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결합돼 24시간 무인 작업…한국도 핵심 기술 확보

농촌의 새 희망 ‘인공지능 로봇’
농업이 빅 데이터, 로봇 기술과 만나고 있다. 인공지능은 필수 요소로 결합된다.

농업 분야는 정보기술(IT)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산업 분야다. 농약 살포 드론, 무인 트랙터, 자율 수확기 등은 이미 전 세계 농업 현장을 누비고 있는 대표적인 농업 로봇들이다. 기존의 농기계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새로운 방식의 무인 농기계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최근까지 농업과 로봇 기술의 접목은 각 생산 단계별로 특화된 기술로 개발돼 왔다. 예를 들어 제초용 로봇, 시비용 로봇, 방제용 로봇, 수확용 로봇 등 역할 중심의 전용 로봇 개발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 같은 농업 로봇의 진화 방식은 한국과 같은 영세한 농업 구조를 지닌 국가에 적합하지 않았다. 여러 자율 농업 로봇을 구매하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농업 로봇의 혁신은 파편화된 작업별 로봇이 단일 로봇으로 통합되는 흐름을 띨 것으로 보인다. 트리스탄 페레즈 호주 퀸즐랜드기술대 교수는 지난 3월 10일 호주에서 개최된 정밀 농업 시스템 워크숍에서 “개별로 파편화된 농업용 기술의 통합은 농업 분야에서 생산적 혁신의 새로운 물결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래의 농장에는 가볍고 작으면서도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기계들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들 기계들은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데이터를 수집해 제초·시비·방제 제어 등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모든 작업 단일 로봇으로 통합
페레즈 교수는 농업용 통합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애그봇 2세대(AgBot II)도 이러한 비전과 전망 아래 개발된 농업용 로봇이다. 애그봇 2세대는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센서 네트워크나 드론과 결합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제초나 방제·시비 작업을 24시간 내내 수행한다.

이 로봇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술은 잡초의 패턴을 분석해 분류하는 한편 물리적으로 솎아낼 것인지, 제초제를 살포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한다. 또한 특정 작물에 적합한 비료를 직접 뿌릴 수도 있다. 작업 단계별 자율 농기계 로봇을 구매하는 것보다 낮은 비용에 농업 자동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자율형 농업 로봇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2000년 초부터 인공지능형 자율 주행 트랙터 개발 등 농기계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해 왔다. 현재 농기계 무인 항법에 필요한 대부분의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 로봇 기술을 농기계에 적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 노동력 감소와 농촌 고령화로 곡물 자급률은 23%대까지 떨어졌다. 농업 분야의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돌파구는 필요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얽히고설켜 실타래를 풀기가 난망하다. 기업농 중심의 농업 구조 재편은 여러 위험 요소를 품고 있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농업 로봇은 한국의 농촌이 검토할 만한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 열악한 농촌의 현실과 로봇 기술이 결합돼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도 뒤따라야 한다. 경기도 양평에 구축된 ‘IoT 딸기 재배 시스템’은 인공지능과 농업이 어떤 모습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농업은 얼마든지 유망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매거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