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퇴출 제도 탓 무모한 도박…당국 ‘시장화’ 의지 강경

최근 중국 언론에 실린 내용이다. 창요우는 최근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한 해운 업체(중국 창장항윈그룹 난징요우윈 주식회사)로 중국 와이윈창항그룹의 계열사다. 오는 6월 4일까지만 거래된다. 지난해 5월 상장폐지 사유로 거래 정지된 다음 정리매매를 위해 거래가 재개된 4월 21일부터 5일 연속 하한가로 밀렸다. 이 때문에 중국 첫 국영기업의 상장폐지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쓴 창요우는 4월 25일 주가가 0.96위안까지 내려가 국유 상장사로는 처음으로 주가가 1위안 밑으로 떨어지는 수모도 겪었다.
문제는 하한가 와중에도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무모한 도박의 배경엔 ‘설마 국유기업을 퇴출시키기까지 할까’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증시의 유명무실한 퇴출 제도가 이런 고정관념의 주범이다.
‘중국 기업에 퇴출이란 없다’
우샤오추(吳曉求) 런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은 2009~2011년 주요국의 상장사 퇴출 비율(연간 퇴출 회사 수÷연말 상장사 수)을 분석한 결과 중국(0.22%)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4.39%)·도쿄거래소(2.86%)·뉴욕증권거래소(7.29%)·나스닥(9.85%)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상장폐지 제도가 정식 운영된 2001년 이후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2013년 말까지 퇴출된 상장사는 44개사(WIND 기준)로 같은 기간 한국의 유가증권시장 퇴출 기업 수(271개사)의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명무실한 퇴출 제도는 증시의 자원 배분 효율 제고라는 기본 기능을 퇴색하게 만든다. 정부가 상장사의 생존을 암묵적으로 보장해 주는 환경에서는 상장사의 경영자와 지배 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구속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 투자자들은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하는 리스크 관리 의식이 생길 여지가 없다.
중국 당국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증시 퇴출 제도 강화에 힘써 왔다. 중국은 1993년 제정한 공사법에서 상장폐지 규정을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2001년에 이르러서야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상장폐지 시행 규정을 만들면서 그해 3년 연속 손실을 이유로 ‘수이센’을 첫 퇴출 기업으로 지정해 퇴출했다. 2012년 4월 창업판 퇴출 제도를 개시하고 그해 5월 중소기업판 퇴출 제도를 수정 강화하고 6월에는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의 A주에 대한 퇴출 제도를 수정 강화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의 노력은 실질적인 수치로 나오지 않았다. 증시 퇴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번에 퇴출이 결정된 창요우는 첫째 국유기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중국 증시에서 상장사 수로는 2011년부터 민영기업이 국유기업을 추월했다. 그러나 시가총액이나 매출 실적 기준으로는 아직도 국유기업이 증시의 70~80%를 차지한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국유기업의 첫 상장폐지 결정은 “퇴출을 시장화의 일상적인 과정”으로 만들겠다는 중국 당국(샤오강 중국 증감회 주석)의 공언이 허언이 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 증권계에서는 둘째로 상장폐지될 국유기업을 놓고 소문이 무성할 만큼 퇴출 제도가 본격 가동할 것으로 본다.
더욱이 중국은 작년 말 발표한 주식 발행 제도 개혁 방안을 통해 신규 기업공개(IPO) 제도를 심사비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는 과도기로 접어들었다. 진입 문턱을 확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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