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대표직 조양호 회장에 넘겨…사옥과 3개 계열사만 남아

[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막 내린 최은영 회장의 경영 실험
남편인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경영권을 넘겨받은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맡은 지 8년여 만에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4월 29일 한진해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2006년 남편인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경영권을 넘겨받은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맡은 지 8년여 만에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한진해운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한진해운홀딩스를 인적 분할하고 신설 법인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조양호 회장은 주총 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조 회장 측근인 강영식 대한항공 기술부문 총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최 회장은 결혼 후 21년간 두 딸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그런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섰을 때 세간에서는 걱정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 “나는 ‘깡’이 센 편이고 승부욕이 강하다”고 말해 온 최 회장은 글로벌 해운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임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힘썼다.

문제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악화된 해운 업황이었다. 시황이 좋았던 금융 위기 전 비싸게 발주한 배 값을 치러야 했고 운임은 떨어졌다. 적자 폭이 커지고 부채비율이 급등했다. 지난해 시중은행장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영구채 발행에 보증을 서달라고 요청했지만 불발됐고 결국 채권단과 한진그룹에 SOS를 요청하게 됐다.

최 회장은 시숙(조 회장)과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나를 빼고 세상에서 한진해운을 살리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분”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심정을 반영한 발언이다.


조 회장, “흑자 전환하겠다”
한진해운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인적 분할 후 합병 과정을 통해 해운업과 상표권을 한진그룹에 넘기기로 결의했다. 최 회장이 분할 합병 기일인 6월 1일부터 맡게 되는 한진해운홀딩스 존속 법인에는 소규모 계열사 3개와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만 남는다. 작년 한진해운의 매출 10조 원 중 존속 법인에 남는 4개사의 매출 비중은 5% 정도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시작된 한진해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된 직후 15~20명의 임원들과 ‘티타임’ 형식의 상견례를 했다. 이어 최 회장과도 낮 12시 무렵까지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잘 모시겠다”는 인사와 함께 한진해운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조 회장은 또한 “한진그룹의 올해 목표는 흑자 전환이며 이르면 내년에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길어도 3년 내에는 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