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창조 경제 현장을 가다④ -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

LG그룹 1조6000억 원 투자, 특허·지식재산 허브도 구축
K뷰티 메카…‘스타 중소기업’ 키운다
‘중소기업의 재창조.’ 충청북도와 LG그룹이 손잡고 지난 2월 문을 연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목표는 분명하다.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랄 수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키우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여타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벤처나 스타트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를 위해 LG는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향후 ‘특허 허브’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K뷰티 메카…‘스타 중소기업’ 키운다
#1. 충북 음성군에 자리한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은 2003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바이오 신소재 기업이다. 효소 및 생물 전환 기술을 이용해 건강식품 소재나 바이오 관련 정밀 화학제품을 제조·판매한다. 전체 임직원은 7명에 불과하지만 2013년 1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작지만 강한 이 회사는 최근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LG생활건강으로부터 주름 개선 효과가 탁월한 기능성 특수 소재와 관련한 7건의 특허를 무상으로 양도받은 것이다.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이 보유한 바이오 기술을 바탕으로 이들 성분들을 화장품 신규 원료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2.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자리한 씨원라이프테크는 생명공학 및 실험 관련 기자재를 연구·개발(R&D)하는 업체다. 이 회사에서 최근 개발한 신제품은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골무형 거리 측정기’다. 손가락에 두 개의 골무를 끼워 골무 간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골무에 부착된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거리가 표시된다. 씨원라이프테크가 이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다름 아닌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LG 임직원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개방한 ‘아이디어 마켓’에서 아이템을 찾았고 여기에 씨원라이프테크의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동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보여주기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라.”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충북센터)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유독 강조한 내용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이를 위해 충북센터의 사업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길 만큼 큰 기대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만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3월 24일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 내에 자리한 충북센터를 직접 찾았다. 국내 여섯째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이날 세미나실엔 충북 지역 40여 개 중소업체 대표들과 실무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름 아닌 중소기업·벤처 대상 ‘특허·지식재산(IP) 지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만9000여 건 특허 개방
설명회에는 이정한 LG전자 특허센터 부사장도 참석해 중소업체 대표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현재 LG그룹 특허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1970년대부터 LG그룹 내에서 특허 업무를 다뤄 온 인물이다. 이 부사장은 “LG반도체 시절, 매출액이 600억 달러였던 때 해외에서 1500억 달러를 주고 특허를 사왔다”며 “당시에는 반발이 컸지만 몇 년 뒤 이 특허가 100배 정도의 이익을 남겼다”고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특허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하는 데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며 “중소업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부사장은 “중소업체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특허 출원이나 특허 분쟁 시 문제 해결을 위한 컨설팅을 비롯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충북센터는 설명회를 시작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본격적인 지원 활동의 첫발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우선 ‘특허·지식재산(IP) 허브’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2만9000여 건의 특허를 개방했다. 이 중 LG그룹이 보유한 특허는 2만7000여 건이며 그 외에 1600여 건의 특허는 16개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 힘을 보탰다. 3058건은 무상으로, 2만5903건은 최소의 비용으로 유상 양도·실시가 가능하다. 특허의 분야는 충북 지역의 특화 산업인 뷰티·바이오·에너지는 물론 전자·화학·통신 분야까지 광범위하다. 4월 1일부터 센터 내에 특허 전문가가 상주하며 중소·벤처기업들의 특허 관련 상담을 도맡아 하고 있다. 상담을 위한 공간으로 센터 내부에는 ‘IP서포트존’을 따로 마련해 놓기도 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특허 지원은 중소기업들이 그들에게 필요한 특허를 찾는 데서부터 이뤄진다. 현재 충북센터는 이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준비 중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중소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검색한 뒤 충북센터에 양도를 요구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충북센터에서 특정한 기술이 필요한 중소업체에 직접 양도를 제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K뷰티 메카…‘스타 중소기업’ 키운다
안종엽 충북센터 부문장은 “현재까지 대부분은 전자보다 후자가 많다”며 “아무리 많은 특허를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각 업체에게 딱 맞는 특허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종 양도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충북센터는 중소업체를 직접 탐방하고 경영 상황과 기술 경쟁력 등을 검토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최종 양도가 결정됐다고 특허 지원 업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중소업체에 양도된 특허를 권리화하는 것은 물론 이 특허가 로열티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데도 컨설팅 지원을 제공한다.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특허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과 특허 관련 협상·소송·계약에 대한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야말로 밀착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뷰티·바이오·에너지 분야 육성
특허 지원 등을 통해 충북센터가 궁극적 목표로 삼는 것은 분명하다. ‘스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특히 충북의 핵심 산업인 뷰티·바이오·에너지 분야에 거는 기대가 크다.

LG그룹 관계자는 “충북에 있는 LG 계열사들의 기술 및 사업 노하우를 충북 지역의 중소업체와 적극적으로 제휴하며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LG그룹과 충북 지역 중소업체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충북을 K뷰티와 K바이오, 제로 에너지의 메카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충청북도 지역에는 LG생활건강·LG생명과학·LG화학·LG하우시스 등의 계열사들이 들어서 있다.
K뷰티 메카…‘스타 중소기업’ 키운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화장품의 원재료로 이용되는 약용·천연 식물 등이 집중 재배되고 있다. 2012년 통계청 기준으로 LG생활건강을 비롯한 100여 개 이상의 화장품 업체가 밀집해 전국 화장품 생산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생명과학단지 등의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바이오산업이 연평균 76.5%(2008~2012년)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도 태양광·이차전지·수처리 등 1400여 개의 친환경 기술 및 설비 기업들이 모여 있다. 특히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량의 60%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경섭 충북센터 사업기획팀 팀장은 “충북에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나 태양광 에너지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 업체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의 기술력을 무기로 한 단계 더 도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충북센터가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먼저 ‘K뷰티’를 위한 화장품 업체를 지원하는 데는 한방 화장품 원료 개발과 상품 기획에 중점을 두고 있다. 충북센터는 현재 화장품 원료화에 적용 가능한 약용작물의 효능·분포·생산량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이다. 충북센터 내에 마련된 ‘화장품 평가 랩’ 또한 중소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장품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실험 기기를 갖추고 있어 중소업체들이 원료를 개발한 후 언제든지 이곳에서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K바이오’를 위한 지원 방안의 핵심은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의 활성화다. 우선 LG와 중소기업청은 각각 50억 원을 출연해 K-바이오의 성과 창출을 위한 100억 원 규모의 ‘바이오 전용 펀드’를 운영한다. 이 팀장은 “바이오산업은 특성상 제품 개발에서부터 임상시험·허가·생산까지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이 기간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LG는 충북 바이오 연구 기관과 기업 등에서 활동 중인 LG 전·현직 바이오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바이오 멘토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들에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을 도맡게 된다.

에너지 절약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주거 공간을 조성하는 ‘제로 에너지’ 또한 충북센터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2020년까지 충북 진천군에 구축되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 실증 단지’가 우선 목표다. 이곳에는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와 고효율 단열재 등을 활용해 전기 사용량을 최소화한 아파트와 주택 1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LG는 이곳에 태양광 모듈, 에너지 저장 장치(ESS),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고효율 단열재, 에너지 관리 운영 시스템 등을 제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충북 지역 중소업체들과의 기술 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4월 중 지원 중소기업 선발
충북센터는 4월부터 50여 개 중소업체를 선발해 본격적인 지원 사업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센터 내 6개의 프로젝트 룸도 새롭게 마련했다. 프로젝트 룸 옆에는 ‘닥터 경영실’ 등이 마련돼 있어 기업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전문가로부터 경영 관련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충북센터 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공간은 ‘아이디어 마켓’이다. 이곳에 마련된 모니터에는 ‘스마트폰 차량 배터리 방전 알림’, ‘자동차 2차 사고 예방 LED’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전시돼 있다. 안 부문장은 “충북센터를 찾은 중소업체들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찾아보고 관심 있는 아이디어를 직접 사업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아이디어들의 출처는 다름 아닌 LG그룹 사내 포털인 ‘LG라이프(LG-LIFE)’다. 이 포털은 LG의 임직원들이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이곳에 제안된 아이디어들 중에서 잠재력이 높은 아이템을 검토해 중소기업들이나 창업 희망자들에게 개방하고 있다”며 “시제품 개발에서 테스트, 제품 사업화까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충북센터에서 만난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좋은 시설을 갖췄으니 이제 우리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해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잘 들어주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윤준원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단기 성과보다 ‘지속적인 성장’ 지원에 초점”
K뷰티 메카…‘스타 중소기업’ 키운다
윤준원 충북센터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취임 두 달째다. 지금까지는 충북센터가 중소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행동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충북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들에 비해 개발과 운영, 판매망 등의 밸류 체인이 잘 갖춰져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노하우나 판매 유통망 등이 부족한 곳이 많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중소기업에게 전해 주고 대기업 역시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충청북도나 특허청 등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스타트업 지원보다 중소기업 육성에 중점을 둔 이유는.
“충청북도 내에 자리한 기업들 중 대부분이 대기업 하청 업체다. 이와 같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결과 실력 있는 중소업체를 발굴하고 성장을 돕는 것이 충북의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도약을 돕는다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현재는 충북센터가 어떤 지원책을 갖고 있는지 중소업체들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단계다. 중소기업들이 찾아오길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기업을 찾아가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외로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놀랄 때가 많다. 현재는 충북 지역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특허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구미에서부터 직접 찾아와 특허 상담을 요청한 곳도 있었다. 그만큼 그간 중소기업에 대한 특허나 경영 지원이 절실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성과는.
“이제 막 실행에 돌입한 단계이기 때문에 성과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몇몇 기업들은 현재 LG그룹의 특허를 무상 지원하고 신제품 개발 등의 과정을 진행 중이다. 올해 7~8월쯤이면 이들 기업의 일차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LG는 현재 충북센터를 통해 단기적인 성과보다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데 더 역점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 외의 스타트업 지원 방안은.
“충북 지역 도내 13개 대학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들 대학 내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통해 우수 벤처기업을 추천 받고 30여 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콘테스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6개월여 정도 이들에게 창업 관련 강의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중간중간 경쟁을 통해 창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