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성공 노하우 활용해 시너지 창출, 프랜차이즈 중심 성공 사례 많아져

20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40320
20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40320
창업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1분기 창업 건수(신설 법인)가 처음으로 2만 개를 넘어섰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인 50대 창업이 늘었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4년 1분기 및 3월 신설 법인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신설 법인 수는 2만761개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월별로는 3월 기준 7195개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2%(841개), 전달보다 8.4%(559개) 증가해 2003년 1월 이후 최대다. 연령별로는 50대 창업이 5327건(14% 증가), 60대 창업이 1574건(12.0% 증가)이었다.

왜 이렇게 창업 시장에 사람들이 몰릴까. 무엇보다 은퇴 러시가 주된 요인이다. 1세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매년 100만 명 정도 평생 몸담았던 직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더욱이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증권사발 명예퇴직 바람이 불고 있고 전 금융권으로 확산됐다. KT는 명예퇴직으로 8000명 이상의 퇴직자가 확정됐다. 산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으로 올해만 1만 명 이상의 퇴직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실적으로 50대 재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가 창업 시장으로 뛰어든다. ‘창업 학교’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는 창업을 희망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올해 지원 규모를 늘려 전국 100여 곳에서 1만19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3월 기준 2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자영업자 비율 15.9%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이다.


생계형 창업을 넘어서라
베스트셀러 ‘식당부자들’의 저자이자 동국대 겸임교수인 이상규 꿈꾸는이상 대표는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예비 창업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특히 외식업에 대한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최근 창업 열풍을 전했다. 외식업 창업자의 필수 교육 코스인 외식업중앙회의 신규 창업자 교육(1일 과정) 수강생은 2년 전 하루 평균 400명에서 올 들어 700여 명으로 늘었다. 이 대표는 “서울에만 1주일에 2000여 명의 식당 창업자가 있으며 1년에 6만~8만 개의 식당이 새로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외식업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창업 시장 대기 수요자는 넘친다.

‘창업 러시’가 본격화된 가운데 대부분은 생계형 창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1분기 신설 법인 중 자본금 50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창업이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1억 원 이하가 전체 86%다. 퇴직금이 대부분인 종잣돈을 쉽사리 풀지 못하고 최소한의 자본으로 생계형 창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자본 창업이 줄을 잇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트렌드가 바로 ‘다점포 창업’이다.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매장에서 노하우를 축적해 여러 개의 점포에 적용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점포가 쌓이면서 이들은 창업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창업 시장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데, 핵심 트렌드는 다점포 창업”이라며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은 대신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살아남기 위한 출혈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단순하면서도 특화된 방법으로 창업 세계에서 성공 신화를 쓰는 이들이 있어 주목된다. 특별한 업종이나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게 아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운영 노하우, 경영능력이다. 시작부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것도 아니다. 일정 자본을 투자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규모를 키우고 점포 수를 늘려 나간다.


오너 마인드로 ‘투자’해야
맥도날드 가맹점 8곳을 운영하는 김선주(40) 사장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2011년 대전 타임월드 맥도날드 매장을 시작으로 불과 3년 만에 대전과 전주에 8개까지 매장을 확대해 한국맥도날드의 최대 가맹점주가 됐다.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에 대출금을 보태 5억 원으로 첫 매장을 냈고 1년 뒤 전주에 둘째 매장을 냈다. 현재 매장 직원만 480명을 거느리는 국내 대표 점포왕이 됐다. 맥도날드 매장 하나를 오픈하는 데는 평균 6억~8억 원이 들고 예상 이익률은 첫해 기준 18~19%다. 김 사장은 전주 인후점 개장 첫날 매출 1000만 원을 올렸다. 그는 맥도날드 본사도 인정하는 성공 파트너다. 5월 초 열린 세계 맥도날드 세미나에 초청돼 미국 맥도날드 본사를 방문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 사장은 ‘점포왕’의 비결로 ‘직원을 상전으로 모시라’고 말한다. 그는 ‘진심을 다해 직원들을 대하면 돈은 알아서 벌린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직원을 위해 기숙사용 아파트만 3채를 운영하고 매니저 3명에겐 대학 등록금도 지원했다.

한국맥도날드 홍보팀 관계자는 “직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내부 자선 재단 기금 모금 행사 때 경매에 나온 물건을 잔뜩 사가기고 하고 지역 행사가 있으면 무료 쿠폰을 가능한 한 많이 발행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점도 남다르다”며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직원이나 고객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항상 말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3년간 퇴사한 직원이 단 두 명에 불과하다. 한 번에 3000개 주문이 몰려와도 인근 매장과 협업을 통해 매니저들이 주도적으로 주문을 소화한다. 이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원 덕에 돈은 알아서 벌린다는 것이다.

김 사장뿐만 아니라 최근 맥도날드에는 이와 같은 다점포 창업자가 늘고 있다. 37명의 가맹점주가 6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2년 사이 2~3개 점포로 확장하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공통점은 모두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인사과 출신인 한 점주는 자체적으로 매니저들에게 피트니스 회원권을 제공하고 전원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세워 이를 실행하기도 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직장인 출신 창업자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직원 관리’를 꼽는다. 그는 “직장에서 리더 역할을 해봤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다르다”며 “상명하복식 문화가 통하지 않고 예고도 없이 일을 그만두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고 직장인의 틀에서 벗어나 오너 마인드로 경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점포 창업의 또 하나의 성공 조건은 ‘시스템’이다. ‘장사’를 넘어 ‘사업’의 개념이 필요하다.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직원 관리에 주력해야 점포 여러 개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강 대표는 “프랜차이즈라면 식재료가 제때 철저하게 공급되고 주방장이 그만두면 대체 인력을 곧바로 지원해 주는 등의 시스템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종으로는 노동력이 적게 투입되는 쪽이 다점포의 가능성을 높인다. 사장이 직접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업종이라면 두 개 이상 운영하기도 힘에 부친다. 강 대표는 “특히 화이트칼라 출신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편이어서 갑작스레 과한 노동을 하기 힘들어 할 때가 많다”며 “스스로 장단점을 꼼꼼히 살핀 후 전략적으로 창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포왕은 곳곳에 숨어 있다. 웬만한 프랜차이즈에는 점포 부자들이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인터뷰한 아리따움·카페베네·BBQ 등을 비롯해 파리바게뜨·본도시락 등에도 최대 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가 있으며 올리브영·죠스떡볶이·이랜드 등에는 3개 매장을 운영하는 점포 부자가 있다. 아디다스는 다점포를 운영할 때 더 유리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꼭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개인 브랜드 창업을 통해 직매장을 확대하는 1인 다점포 창업가들도 적지 않다. 특별한 맛의 비결이나 독특한 아이템 없이도 운영 노하우만으로 점포 부자가 됐다는 점에서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점포왕’이 아닐까.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