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 종료 이후 신중 모드, 가장 큰 목표는 경기 회복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복합 불황과 자산 거품 사이’…Fed의 줄타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66020.1.jpg)
전적으로 양적 완화 정책의 효과로 볼 수 없지만 본래의 목적인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정국의 금융 위기를 ‘유동성 위기→시스템 위기→실물 경기 위기’순으로 극복하는 경로로 볼 때 현재 약 8부 능선에 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 위기 극복이 8부 능선에 달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주가 등 자산 가격은 거품이 우려할 정도로 높지만 실물 경기 회복세는 완만해 자산 시장과 실물 경기가 따로 노는 현상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복합 불황과 자산 거품 사이’…Fed의 줄타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66021.1.jpg)
섣부른 자산 시장 거품 제거 시 ‘복합 불황’
이론적으로 양적 완화, 제로 금리 등 비상 대책보다 출구전략을 추진하기가 더 어렵고 실제로 정책 시기와 수단을 잘못 판단해 경기가 재둔화되고 위기가 재발된 사례가 많다. 앞으로 추진될 출구전략의 벤치마크 국가인 일본도 2006년 이후 출구전략 추진 시 정책 수단을 잘못 선택한 것이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장기화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1930년대에도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대공황을 야기한 당시 Fed 의장의 이름을 딴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른 경험이 있었다. 테이퍼링 종료 이후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하면 ‘저성장→출구전략 추진→자산 가격 하락→역자산 효과→추가 경기 침체’로 자산 시장과 실물 경기 간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복합 불황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꼭 6년이 지났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양적 완화를 핵심 수단으로 하는 추가 금융 완화책에 의해 지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부분의 예측 기관들은 예측 때마다 거품이 우려되는 자산 가격과 관계없이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계속해 하향 수정해 온 것이 그 증거다.
동일한 맥락에서 최근처럼 세계경기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위기 이후 어렵게 마련된 ‘그린 슈트(green shoot:푸른 싹)’가 ‘골든 골(golden goal:풍성한 과일)’이 되기도 전에 ‘옐로 위즈(yellow weeds:시든 잡초)’가 될 것이라는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테이퍼링 추진이 결정됐던 지난해 4분기 이후 미국 경제 앞날에 대해 ‘대침체론’ 혹은 ‘장기 불황론’에 대한 우려가 계속돼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Fed가 출구전략을 실행하더라도 신중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적으로는 집권 2기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계속해 부양 정책을 추진할 오바마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를 한꺼번에 늘려 갈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양적 완화 정책에 자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Fed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더블 딥’이 초래된다면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두 지게 되는 부담도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Fed의 잘못된 정책 판단이 경기 상황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재닛 옐런 Fed 의장으로서는 정책 판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양적 완화 종료 이후 추진될 출구전략은 과잉유동성에 따른 자산 부문 거품과 잠재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하는 곳에 둘 가능성이 높다. 보통 때처럼 경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배경에서다.
적극적 출구전략보다 ‘무중력 상태’ 예상
이 때문에 양적 완화가 종료된 이후 곧바로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보다 아무런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무중력(non policy) 상태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추진 중이라도 금융시장의 혼란한 국면이 지속되거나 경기가 재침체될 조짐을 보이면 4차 양적 완화 등과 추가 금융 완화 정책을 언제든지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양적 완화 종료 이후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복합 불황’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현행 0~0.25%로 운용하는 기준 금리는 고용 창출 등 경기가 완전히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국의 통화정책에서 기준 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가장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정책에 해당된다. 정책 금리를 변경하면 경제 주체들이 처한 개개의 사정과 책임에 관계없이 경제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 종료를 가장 반기지 않는 국가는 신흥국들이다. 미국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 신흥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좋은 점이 있지만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유입됐던 달러 캐리 자금을 비롯한 외국 자금이 이탈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양적 완화 종료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9월 중순 이후 신흥국에서는 외국 자금이 이탈돼 왔다.
더 우려되는 것은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자 이탈세가 테이퍼링 종료를 계기로 ‘2차 테이퍼 탠트럼 현상’으로 악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이퍼 탠트럼’은 미국 등 중심국의 통화정책상 작은 변화에도 신흥국에는 의외로 큰 타격을 주는 ‘긴급 발작’ 현상으로, ‘나비효과’의 일종을 말한다.
지난해 5월 말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출구전략 시사 발언 직후 대부분의 신흥국에서는 ‘1차 테이퍼 탠트럼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외화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크게 밑돌았던 ‘취약 5개국(F5: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들은 외환 위기가 우려될 정도로 금융시장이 심하게 흔들렸다.
외화보유액 등 위기 판단 지표로 신흥국별 2차 테이퍼 탠트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외화보유액에 비해 경상 적자와 재정 적자가 심한 아르헨티나·브라질·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고위험국으로 나온다. 지난해 취약 5개국으로 분류됐던 인도는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로 외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중위험국으로 상향 조정됐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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