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혁신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사람이다. ‘혁신(innovation)’을 외치기 전에 먼저 ‘배려(solicitude)’를 생각할 때 인류를 위한 기술이 나온다.
인간을 위한 기술 진화
김명준 맵퍼스 대표

1968년생. 1991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졸업. 1998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 1998년 삼성전자. 2000년 파인디지털. 2006년 맵퍼스 대표(현).


지금은 자동차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내비게이션이 우리 삶에 나타난 것은 불과 십수 년 전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비게이션이 등장한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드라이빙 기술도 제2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단순히 목적지 운반을 목적으로 하던 기술에서 점차 안전과 편의를 고려하는 다양한 신기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왔다. 블랙박스, 에어백, 핸즈프리, 무선 시동키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06년 설립된 맵퍼스도 그러한 시대의 요구에 맞춰 내비게이션용 전자 지도 소프트웨어를 보다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해 파인디지털이라는 내비게이션 전문 기업에서 분리돼 나왔다. 맵퍼스가 그 당시 할 수 있었던 일은 내비게이션에 들어가는 전자 지도를 보다 정확하고 보다 빠르게 만들어 업데이트하는 일이었다.

2000년대 내비게이션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기술의 진화도 빨랐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초기 매립형에서 거치형으로, 다시 다양한 기능이 차량과 호환돼 사용할 수 있는 매립형으로 진화했다. 소프트웨어 시장 역시 맵퍼스가 2007년 3D 내비게이션 브랜드 ‘아틀란’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3D 시대를 열었다.

최근에 필자가 주목하는 드라이빙의 신기술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로 ‘스마트 카’다. 내비게이션 업계에서도 실제 주행 환경과 연동하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주변 상황이나 차량 상태를 인식, 필요 시 경보나 차량 제어를 통해 운전자를 보조하는 지능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최신 기술을 반영한 한층 더 스마트해진 내비게이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온라인 서버와 연동해 경로 검색은 물론 지도 업데이트까지 가능한 말 그대로 사물인터넷에 가까운 내비게이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드라이빙의 기술 진화를 보고 있자면 SF 영화인 ‘토탈리콜’이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 택시를 타며 행선지를 알려주는데 그 행선지를 듣고 운전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조니 캡이라는 로봇이다. 당시 필자를 비롯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장면이 영화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의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하며 넘겼지만 그 상상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최첨단 드라이빙 기술들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본질은 무엇일까. ‘스마트 카’의 수식어를 보면 바로 그 답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카를 ‘기계 중심의 자동차 기술에 전기·전자·정보통신 기술을 융·복합해 고도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자동차’라고 표현한다. 내비게이션이 지도책보다 각광받으며 생활필수품이 된 본질적 이유가 정확한 길 안내와 안전 운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이후의 기술력도 결국은 ‘사람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 결국 커넥티드 카 시대의 내비게이션이 이뤄야 할 궁극적인 본질도 안전한 안내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운전자를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인류를 위한 수많은 기술은 ‘사람을 위한 배려’에서 비롯됐다.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라는 배려에서 나왔듯이 앞으로의 진화도 그 중심에 ‘사람’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