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 융합한 스마트 공장, 하루 5000만 건 정보 처리

[인더스트리 포커스] 위기의 제조업, IT로 뚫어라
한국은행은 최근 2014년 3분기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이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딜로이트는 한국의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이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하락했고 5년 후에는 한 단계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표의 산정 기준과 수용성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감은 떨칠 수 없다.

한국은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석유화학 등 몇 개의 중화학공업을 선정,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대기업 위주의 산업 정책으로 해외시장 의존형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그 결과 산업 간 불균형,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생겼고 기업 규모에 따른 생산성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여기에 지속되는 유럽 경제 침체와 최근의 엔화 약세,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이 한국 제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전반적인 활력마저 저하된 상태다.

한국 제조업의 취업 유발 효과가 서비스업의 절반 수준이므로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오바마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 등 주요 선진국들이 제조업 부흥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고 생산 기지를 본국으로 재이전하는 리쇼링(reshoring)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면 제조업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지멘스, 스마트 공장으로 세계 최고 수율·생산성 과시
한국 제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 대기업 주도형 성장 과정에서 과실을 나눠 받지 못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력 부족과 기술 인력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어 생산성이 대기업의 30%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생산성 향상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가장 수용성 높은 견해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생산성 신장이다.

한국은 IT가 매우 발전한 나라로 인식되지만 사실 활용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이에 따라 IT 분야의 개별 기술 개발보다 IT 산업과 제조·의료산업 등의 융합이 보다 활발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 정부도 2014년 ‘제조 혁신 3.0 전략’을 수립해 제조업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융합형 신제조업의 창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공장의 보급과 확산이다.

스마트 공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공장이다. 지멘스는 차체에 부가된 집적회로(IC) 태그가 생산 라인의 로봇에 작업 지시 정보를 전달하면 그에 따라 특화된 생산이 이뤄지는 차세대 자동차 생산 라인을 선보인 바 있다. 하나의 라인을 따라 흘러가면서도 자동차마다 다른 작업이 이뤄지는 이 시스템은 소품종 소량생산을 마치 양산 시스템처럼 운용할 수 있게 한다. 독일의 암베르크(Amberg) 공장 직원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35시간이지만 수만 개의 센서가 하루 5000만 건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판단해 작업 지시를 내리는 자동화와 IT의 지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과 생산성을 자랑한다. 바로 독일의 제조업 부흥 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이 지향하는 공장의 모습이다.

스마트 공장의 개념은 제품 이력 관리, 공급망 관리, 자원 관리, 에너지 효율화 등에도 적용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위치 정보, 보안, 클라우드, 빅 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전자태그(RFID), 3D 프린팅, 인공지능 등이 스마트 공장에 활용되는 ICT다.

스마트 공장의 구현 수준이나 방식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기업들은 비우호적인 경쟁 환경에서 스마트 공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그 실행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대기업의 적절한 도움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김준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제조업본부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