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운영 시스템 필수…보이지 않는 비용도 챙겨야

수많은 자영업자가 경쟁 과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업과 업종 전환을 반복한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적인 경영을 통해 점포 사업을 알찬 중소기업 규모로 키워 나가는 곳이 늘고 있다. 부익부의 사례다. 야망이 큰 창업자들에게는 이렇게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구멍가게 재벌이 새로운 로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일한 다점포 사업자라는 측면에서 프랜차이즈 사업과도 곧잘 비교되지만 다른 면이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은 타인 자본이 결합된 것이어서 점포들이 서로 독립채산제다. 그러다 보니 법의 강제를 받고 준수해야 할 것이 많다. 그 대신 투자에 따른 리스크는 작다.
구멍가게 재벌은 단일 자본 체제여서 프랜차이즈처럼 까다로운 법의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 대표이사가 자유롭게 경영하면 된다. 성공하면 수익도 높다. 단 실패하면 자본 투자 리스크가 크다.
매출이 높은 점포 몇 개를 잘 운영하면 웬만한 알짜 중소기업 못지않은 규모를 가질 수 있다. 가령 월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대형 점포 10개를 운영한다면 연간 매출이 가볍게 100억 원대를 넘어선다. 하지만 다점포 사업자로 성장하려는 로망이 단순한 욕심이라면 그 벽을 뛰어넘는 일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조직 관리가 생명이다
왜 갑자기 다점포 사업자가 이렇게 늘어나는지, 가능하게 하는 요인과 장애물이 무엇인지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한다. 점포 하나를 성공시키는 노하우를 충분히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점포 하나를 운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도 미리 알아둬야 한다. 함정을 미리 알고 있으면 대응할 수 있지만 모르고 당하면 다점포가 기회가 아니라 더 큰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덩지가 클수록 쓰러질 때의 무게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다점포를 가능하게 하는 이유부터 알고 이를 잘 실천한다면 다점포로 성장시키는 일도 그만큼 수월해질 것이다. 다점포가 가능해진 첫째 이유는 경영 기술이다. 다점포 사업자가 되려면 먼저 경영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과학적이고 선진적이며 기업적인 경영을 하지 않고서는 여러 개의 사업장을 성공시킬 수 없다. 목표를 뚜렷이 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실천 계획을 가지고 경영해야 한다. 원재료 구매, 매출 관리, 조직 관리, 마케팅 관리를 하는 브레인 그룹이 필요하다. 점포 수가 적다면 사장이 혼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영하는 점포 수가 늘어난다면 가맹본부처럼 전체 점포의 조직 관리, 운영 관리,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는 컨트롤 타워를 운영해야 할 수도 있다.
다점포가 가능해진 둘째 배경은 과학적인 장비의 활용과 도입이다. 매장 내 CC TV를 설치해 매장의 서비스 및 운영 상황을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지켜볼 수 있다.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이 설치되면 매출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다. 원가관리 시스템을 잘 도입하면 종업원들에 의한 식재료 도난 등도 막을 수 있다. 요즘은 카드 매출 비중이 높아 현금 매출이 일부 종업원들에 의해 누락될 가능성도 낮다. 다시 말해 이렇게 현대적인 문명의 이기들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도 다점포 사업의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셋째, 조직 관리다. 한 개의 점포를 성공시키고 다음 점포를 또 창업해 성공시키려면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충실하고 충직한 조직원의 보유다. 점포 사업 만큼 인력 이직이 심한 곳도 없다.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데 조직 관리를 못해 이직이 밥 먹듯이 일어난다면 품질과 서비스가 엉망이 될 것이다. 매장을 책임지고 운영할 점장을 양성하고 보유하는 일은 다점포 사업 성공의 핵심 중 핵심이다.
단순히 열심히 성실하게 경영을 잘하는 사람이 다점포 사업자로 성공하는 게 아니라 경영관리, 조직 관리를 잘하는 선진적인 경영 역량을 보유한 사업자가 다점포 사업을 잘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매장 인력을 양성하고 키우는 속도와 사업을 확장하는 속도에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유능한 점장은 매장 운영은 물론이고 인력 채용, 고용 유지, 목표 매출 달성을 위한 판촉 전략 수립과 실행까지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점포 사업에서 매장을 책임지고 운영하며 매출을 달성하는 점장들은 매출액이나 처우가 일반 매장의 점장들과 다르고 그럴 수밖에 없다.
트렌드 변화 빠른 업종 낭패 볼 수도
만일 수동적인 점장이 매장을 맡고 있다면 부족한 걸 모두 사업자가 채워 줘야 하는데 관리하는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쉬운 일이 아니다. 점장을 비롯한 조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제도를 잘 마련해 둬야 한다. 급여 조건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게 근무시간이다. 급여는 다른 곳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제공하고 인센티브제를 잘 활용하는 게 좋다. 점포 사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쉬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근무시간을 정확히 준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동법을 숙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다만 뛰어난 점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학적인 운영 시스템은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그것 또한 위험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관리할 때도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게 좋다. 점장이 유능하다고 조직 관리를 점장에게 맡겨 버리면 퇴사할 때도 다른 직원들이 동시에 퇴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넷째, 재무관리를 잘해야 한다. 점포 사업은 바로바로 현금이 들어오는 사업이다. 매출이 높은 점포를 몇 개 보유하면 현금 흐름이 매우 양호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들어오는 돈이 모두 남는 돈은 아니다. 부가세는 매달 내는 게 아니다. 퇴직 적립금도 보이지 않는 돈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활용할 때도 많은데 이자만 내면 되는 게 아니라 대출금 상환 기일이 다가온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상당수의 다점포 사업자들이 매장을 추가로 낼 때 금융회사 등의 대출 제도를 활용한다. 재무관리를 잘 못하면 대형 부도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섯째, 점포 간 매출 격차에 대한 대비다. 한두 개 점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큰 수익을 보게 되면 매장 확대를 욕심내게 된다. 그런데 그 매장이 또 장사가 잘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잘되는 매장이 있고 안 되는 매장이 있다. 이때 매출이 높은 매장의 수익으로 낮은 매장의 수익을 채우다 보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된다. 반드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여섯째, 트렌드 변화다. 라이프사이클이 빨라지면서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업종에 투자하면 단기적인 매출이나 수입은 커보일지 몰라도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점포 사업을 전개할 때는 얼마나 오래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투자비 회수는 가능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트렌드 변화가 빠른 분야라면 인테리어 리뉴얼이나 업태 변화 등 추가적인 재투자가 언제 필요한지, 자본은 얼마나 소요될지도 체크해야 한다.
일곱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정해 가맹점들을 다점포로 운영할 때는 가맹본부들의 규제 사항을 알아둬야 한다. 대부분의 본사들이 동일 업종에서 다른 브랜드 가맹점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자사의 노하우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가맹점에 대한 지원이 확실하고 시스템이 단단한 브랜드를 선정해야 하는 것은 성공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이며 가맹본부의 규제 조건까지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여덟째, 최고경영자(CEO)의 성장과 기업의 비전 확보다. 언젠가 홍대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에서 직원 강의를 요청해 인근 호텔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홍대 인근에서만 수십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그 회사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직원 수가 100여 명을 훌쩍 넘었다. 이 회사는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규모를 키워 가려면 CEO의 경영 자질도 규모에 맞춰 계속 키워야 하고 프랜차이즈로의 확장 등 기업의 중·장기적 비전도 잘 세워야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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