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스탠튼 체이스 코리아 지사장
“한국 경제를 말할 때 흔히 ‘샌드위치론’을 많이 언급합니다. 그런데 이미 중국이 많은 부문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세계 각국에서 유능한 용병을 데리고 들어와야 합니다.”강태영(55) 스탠튼 체이스 코리아 지사장은 배구 경기를 예로 들며 해외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주말 배구 경기를 보는데, 결국 용병 두 명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더군요. 용병 한 명이 경기를 잘 끌고 나가니 결국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이겼습니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중견기업이 실력 있는 인재 한 명을 영입해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대기업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또한 미래 먹을거리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역시 핵심 인재가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인공지능, 로봇 등 신기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핵심 엔지니어와 연구·개발(R&D) 인력을 영입해야 한다고 강 지사장은 강조한다.
“구글·애플·테슬라 등에서 핵심 엔지니어들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죠. 산업에 정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톱 3% 이내 인재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국내 인재도 해외로 많이 나가야
강 지사장의 바람과 달리 국내 채용 시장은 상당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인재뿐만 아니라 국내 인재 또한 갈 곳이 부족하다. 특히 임원급 이상 고급 인력 시장은 중요성에 비해 너무 ‘좁은 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강 지사장은 “해외 인재를 모셔오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내 고급 인력을 해외로 보내는 일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이나 인도에 한국 인재에 대한 수요가 있습니다. 특히 건축·철강·조선 등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언어 능력이 되는 인재들이라면 10만 달러 내외, 많게는 20만 달러까지도 대우를 받는 편입니다.”
강 지사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재 채용에 누구보다 자신감을 내보인다. 스탠튼 체이스는 미국 볼티모어에 본사를 둔 글로벌 10위권 헤드헌팅 업체로, 전 세계 73개 지사를 통한 인재 풀을 가동하고 있다. 지사들은 인트라넷으로 연결돼 24시간 실시간 정보를 교환한다. 임원을 비롯해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핵심 인력을 주로 연결해 주고 있다.
“특히 헬스 케어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 다국적 제약 회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습니다.”
마침 인터뷰 중 한 글로벌 제약 회사의 채용 면접이 진행되고 있었다. 글로벌 톱 제약 회사가 한국에 진출하며 스탠튼 체이스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강 지사장은 “직무 명세서에 따라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는 인재들을 전 세계에서 찾아 몇 명을 선정해 직접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 적합한 인재를 찾아주는 것 또한 스탠튼 체이스의 강점이다.
“헬스 케어·자동차·화학 등 분야별로 전문가 그룹이 따로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는 국내 대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글로벌 부품 회사들이 한국에 지사를 낸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한국 시장에 잘 정착하고 인재도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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