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이라는 등식 맞지 않아
1970년대 미국 증시는 10년간의 긴 장기 침체에 빠져 있었다. 시장에는 비관론이 팽배했고 급기야 1979년 8월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주식의 죽음(Death of Equities)’이라는 커버스토리를 내기도 했다. 이후 미국 증시는 20년간 강세장을 맞아 이 잡지를 머쓱하게 만들었다.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6년간의 금리 하락 기간이 마무리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대전환(great rotation)’이 예견되면서 ‘채권의 죽음’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최근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상 요즘에 채권 얘기를 꺼내면 바로 면박 당한다.
언론이나 일반 사람들은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이라는 기본 공식에 너무 익숙해져 모든 채권이 종류와 상관없이 금리 상승 시 무조건 손실이 발생한다는 확신이 거의 종교 수준이다. 물론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국공채는 금리 변동에 매우 민감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채금리+가산금리(스프레드)=표면금리’로 구성된 하이일드 채권은 표면금리가 워낙 높아 금리 상승 영향이 일정 부분 완충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이가 많다.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이 아니라 경기 호황과 맞물려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금리 인상을 진행할 때 부도율 하락과 신용 등급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에는 오히려 긍정적이었던 과거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금보다 수익 높고 주식보다 안전
간혹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의 장기 수익률을 주식의 장기 수익률과 비교하며 기대 수익률이 낮다고 평가 절하할 때가 있다. 그러나 주식 투자는 마켓 타이밍을 얼마나 잘 선택했느냐에 따라 1년에도 수익률 격차가 20~30%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반면 채권 투자는 마켓 타이밍의 중요성이 주식 투자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채권의 수익률은 주식보다 은행 예금 금리와의 비교가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채권의 장기 수익률은 늘 은행예금을 훌쩍 뛰어넘어 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은행예금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한 금융 상품이다.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할 때 주의할 게 4가지 있다. 첫째, 1~2개의 회사채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의 투자는 위험하다. 투자한 기업의 채무불이행, 또는 부도 발생 시 원금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과거 대우채 사태부터 최근의 동양채 사태 등으로 충분한 학습 효과가 있었다. 분산투자는 필수다.
둘째, 국내 기업에만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피해야 한다. 국내 기업만으로 투자를 제한하면 투자 기업 수가 많지 않아 충분한 분산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가급적이면 간접투자 방식인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를 통해 200~400개 정도의 글로벌 기업 회사채에 분산투자하는 방식이 리스크를 줄이는 포인트다.
셋째, 해외 채권 펀드에 투자할 때 환 헤지는 필수다. 달러 표시 회사채에 집중 투자하는 해외 채권 펀드가 환 헤지 비용이 낮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달러 표시가 아닌 채권은 환 헤지가 불가능하거나 헤지 비용이 높은 게 많다. 아시아 또는 유럽 기업들도 달러 표시채를 많이 발행하므로 글로벌 분산에 제약은 없다.
넷째, 혹시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신용 위기로 하이일드 채권 펀드 가격이 급락할 때에도 당황하지 말고 1~2년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채권 투자자는 기업의 경영 상황과 상관없이 부도만 발생하지 않으면 원리금(원금+이자)을 모두 상환 받을 수 있다. 부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주식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다가오고 있고 투자자의 고민이 깊다. 이의 대안으로 글로벌 하이일드를 적극 고려해 보자.
한태봉 미래에셋증권 명동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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