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브랜드 이기진 16개 매장 운영 박상오 대표
전국의 아울렛과 중소형 백화점에 청바지 매장 16개를 운영하며 한 달 총매출 3억5000만 원에서 3억7000만 원을 올리는 ‘점포왕’이 있다. 박상오(51) 이기진(IGII Jeans) 대표는 아이템이 중저가 청바지 브랜드이기 때문에 박리다매의 판매 전략을 구사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여러 매장을 통해 매출을 높여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장 수를 가급적 많이 늘린 것이다. 고가의 외제 청바지가 범람하지만 스테디셀러인 청바지를 아이템으로 했고 중저가의 국산 브랜드인 까닭에 매장 대부분이 선전하고 있다. 매장별로 잘되는 곳은 월 5000만 원, 상대적으로 부진한 곳은 월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제조부터 도매·소매 그리고 다점포로
박 대표는 청바지에 젊음을 모두 바쳤다. 사실 박 대표는 매장 운영뿐만 아니라 이기진의 공장을 두고 생산까지 하고 있다. 그의 사업은 친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셋째 형은 예신 피제이 창업자인 박상돈 회장으로, 예신은 마루·노튼·옹골·코데즈컴바인 등 유명 국산 브랜드를 갖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박 대표가 20대였던 1983년, 형의 사업을 도와 청바지 제조 공장에서 의류 제조와 판매를 배워 나갔다.
1996년 이기진의 전신인 스톤진 브랜드로 첫 매장을 동대문 디자이너클럽에 열었다. 도매 매장으로 전국에서 올라온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장이었다. 투자금은 2000만 원 정도였다. 매장을 연 지 불과 2년도 안 돼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청바지 매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당시는 의류 소비가 크게 줄지 않았어요. 청바지 아이템은 워낙 꾸준히 팔리는 옷이고 의식주의 기본이어서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큰 타격을 받지 않았죠.”
박 대표는 청바지 도매상을 약 5년 운영한 끝에 자본도 많이 모아 도매상이 아닌 소매상을 직접 열기로 마음먹었다. 2001년 일산 화정에 자리한 아울렛 세이브존에 둘째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박 대표가 점포왕으로 자리를 잡는 데 효자 역할을 했다. 한 달에 거뜬히 5000만~6000만 원의 매출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청바지 한 장이 약 4만 원 정도니 한 달에 1300장 정도가 팔린 셈이다. 당시는 경기 침체를 벗어나 전반적으로 호황에 접어들면서 장사가 아주 잘됐다고 박 대표는 회상했다.
그렇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박 대표는 2004년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다. 역시 형인 박상돈 회장이 운영하던 이기진 브랜드를 가져온 것이다. 원래 이기진은 박 회장이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판매하다가 잘 안 돼 접었던 브랜드다. 하지만 박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는 데다 옷만 좋으면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져왔다. 기존 스톤진 브랜드를 이기진으로 모두 바꿨다. 운도 따랐다. 세이브존이 한신코아를 인수하면서 기존 4개의 한신코아 매장에 신규로 입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래서 박 대표는 노원점·성남점·광명점·대전점 4군데에 이기진 매장을 냈다. 물론 매장마다 기대 이상의 매출이 따라왔다.
“이기진은 백화점에서는 어려움을 겪은 브랜드였지만 아울렛에서는 상황이 달랐어요. 저가 브랜드가 아울렛의 성격에 잘 맞았기 때문이었죠. 백화점에 있었던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남아 있어 매출에 큰 도움이 됐죠.”
이렇게 매장을 늘려가던 박 대표는 이랜드 계열의 2001아울렛과 지방의 중소형 백화점에 지속적으로 출점했다. 도중에 매출이 잘 안 되는 지점을 폐쇄한 곳도 1~2개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새로 시작하는 매장마다 성공적이었다. 그는 한 달에 한번 전국 매장을, 그리고 틈나는 대로 수도권 매장을 들러 관리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4년 초 상봉동에 새로 문을 연 엔터6 매장에 열여섯째 이기진 매장을 출점했다. 이번 매장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아울렛이나 백화점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계약하고 입점하는 데 비해 상봉동 매장은 첫 임차 매장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아울렛과 백화점에 입점하는 데는 임차료가 없다. 그 대신 매출이 발생하는 대로 약 20% 내외의 수수료를 지불하게 돼 있다. 박 대표는 “총매출이 3억7000만 원 정도로 보면 이 중 아울렛과 백화점에 떼어 주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며 “유통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으로 고정 임차료를 내는 매장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상봉동 매장을 여는 데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합쳐 약 1억 원을 투자했으며 매달 임차료와 관리비를 합쳐 400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 상봉점이 오픈했던 지난 2월 첫 달 매출은 쇼핑몰의 대대적인 오픈 행사 덕분에 거뜬히 월매출 5000만 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유통 수수료 계약의 매장 비중을 줄이고 임차료 기준의 매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장 위치와 판매 직원이 성패 좌우
박 대표는 매장이 입점할 쇼핑몰 선택에도 일정한 기준이 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아울렛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쇼핑몰도 잘 골라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0~30대까지가 고객층인 청바지 매장인 만큼 젊은층이 많이 오는 곳, 특히 극장이 있는 쇼핑몰이라면 매출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장 운영의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쇼핑몰 내의 위치와 판매 직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기진 상봉점은 모든 손님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이기진 매장이 눈에 들어오고 가격을 보며 매장에 들러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쇼핑몰 내 같은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어디에 자리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1000만 원씩 차이가 난다”며 “에스컬레이터 앞에 자리한 덕분에 손님이 밀려오고 한번 쭉 들어왔다가 빠지면 매출이 약 200만 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쇼핑몰에 입점할 때 고객 동선을 잘 예상하거나 파악해 매장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박 대표는 판매 직원의 역량에 따라서도 매출 1000만 원 차이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박 대표의 매장마다 정직원 2명, 아르바이트 1명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임금 지급 계약 조건에서 매장의 매니저는 매출에 따른 수수료, 그 아래 직원과 아르바이트는 월급제·시간제다. 매니저에게는 매출의 14%를 떼어 준다. 이 또한 박 대표의 매장이 선전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충분한 동기유발이 되기 때문이다. 숙련된 판매 직원은 손님의 입장과 동시에 취향과 기호를 파악하고 적절한 의상을 추천해 매출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판매 사원을 잘 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매출이 20~30% 는다고 그는 말한다. 박 대표는 직원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만큼 매장의 성격상 매출이 조금 적은 곳에서는 매니저 수수료를 2% 정도 올려 줘 일정 이상의 임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박 대표의 가까운 미래 계획은 2016년까지 매장 20개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매출을 55억 원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는 “내가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청바지뿐”이라며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성공 매장 운영인의 성공 비결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리고 창업을 중비하거나 다점포 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던졌다.
“최근 명퇴자들이 자본만으로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데 충분한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의류라면 손님 옷차림만 봐도 어떤 제품이 판매될지까지 연구해야 하고 식당이라면 맛을 직접 내며 신메뉴도 개발할 수 있어야 해요. 당연한 말이지만 바로 이것이 매장 운영 성공의 전부예요.”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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