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점유율 15% 돌파…늘어나는 애프터서비스 불만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수입차 국내 시장점유율이 고공 행진 중이다. 문제는 판매 대수에 따라가지 못하는 에프터서비스(AS) 시장이다. 서비스센터가 적고 가격이 비싸다는 게 공통 지적이다. 비싸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수입차 정비는 과거에 비해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폐쇄적인 수입차 정비 시장은 바뀔 수 있을까. 수입차 100만 대 시대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 1% 점유율로 시작해 2010년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수입 개방 후 50만 대 등록까지 23년 걸린 반면 50만 대가 추가되는 데는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재는 연평균 20% 이상 급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이 12%를 넘어섰고 올해 6월 15%를 돌파했다. 올 한 해 수입차 판매는 20만 대 이상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시장 개방 27년 만의 성과다.소비자 연령대 또한 다양해졌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외산차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45.8세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국산차의 평균연령이 증가하는 것과 달리 젊은층의 접근성 향상으로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지역 또한 서울 강남권에서 비강남권으로, 서울 경기 지역에서 지방으로 분산되고 있다.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비 시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커진 만큼 덩달아 서비스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 수입차 전성시대를 맞아 판매 시장 못지않게 정비 시장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센터 정비 이익 판매보다 높아
그간 서비스 부문에 있어서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돼 왔다. 비싸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수입차 보유자 이진환 씨는 “무상 보증 기간에는 쿠폰이 있어 수리비가 들지 않았고 오일 교환 이외에는 새 차라 수리할 일이 많지 않아 오히려 쿠폰이 남았지만 기간이 지나고부터 오일만 교환하려고 해도 너무 비싸고 수리 센터가 적어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입차 중고차 시장에서 보증 수리 기간이 끝난 매물은 신차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 씨는 해외에 비해 부품 값이 비싼 것도 불만으로 제기했다. “아마존에 들어가 보면 똑같은 부품이라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국산차와 비교할 때 부품과 공임 모두 수입차가 비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대당 275만 원으로 국산차 대비 2.9배 비싸다. 부품 값은 4.7배 비싼 실정이다. 공임은 2.0배, 도장료는 2.3배 차이가 난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아우디폭스바겐·벤츠·BMW·크라이슬러 등에서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차 민원 접수가 1510건으로 전체 수입차 민원 가운데 40%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점유율인 20%보다 민원 비중이 더 높다. 벤츠코리아도 민원 점유율이 17.9%로 시장 점유율 15.6%보다 높다.
민원이 많은 배경은 AS센터 수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국산차는 손쉽게 가까운 곳에 가서 수리를 받으면 되지만 수입차는 AS망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판매 규모가 일정 정도 확보돼야만 AS망을 구축하는 수입차 업체의 특성을 지적한 말이다.
벤츠는 6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 대수는 15만3703대다. 반면 서비스센터는 33개에 그친다. AS센터 한 곳당 평균 4627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타사도 실정은 비슷하다. BMW는 평균 담당 차량 수가 4507대, 아우디는 4458대, 폭스바겐은 3830대다. 조철 팀장은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주체가 딜러이기 때문에 이익률을 계산해 한정적으로 제공하고 부품 조달도 창고 부족, 운송비용 등의 문제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는 3중 구조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먼저 해외 본사에서 지사 형태로 한국에 법인이 있고 그 아래 한국 딜러들을 두고 있다. BMW코리아가 독일 본사에서 수입해 국내 딜러인 한독모터스·도이치모터스에 팔면 딜러들이 자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소비자 접점에 있는 식이다. 해외 본사가 일정 마진을 붙여 국내 지사로 수출하면 국내 지사는 딜러에게 15~20%의 마진을 붙여 넘긴다. 여기에 딜러가 소비자에게 20~30%의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부품 값에 공임·AS센터 유지비 등이 포함되면 원가 100만 원짜리 부품을 수리할 때 소비자는 200만 원 이상 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비 비용은 미국 등 해외에 비해 20% 정도 상대적으로 비싼 것으로 알려진다.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딜러들은 정비 부문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올린다. BMW의 딜러인 한독모터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79억 가운데 42억 원을 정비 부문에서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딜러인 더클래스효성은 정비 부문 이익이 14억 원으로 영업이익의 21%를 차지했다. 판매 이익률이 11%인데 비해 정비 부문 이익률은 7.4%였다. 딜러로서는 수익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서비스센터를 늘릴 수밖에 없다.
가격이 비싼 데도 그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점은 폐쇄적인 유통 구조에 있었다. 한국 지사와 딜러로 연결되는 서비스센터를 통하지 않고서는 순정품이 시중에 유통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순정품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품으로 차를 조립할 때 들어가는 부품을 수리용으로 만든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순정품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구조에선 정비 이윤을 다소 높게 붙여도 AS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비 기술 정보 움켜쥐는 딜러 운영 서비스센터
수입차 정비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에 있다. 부품을 가지고 있어도 어떤 품목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해 정보가 없으면 쓸모가 없게 된다. 정비 관련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공식 딜러 운영 정비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비 시장은 공식 딜러들이 운영하는 서비스센터 이외에도 일반 대형 정비 체인과 국산차 정비소가 작은 축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 능력을 인정받은 곳이라도 오일 교환, 타이어 교환 등 경정비를 주로 하고 있다.
한 정비 업체 관계자는 “고치려는 사람은 기술을 알기가 어렵다. 정비 매뉴얼이나 차량 고장을 진단할 수 있는 스캐너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있어야 실수하지 않는데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딜러 운영 서비스센터에서 퇴직한 엔지니어들이 사설 업체에서 일하기도 하고 정보를 사고파는 형식으로 정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기업에서는 SK네트웍스와 한라그룹에서 수입차 부품 유통 및 정비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도 경정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 시장이 유독 폐쇄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유럽·미국·중국은 법을 통해 정비 기술 등의 미공개를 반독점·독점 행위로 규정하고 정비 관련 매뉴얼이나 소프트웨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에서 수입차 시장이 급팽창하며 정비 독점을 정부가 규제하고 나섰다.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 등에 ‘자동차 정비업의 전향과 개혁 촉진,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지도 의견’의 지침을 내렸다. 소비자가 정비 업체와 정비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간섭하지 말 것을 담고 있다. 또한 자동차 정비 기술 정보 공개 제도를 구축해 자동차 생산 업체가 신차를 출시할 때 지정 정비 업체와 독립 정비 업체, 정비 설비 제조 업체, 정비 기술 교육 기관 등에 기술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수입차 정비 시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입차 판매 시장의 급성장으로 정비 수요가 증가하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 거래 조사를 시작하고 국토교통부에서 관련 법을 만드는 등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 중 주목해 볼 사항으로 ‘가격 공개’가 있었다.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부품 가격 자료를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올해 8월 1일부터 의무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아직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들이 적지 않고 공개하더라도 일반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없도록 부품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부품명을 회사마다 각기 다른 방식의 영문으로 표기하거나 모델별·부품별 검색 기능이 없거나 부품 번호만 기재해 어떤 부품인지 알 수 없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수입차 정비 시장의 진짜 문제점은 ‘가격’보다 ‘소비자 선택권’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부품 가격만 놓고 본다면 해외와 비교할 때 한국이 유난히 비싸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공임 부문은 국산차 정비 공임이 낮은 편으로, 상대적으로 수입차가 높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수입차 본산지에서도 부품 가격은 비싸고 공임 비용은 더욱 비싸다.
수입차 정비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부품 가격 인하 노력과 함께 다양한 유통 채널 확대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리비 자체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무리하게 통제하기에 무리가 있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 확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철 팀장은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문제로 부품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애프터마켓 시장 활성화돼야
공식 서비스센터 이외에 ‘애프터마켓’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싼 정비 값은 공식 채널 이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다른 대안을 열어두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은 크게 순정품으로 불리는 OEM 제품과 OEM 제품을 생산하는 부품 업체에서 자체 로고를 달고 판매하는 OES 제품을 포함한 비OEM 제품으로 구분된다. 비OEM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사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정비 시장을 개선하는 데 관건으로 강조된다.
미국은 이미 정비 시장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자동차 보험 수리 작업에 사용되는 부품은 OEM 부품, 비OEM 부품, 중고 부품, 재제조 부품 등 4종류로 분류된다. 미국 보험업계에서 지급한 부품 비용 중 OEM 부품으로 지급한 비용은 전체 부품비의 66.1%(2011년 3분기 기준)이며 33.9%는 그 이외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 비OEM 부품이 증가 추세에 있다. 법으로도 비OEM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보증 수리 등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Magnuson-Moss Warranty Act). 또한 이와 유사한 법률이 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9개국과 호주에 이미 마련돼 있다.
유럽연합(EU)의 자동차 부품 시장은 연간 약 440억 유로(66조 원)로, 이 중 20%는 자동차 제작사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80%는 독립적인 부품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부품의 55~57%가 OEM 부품으로 유통되고 43~46%는 독립적인 판매 채널을 통해 비OEM 부품으로 유통된다. 이 같은 비OEM 부품 가격은 독일의 경우 가격 차이가 많게는 두 배 정도 낮게 형성된다.
한국에서 비OEM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순정품과 비순정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이다. 순정품만 선호하는 문화가 있고 수입차 업계에서도 이를 적극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한 정비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매장에 가면 두 개 부품을 가져다 놓고 순정품은 진짜, 비순정품은 가짜라고 홍보하고 있다. 같은 부품 회사에서 만들어 똑같은 품질의 부품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순정품이나 비순정품이냐에 따라 대우가 극과 극인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인증 제도나 인센티브를 통해 소비자들이 비OEM 제품을 믿고 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 대체 부품법이 시행돼 비OEM 제품 공급이 활성화될 전망이지만 시장이 따라가지 않으면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순정품과 비순정품의 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홍보하고 국가 또는 산하 기관의 인증 제도를 갖춰 믿을 수 있는 부품을 유통하고 인센티브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끔 큰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도 부품을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교수는 “의장 등록 등의 지적 소유권 주체인 제작사와 별개로 협력업체 단계의 부분적 독립권을 인정하고 부품 출시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명무실한 리사이클링 시장과 대체 부품 시장을 되살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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