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 장관조차 알 수 없는 환율의 방향성 예측에 기반한 거래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계약이 장기 계약일수록, 레버리지가 큰 파생 계약일수록 더욱 그렇다.
정지홍 RHT 대표이사

1973년생. 2000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수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 2006년 시카고대 대학원 금융수학 석사. 2001년 미 필립스그룹 메드퀴스트 근무. 2006년부터 KB국민은행·IBK투자증권 등에서 근무. 2011년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RHT) 대표(현).


지난 1월 30일 미국이 100억 달러의 추가적인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발표하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주말임에도 회의를 열고 “출구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니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신흥국 금융 불안 때는 위기 점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반에 관한 발언이지만 이 발언을 가지고 환율의 방향에만 적용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왠지 예전 금융 위기 때처럼 뭔가 심상치 않구나. 정부에서 안정화 노력을 하겠다고 하지만 환율이 오르면 올랐지 내리지는 않겠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다.

실제 그다음 월요일, 환율은 1072원에서 1086원으로 14원이나 폭등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뒤인 4월 초부터 환율이 급반전해 1031.4원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이번에는 환율 하락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진화에 나섰다. 불과 두 달 만에 환율이 이렇게 떨어질 줄 알았다면 두 달 전 차라리 환율이 오르게 놓아 뒀으면 좋았을 뻔한 결과가 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 경제 담당자들은 두 달 앞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 무능하기만 한 걸까. 그렇지 않다. 펀더멘털은 튼튼하니 문제없다는 발언 후 한 달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던 일이나 정부 출범과 동시에 스스로 환율을 급등시켜 버린 전 정부의 환율 정책과 비교하면 현 정부 행동은 그야말로 ‘클래스’가 있다.

다만 그 두 달 사이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재닛 옐런 의장의 “경제는 당분간 예외적인 부양책을 요구한다”는 현재의 초저금리 유지 발언이 환율 시장의 분위기를 하루아침에 바꿔 놓은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통화정책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영향력이다.

올해의 환율 변동을 보면서 기업들의 교훈은 무엇일까. 요즘 같은 때 장관조차 알 수 없는 환율의 방향성 예측에 기반한 거래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계약이 장기 계약일수록, 레버리지가 큰 파생 계약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환율 헤지는 어느 날 뉴스를 보고 ‘앞으로 환율이 오르니(내리니) 큰일이구나’하는 위기 대응이 아닌 평소에 회사가 경영에 필요한 환율의 범위를 산정해 환율이 이를 벗어날 때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업무가 돼야 한다. 그래야 유리한 조건, 유리한 환율 범위에서 거래할 수 있다.

기업의 환율 헤지는 환율 변동에서 오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제거가 목적이지 별도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적인 금융거래가 목적이 아니다. 또한 기업이 헤지할 환율의 방향과 폭을 선택하는 것이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책임지지 않는 환율의 방향 예측에 기초한 거래가 아니라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또한 실제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율 거래의 계약 규모가 적절한 크기인지 확인 또 확인해야 한다. 거래 규모가 커지면 헤지 포지션이 투기 포지션으로 변경돼 레버리지가 큰 거래일 때 더 큰 재무 위험에 노출된다. 장내 선물거래, 금융회사와의 장외거래, 무역보험공사와의 환 변동 선물보험 모두 마찬가지다.

환율 예측의 위험성과 헤지의 본질을 이해해 환율의 하락 전망에 기초한 KIKO 사태나 외환 위기, 금융 위기 때처럼 치솟는 환율을 무방비 상태로 맞이했던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