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과거보다 더 나은 새로운 가치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1969년생.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2000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2004년 롯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6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3년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현).
친한 외국인 교수에게 물었다. 세월호 침몰은 대형 사고(big accident)인가, 재난(disaster)인가. 그는 분명히 재난이라고 했다. 이번 재난은 우리의 2014년 4월을 앗아 갔다. 모든 게 멈춰버렸다.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릴 뿐이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를 바다에 가둬 버렸다.
경제학에는 재난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크게 주목 받는 분야는 아니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관심이 높아졌다. 재난경제학의 핵심은 위기 극복을 통해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재난 피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은 불가피하다. 재정지출은 과거로 돌아간다는 복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나은 새로운 가치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재난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
이제 우리는 참사를 극복하는 과정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극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안전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선진국 진입을 자랑했다.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사회 안전은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재난이 이를 증명했다. 우리는 안전에 대한 비용 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예산)지출에 대한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나 공무원은 더욱 그러하다. 지출에 대한 성과를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나 재난이 발생해야 지출에 대한 성과가 증명된다. 그래서 안전에 대한 지출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일반 국민들도 안전을 편익보다 비용으로 인식한다. 안전 운전을 위해 운전사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버스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고속 운행을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 관점에서 이러한 행태는 비용을 발생시킨다.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적 비용도 증가한다. 운전사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우리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안전을 위한 지출은 결코 비용이 아니다. 안전한 사회가 갖는 편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정부를 탓하고 공무원을 힐난하고 아픔을 나누는 것보다 낫다.
둘째, 소비 회복이 시급하다. 거의 한 달이 넘도록 경제활동이 멈춰 버렸다. 그간 카드 사용이 소비자 정보 유출 때보다 더 줄었다고 한다. 이쯤이면 단순한 소비 부진이 아니다. 여행·레저·식당 등은 소비 부진에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네 상인들의 매출 감소는 슬픔 속에 묻어 버리기에는 너무 심각한 생계의 위협이다. 이대로 가면 국가 경제성장에도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이 작용할 것이다.
우리의 소득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의 소비 부진은 소비자들이 심리적인 영향과 사회적인 영향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소득이 줄지 않은 채 소비를 줄였기에 오히려 소비 여력이 커진 것이다.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6월에 개최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소비 회복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중산층은 쌓아놓은 소비 여력으로 시장바구니를 채우기보다 백화점에서 구매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소비 여력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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