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도 연습 필요, 직장 생활 일정 비율 창업 준비에 투자하라
![[이제는 ‘넥스트 잡’ 시대] ‘준비된 창업’ 필수…‘리스크 관리’ 중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66184.1.jpg)
나이와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기술 창업’을 꿈꾼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는다. 직장 경력을 살려 어떤 창업을 할 수 있을지, 아이템을 찾기 위해 온 이들도 있었다. 김명호(54·가명) 씨는 “29년째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 돈을 벌어주기만 했는데, 이제는 내 돈을 벌고 싶어 오게 됐다”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준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애들은 크고 있고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스스로 살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창업 스쿨’로 벤처 융합, 인터넷 프로셀러, 외식·패션·서비스 등 창업 강의를 개설해 약 8주, 80~85시간 운영하고 있다. 창업 스쿨의 특징은 실무형 강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을 수료하면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연계해 특별 보증을 통한 창업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수강료를 낮췄지만 약 25만 원 정도의 유료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수강생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고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우진 창업스쿨 멘토는 “지난해 수업을 듣고 실제 창업한 후 현재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며 “가장 좋은 점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업을 구체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음식업·숙박업 생존율 17% 불과
정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다.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없지만 창업넷(www.changupnet.go.kr)에서 비교적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창업보육센터’에서도 정보 교환이 활발하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예비 창업자 또는 창업 초기 기업에 사업 공간, 경영 기술 지도, 정보 제공 등을 하는 전문 보육 기관으로, 중소기업청 지원 아래 대학과 기관, 민간단체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12월 말~3월께 가장 활발히 소개된다. 연초에 모집 공고를 확인하고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아 지원하면 된다. 개인 차원에서 하기 힘들다면 협업 자금을 공략할 수도 있다. 최근 협업 트렌드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콘텐츠·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앱)·디자인 등 분야에서 1인 창조 기업으로 구성된 협업팀에 운영 경비, 멘토링 등을 지원한다. 이우진 멘토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오프라인 커뮤니티 등 정보를 교환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모임을 구성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그런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창업 전 1년 동안 개발한 상품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쳐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컨설팅 서비스다.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창업 준비하는 중·장년을 위해 개인 컨설턴트 상담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월 2차례 온라인 시장 이해 및 활용법, 창업 마케팅 특강 등 강의를 열고 있다. 전국에 있는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장년창업센터에서 운영하는 희망설계아카데미는 1단계 경영 자문 멘토 과정에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후 2단계 창업 닥터 과정에서 청년 창업가들에게 직접 컨설팅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창업 지원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창업 현실은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은퇴 후 창업 현실은 ‘생계형 창업’에 가깝다. 하지만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음식업·숙박업의 5년 후 생존율은 17%에 불과하다. 10곳 중 2곳도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창업과 관련, ‘손쉬운 창업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규수 호서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이미 레드오션 돼 있는 곳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면 기존 사업자에게도 피해를 주면서 창업한 자기 자신도 망하는 결과가 나온다”며 “독일이나 이스라엘 창업 시장이 비교적 탄탄한 데는 창업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연습한 사람들이 창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업에 왕도가 있을 리 없다. ‘준비된 창업’이 살길이다. 하 원장은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소 1만 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의 창업 교육은 많지만 100시간, 한 달 교육 받는다고 갑자기 창업 준비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장 생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누구나 본인의 창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직장 생활 기간 일정 비율을 창업 준비에 투자하며 자발적으로 창업할 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은퇴 후 창업의 또 다른 핵심은 ‘리스크 관리’다. 청년 창업과 달리 실패에 대한 충격에 휘청할 수 있는 게 중·장년 창업이다. 무엇보다 퇴직금을 쏟아부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실제 한경비즈니스 설문 조사 결과 ‘창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자금 마련(52%)을 첫손에 꼽았다. 서울신용보증재단·소상공인진흥원 등 창업 자금 지원 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최근에는 협동조합 창업도 관심을 끈다. 소상공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퇴직 후 창업이 쉽지 않다. 창업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흔한 아이템을 하려고 해도 경험이 없고 에너지도 떨어지기 때문에 여러 명이 힘을 모아 창업하는 쪽에 많이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여러 명 힘 모으는 협동조합 인기
창업 인식 개선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창업을 너무 쉽게 보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시장 트렌드만 쫓아가면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하 원장은 “창업 교육과 창업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인데, 말로만 창업을 강조할 뿐 여전히 막연하다”며 “정부 정책도 단기 성과에 매달리다 보니 부처 간 경쟁이 붙어 창업자 숫자는 양산되지만 실제 아이템 내용을 보면 형편없고 시장에서 통하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산하에서 총괄하는 종합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 성공 사례만 보고 막연한 확신을 품거나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는 창업자 개인들도 변해야 한다. 많은 실패자가 양산되면서 창업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라톤이 단계별 연마를 통해 완주하듯이 창업에도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미니 인터뷰 | 은퇴 후 온라인 창업한 이광근 하이굿서비스 대표
![[이제는 ‘넥스트 잡’ 시대] ‘준비된 창업’ 필수…‘리스크 관리’ 중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66185.1.jpg)
이광근(58) 하이굿서비스 대표는 요즘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4월 창업하면서부터다. 중국 등에서 싼값에 물건을 매입해 온라인 오픈 마켓에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25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한 후 재취업을 통해 10년간 중소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퇴직을 앞두고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프로셀러 과정을 이수하고 실제 창업하게 됐다.
“앞으로 20~30년간 더 활동할 수 있다고 봤고 낮은 자세로 처음부터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교육을 받고 1년간 창업을 준비했어요. 예전에는 밤도 잘 새우지 않았는데 요즘엔 눈코 뜰 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자본 마련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 리스크를 안지 않고 창업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온라인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임차료 등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7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창업한 후 매달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과거 고연봉을 받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지만 수익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1~2년 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고 조금씩 목표를 상향하려고 합니다. 지금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월 3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대표에게 은퇴 후 창업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우리 세대는 은퇴하면 쉬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라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고, 또 일하던 사람이 일을 멈추면 오히려 건강도 해칩니다. 무조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신입 사원의 마음으로 진취적인 자세를 취해야 해요. 몸을 낮추더라도 일하는 게 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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