률이 높다.

이는 시차를 두고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주식시장은 유동성 효과를 만끽한 이후 밸류에이션 저항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동성의 힘에 취해 있을 때는 그 위험성을 인지하기 어렵다. 유동성 단기 랠리의 끝에서 충격을 제거하려면 가급적 실적을 수반하는 업종 및 종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람이 부는데 노를 젓겠다고 하는 사람은 미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멈추거나 반대로 불기 시작하면 모든 이가 노를 든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