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아닌 품질로 승부…올해 고급 PB 제품 매출만 8000억 엔
올해 일본 내수는 힘들었다. 아베 정권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의 소비 증세 여파가 컸다. 1분기 증세 회피 차원의 집중적인 소비 증가 이후 내리 마이너스 성장이 확인된다. 가계 임금(가처분소득)이 고만고만한 가운데 수입 물가 인상 압박이 소비 심리를 꺾어버려서다. “힘들지 않은 내수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와중에 예외 사례가 화제다. 주인공은 체감 경기 확인 때 자주 거론되는 편의점 업계에서 나왔다.세븐일레븐은 2014년 상반기(1~2분기) 영업이익과 최종 이익이 과거 최대치를 기록했다. 편의점의 성장 약진 덕분에 그룹(세븐아이홀딩스) 전체 성적표도 최고 수준이다. 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나 뛰었다. 호성적은 경쟁사의 불황 고전 속에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지다. 지난 8월 편의점 업계 매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2.4% 줄었다.
세븐일레븐은 유통 명문이다. 1974년 1호 편의점을 낸 데 이어 1979년 업계 1위에 올라선 실력파 강자다. 2007년엔 맥도날드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점포 수를 보유한 유통 체인이 됐다. 상식처럼 굳어진 판매 시점 관리(POS) 정보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곳도 세븐일레븐이다. 프라이빗 브랜드(PB) 확충에 이어 올해 히트 상품으로 선정된 편의점 커피 등 타사와 뚜렷이 구분되는 독자적인 전략을 채택해 왔다. 성장 비결은 고객 심리의 정확한 해석과 대응에 있다. 회사는 단순한 저가 경쟁 대신 팔림직한 제품 선정에 승부수를 띄웠다. 저성장·증세 부담 등 시장 상황의 정밀 해독을 전제로 소비 심리의 변화 지점에 개혁 제품을 배치했다. 실행 수단은 PB 전략이다. 흔히 갖는 ‘PB=저가’의 등식은 오해다. 세븐일레븐은 ‘PB=차별’로 규정한다. 가격이 아닌 품질 위주다. 2014년 PB 제품의 매출액을 전년보다 20% 올린 8000억 엔으로 잡았다.
생존은 덩치가 아닌 질의 문제
논란거리인 출점 경쟁은 어떨까. 회사 경영진은 점포 확대, 이익 확보에 동의한다. 점포 밀도가 높을수록 고객 편리도 강화된다. 다만 기존 점포의 매출 하락이 확인되면 출점을 그만두는 게 기본 방침이다. 회사·점주의 공동 운명체인 체인 모델의 숙명 준수 차원이다. 업계 재편 재료인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이 낮다. 어차피 생존 여부에 덩치는 결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와 경쟁사가 아닌 오직 고객 심리에 방점을 찍겠다는 쪽이다.
인구 감소는 되레 사업 기회다. ‘고령인구→식사 감소→기호 변화→제품 변화’라면 고령화도 사업 기회이고 ‘현역 인구→운전 기피→면허 감소→소량 쇼핑’은 대형 마트보다 편의점에 호재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10년 전부터 고령자를 위한 택배 서비스를 내놓았다. 제품 혁신을 위해 벤더 업체와의 긴장감은 항상적이다. 입맛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면 언제든지 결별이다. 거래처에의 자본 투입도 없다. 지향점은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인 결합 쇼핑 체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는 쇼핑 환경 조성이다. 인터넷 업체와 손잡은 배송·반송 업무 대행이 그렇다. 은행업 도전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실행력이다. 경쟁 점포를 쳐다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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