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100미크론 두께에 첨단 기술 집약

사람의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컴퓨터의 기능을 가진 모든 기기를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라고 부른다. 미래학자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컴퓨팅 기기가 웨어러블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지금 그 진화의 뜨거운 초기 시점에 와 있다. 현재 대표적인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는 삼성의 스마트워치와 구글 글래스다. 올해 초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가 33라운드, AT 마드리드와 헤타페 FC 간의 경기에서 헤르만 부르고스 AT 마드리드의 코치가 구글 글래스를 쓴 채 코치석에 앉아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구글 글래스에 경기 분석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실시간으로 경기 분석 결과 정보를 취득해 현장에서 곧바로 경기 전술 전략에 활용했다고 한다.

삼성과 구글이 세계 웨어러블 컴퓨팅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올해 2월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인 초경량(68g, 10mm) ‘삼성 기어2’를 출시했다. 삼성 기어2에 적외선 송신 모듈이 탑재돼 있어 적외선 센서가 들어 있는 TV·자동차·셋톱박스 등을 원격제어할 수 있다. 블루투스나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다른 스마트폰과 연동해 MP3 등의 음악 듣기가 가능하고 다른 스마트폰에 걸려 온 전화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화를 거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메라 기능을 갖췄는데 별도로 장착돼 있지 않고 디스플레이에 함께 들어 있다. 디스플레이는 1.63형 슈퍼아몰레드(320×320)가 사용돼 화질이 매우 선명하다. 삼성 기어2는 최초로 자사의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이 채용됐으며 아직은 전용 앱이 100여 개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삼성 기어2 판매가는 30만 원 수준이다.


삼성은 스펙, 구글 글래스는 비주얼 강조
한편 구글 글래스는 비주얼 부문을 강조한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인 만큼 아직은 기술이 미미하지만 디바이스 유리가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며 증강현실(현실 장면에 부가 정보를 글자로 추가 제공한다든지 도움이 되는 추가 이미지를 현실 장면에 덧붙여 사용자에게 편리성과 함께 보다 많은 부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우측 테 내부에는 적외선 기반의 안구 추적 카메라가 달려 있어 이것이 시선 마우스 역할을 해 안구의 움직임에 따라 작동하기도 하는데 눈동자가 하늘을 쳐다볼 때 디스플레이에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눈동자가 멈추는 부분을 포커싱해 사진을 찍기도 한다(사진1 참조).

모션 센서가 장착돼 있어 고개를 살짝 드는 등의 동작을 인식할 수 있고 우측 안경테 부분에 터치 패드로 스크롤을 인식하고 조작할 수 있어 일반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으로 터치해 스크롤 동작을 취하면 안경 유리의 화면이 바뀐다. 그러면 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귀 근처에 골전도(소리를 공기를 통해 고막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귀의 뼈를 통해 청신경으로 듣는 것) 스피커가 붙어 있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구글 글래스에서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컴퓨팅 프로세스가 구글 글래스에서 이뤄지지 않고 무선으로 연결된 원격 클라우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적고 빠르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에서 구글 글래스는 약 150만 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 트렌드] 피부에 붙이는 헬스 케어 패치 어때요?
그러면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의 미래 경제적 전망은 어느 정도이고 어느 방향으로 기술이 전개될까. ABI리서치는 2018년에 세계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의 연간 출하량이 4억8500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삼성전자·애플·구글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술 선도 기업뿐만 아니라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용품 업체들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스마트워치, 3D 모션 추적 기기, 스포츠 및 동작 추적 기기, 헬스 케어 기기,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의류, 웨어러블 카메라, 웨어러블 통신 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웨어러블 기술 발전 방향은 가볍고 얇은 피부 또는 의류 접착형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몸이나 옷·신발 등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저렴한 가격 못지않은 대중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대학과 기업 연구소에서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서울대와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미국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회사 MC3가 공동으로 개발한 피부에 붙이는 웨어러블 헬스 모니터링 스킨 패치가 네이처 자매지 나노테크놀로지 저널에 발표됐다(사진2 참조). 이 웨어러블 스킨 패치는 피부에 부착돼 신축성 있게 늘려지기도 하며 근육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데이터를 저장하기도 하고 저장된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언제 약을 투여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한다.


문신처럼 프린팅…원격 건강 체크
이는 파킨슨병과 간질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는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나샴페인 캠퍼스 교수는 ‘표피 전자 센서’라는 흥미로운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를 개발했다(사진3 참조). 이는 매우 얇고 유연해 피부에 문신처럼 프린팅할 수도 있다. 사람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헬스 체크 정보를 센싱해 무선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돼 있다. 2011년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가 공동으로 보다 종합적인 기능이 추가된 ‘헬스 케어 표피 센서 패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사진4 참조). 이 패치 역시 신축성을 갖고 플렉서블해 손목이나 이마 등에 붙여 질병 예방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다.
[테크 트렌드] 피부에 붙이는 헬스 케어 패치 어때요?
여기에 포함된 웨어러블 기기들은 온도센서·심전도(ECG)센서·근전도(EMG)센서·광센서·응력계뿐만 아니라 태양열 전력 공급 장치, 무선통신 송수신기, 발광다이오드(LED) 등까지도 포함된 종합적인 헬스 케어 표피 센서 패치가 아닐 수 없다. 온도센서는 사람의 체온을 측정하고 광센서는 혈액의 산소 레벨을 측정할 수 있다. 이런 헬스 케어 패치들은 현재 미숙아의 간질, 뇌 발달 이상 징후 등을 예측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어느 정도 실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어 5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피에 부착하는 패치형의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들은 보통 100미크론(0.1mm) 이하의 두께로 이뤄져 있으며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의 회로가 들어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 개발은 나노 소재 기술과 물리학·전자전기·컴퓨터공학 기술이 어우러져 이룩될 수 있다. 융합 기술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특히 디바이스와 디바이스 간 통신을 해주는 사물인터넷(IoT 또는 Internet of Things)과 M2M(Machine to Machine) 통신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확산은 웨어러블 컴퓨팅 활용도를 극대화하도록 해주면서 연구·개발 촉진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10년 후엔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의 대중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이를 둘러싼 막대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민호 고려대 컴퓨터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