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할수록 이번 사고는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실패뿐만 아니라 ‘소통’의 실패로도 보인다.
[CEO 에세이] 소통을 기다리는 SOS
마가렛 키 버슨-마스텔러코리아 대표
1973년생. 1996년 미국 워포드대 영문학·사회학과 졸업. 1999년 연세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1999년 현대산업개발 해외재무팀, 2009년 에델만재팬 사장. 2010년 버슨-마스텔러코리아 대표(현).



최근 출장길에 상하이를 들렀을 때 많은 동료들이 한국 사회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여객선 사고에 대해 물었다. 사실 이렇게 전 세계로부터 여객선 사고와 그 피해 가족들 그리고 구조자에 대해 묻는 전화와 e메일에 필자는 다소 놀랐다. 요 며칠 텔레비전 뉴스와 언론 보도를 보며 할 말을 잃었고 여객선에 타고 있던 학생들의 부모를 생각할 때면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이뤄 온 국가적·기업적 명성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필자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번 사고는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실패뿐만 아니라 ‘소통’의 실패로도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보도가 계속될수록 만약 효과적인 소통이 적시에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슬픔과 고통보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현재 모든 초점이 실패, 특히 문제의 본질을 환기하지 못한 승무원과 선장의 실패, 선장이 여객선을 끝까지 지키며 승객들에게 실제 상황을 알려주지 못한 실패, 즉각적인 대피로 이어지지 못한 실패, 사고 여객선 탑승객의 가족들에게 승객들의 현 상황을 적절히 알려주지 못한 담당자의 실패에 맞춰져 있다. 이번 사건을 열심히 보도하고 있는 언론 역시 사고 당시 탑승객이 보낸 것으로 추정됐지만 결국 거짓으로 판명 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잘못된 사실을 성급하게 보도한 것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사회인지라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혼재가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매우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 보도하는 것은 더욱 큰 책임을 요구한다.

정부 또한 정확한 상황 파악과 위기 상황에 대한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도 정부의 대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1있다. 위기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위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다. 현재 위기 상황은 어떤지, 그래서 어떤 대책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대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시시각각 관련자들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위기 관련자들은 위기 관리자들을 믿고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위기 상황 발생 시 우리는 사건 발생 후 24시간 안에 상황이 완화 혹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최초 24시간은 자신의 직무를 망각하고 당국의 주의를 환기하지 못한 리더, 결과적으로 여객선과 탑승객의 상황에 대해 추측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SOS는 국제 모스부호로, 조난신호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해상의 선박과 연관돼 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배를 구해 주세요(Save Our Ship)’라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만약 ‘여객선이 긴급 SOS 구조 요청을 보냈고 이러한 긴박한 상황이 탑승객들에게 전달됐다면’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슬픈 날의 참사를 막지 못한 당국과 담당자들에게 ‘우리나라를 구해 주세요(Save Our State)’라는 또 다른 SOS를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