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발표 후 주가 20% 급등…모바일 강점·뱅크월렛 반전 발판 될 수도

[비즈니스 포커스] 다음카카오는 네이버를 이길 수 있을까
‘다음이 기대된다(8월 27일, 이성빈 교보증권)’, ‘가질 수밖에 없는 너! 다음카카오(7월 30일, 김미송·이현희 현대증권)’, ‘좋아지는 꿈을 꿀 수 있게 된 합병(6월 16일, 안재민 키움증권)’.

최근 들어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은 그야말로 ‘장밋빛 기대’ 일색이다. 지난 5월 26일 카카오와의 합병을 공식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주가 또한 연일 오름세다. 합병 발표가 있었던 5월 26일을 기준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가는 당시 7만8100원에서 9월 현재 15만 원대까지 급등했다. 3개월여 사이에 무려 20% 가까이 주가가 치솟은 셈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역시 다음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20만 원대까지 일제히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기업 규모 차이, 네이버의 압승
국내 정상급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와 포털 사업자의 만남, 다음카카오 통합법인이 10월 1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과연 10년 넘게 네이버의 독주 체제가 고착화된 국내 포털 업체의 경쟁 구도를 ‘다음카카오’가 뒤흔들 수 있을 것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다음카카오가 네이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대뜸 건넨 대답이다. 다음카카오에 대한 기대감이 아무리 크더라도 기업 규모의 차이를 고려할 때 네이버와 비교하기엔 여전히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다음카카오는 네이버를 이길 수 있을까
실제로 2013년을 기준으로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통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비교해 보면 실적과 자산 등 규모면에서 차이가 현저한 게 사실이다. 재무 수치를 단순 합산해 비교하면 네이버의 자산 총계는 2조6977억 원, 다음카카오(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아오 합산)는 8749억 원 규모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률 또한 네이버는 각각 2조3120억 원, 5241억 원을 기록한 반면 다음카카오는 각각 7416억 원, 1476억 원 규모다. 네이버가 다음보다 규모면에서 3배 이상 크다.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다음과 카카오 두 회사가 합병을 마무리하면 시가총액은 3조4000억 원 규모다. 시가총액 25조5790억 원에 달하는 네이버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점유율 면에서도 여전히 대한민국 1위 포털 업체로서 네이버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7월을 기준으로 네이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76.69%, 다음은 19.89%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PC의 다음과 모바일의 카카오, 양사 서비스의 이용자를 합산하면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네이버 이용자 규모와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카카오 카카오톡의 점유율이 95%에 달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네이버 라인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을 기준으로 두 메신저의 해외시장 가입자 수를 비교해 보면 라인은 4억5000만여 명, 카카오톡은 1억5000만 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메신저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 사람이 쓰니까’ 나도 따라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특히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네트워크가 탄탄히 구축된 후에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수익 모델을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차후 성장성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가입자 수 증가 추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70~80%에 달하는 상황에서 향후 두 업체의 승부는 ‘해외시장 가입자 확보’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네이버가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가 유리
“노키아가 하루아침에 망할 줄 누가 알았나요. 다음카카오도 하루아침에 네이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징이죠.”

그러나 섣불리 네이버의 승리를 점치기에는 다음카카오의 저력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로 전문가들 가운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시스템으로 승부를 보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다음카카오가 네이버를 따라잡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심축 자체가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약 4000만 명에 육박, 모바일에서 월간 순방문자 수(UV) 16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 네이버의 2.5배가 넘는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PC 네이버(3000만 명)보다 35% 높은 수치다. 이는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라인과 카카오의 밸류에이션을 비교한 리포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 연구원은 카카오의 MAU당 가치는 15만 원, 이와 비교해 라인은 10만 원으로 추정했다. 카카오가 라인보다 1.5배 정도 높은 수치다. 카카오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점유율이 60~70%로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전자 지갑과 증권 등 금융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신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된 덕이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도 네이버는 야후코리아나 다음에 밀리던 때가 있었지만 검색 서비스를 통해 한순간에 지금과 같은 업계 1위로 약진할 수 있었다”며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검색과 광고·게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쟁력 있는 신사업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폭발력은 쉽게 짐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2014년 2분기 카카오의 모바일 광고와 음악 등 콘텐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2%, 290%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다음카카오의 미래는 뱅크월렛카카오 등의 신사업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황성진 애널리스트는 “현재 눈에 보이는 신사업으로는 대표적으로 뱅크월렛카카오 등 결제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 외에 어떤 형태의 신사업이 혁신을 이끌어 갈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무엇보다 선점 효과가 중요한 데 그 점에서 다음카카오는 네이버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뱅크월렛카카오가 시작되면 모바일 광고 시장에 이어 모바일·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서 시장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다면 네이버의 자리를 위협할 강력한 맞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