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깨고 4분기 실적서 두각…라인, 모바일 메신저 1위 넘봐

제아무리 날고 기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형 마트 시장에 기세등등하게 진출했던 월마트나 까르푸가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외산 스마트폰도 한국 시장점유율 면에선 국산 폰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비단 스마트폰에 국한된 사례는 아니다. 2G폰 시절에도 노키아나 소니 같은 브랜드는 애니콜과 사이언에 대적할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한다는 한국의 온라인·인터넷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3사’ 앞에서 글로벌 검색엔진인 구글이 힘을 쓰지 못한다. 2012년 말에는 야후가 아예 한국 시장 철수라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토종 기업이 꽉 잡고 있는 한국 시장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업체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게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매출과 순익 면에선 3사의 표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6일 업계 1위인 네이버와 3위인 네이트가 나란히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매출 6411억 원, 영업이익 1543억 원, 당기순이익 46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3년 전체로 보면 2조3890억 원 매출에 7020억 원의 영업이익, 54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만년 3등 네이트는 이번에도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75억 원, 영업 손실 177억 원, 순손실 261억 원을 기록했다. 9분기 연속 적자다. 업계 2위인 다음은 4분기 매출액 1437억 원, 영업이익 151억 원을 기록했다. 네이트에 비해선 선전했지만 업계 1위인 네이버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 게 사실이다.


라인 누적 다운로드 3억4000만 건
얼핏 비슷한 콘텐츠와 서비스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결과는 실적에서 드러나듯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네이버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 분기 대비 9.5%, 47.7% 증가한 기록이다. 업계에선 이번 네이버의 4분기 실적을 보며 의외라는 평이 많다. 매출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 광고(2013년 기준 전체 매출의 58.5%)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정부가 추진한 검색 광고 규제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4분기 관련 매출은 3626억 원을 올려 3분기보다 9.1% 증가했다.
[비즈니스 포커스] 라인·밴드 날개 달고 독주하는 네이버
네이버의 4분기 성장을 이끈 주인공은 또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이다. 라인은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코퍼레이션(LINE Corp.)이 전담하는 서비스로, 2014년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18.4% 증가한 2131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계열사인 네이버재팬이 2011년 6월 23일 처음 출시했다. 해외에서 먼저 시장을 개척한 매우 드문 사례다. 네이버는 이전에도 네이버 ID를 기반으로 ‘네이버톡’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로 라인이 개발된 배경이다. 최근 라인의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3억4000만 건에 달한다. 하루 순증 가입자만 60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누적 가입자가 5억20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국내 모바일 메신저 1위인 카카오톡(1억3000만 명)을 앞지른 지 오래다. 최윤미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라인의 총매출이 7325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인의 무서운 성장세에 힘입어 네이버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라인 가입자가 1000만 명 이상인 나라는 일본·태국·대만·스페인·인도네시아·인도 등 6개국에 이른다. 일본·대만·태국에선 구글 플레이 무료 다운로드 순위 기준으로 1등 모바일 메신저 자리를 차지했고 모바일 메신저 다운로드 톱5 안에 드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에 이른다. 특히 아르헨티나·멕시코·칠레 같은 남미 국가에서의 인기가 눈에 띈다. 이들 지역은 인구가 많고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라인을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 다운로드 수가 높은 지역이다. 라인은 현재 아르헨티나·칠레·멕시코에서 모두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창 찾기’ 열풍 되살린 밴드
카카오톡이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게임·광고·스탬프(스티커)·쇼핑 등으로 생태계를 넓히는 데 성공한 것처럼 라인도 우수한 수익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게임이다. 게임은 라인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170억 달러였다. 라인은 이미 선보인 40여 개의 게임 외에도 지난 1월 말 6개의 게임을 새로 출시했다. ‘라인:디즈니 줌줌’은 일본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37%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라인·밴드 날개 달고 독주하는 네이버
[비즈니스 포커스] 라인·밴드 날개 달고 독주하는 네이버
라인과 함께 네이버를 이끌 쌍두마차 중 하나는 ‘밴드(BAND)’다. 밴드는 네이버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이 선보인 서비스다. 단어 그대로 자신과 관계가 있는 지인들을 묶어 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밴드는 해외 이용자 2300만 명, 국내 이용자 1800만 명을 넘어 최근 가장 뜨거운 SNS로 성장했다. 밴드의 성공에는 ‘폐쇄형 SNS’의 유행이 한몫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1세대 SNS는 사생활 노출, 불특정 다수와의 정보 공유 등을 특징으로 한다. 기존 서비스에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은 지인의 범위를 제한하는 폐쇄적인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이용자 수 1위를 기록한 카카오스토리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패스(Path)·넥스트도어(Nextdioor)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밴드는 2012년 8월 처음 선보였는데, 출시 40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대박을 터뜨렸다. 시장조사 기관인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밴드의 국내 순이용자 수는 페이스북을 앞질러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이름과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가입이 완료되는 간단한 시스템이다. 밴드의 폭발적인 인기는 ‘밴드 동창 찾기’ 서비스가 절대적이다. 학교명과 졸업 연도만 기입하면 졸업한 학교별 밴드(모임)가 뜨는데, 2000년대 초반 열풍이었던 ‘아이러브스쿨’을 능가하는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밴드는 누적 다운로드 수 2300만 건을 기록 중이다.

밴드 역시 라인과 마찬가지로 게임·광고 등 다양한 수익 창출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게임 부문이 주목받는다. 네이버는 2월 11일 밴드게임 입점 업체의 수익률 배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게임 개발사에 최저 56%, 최고 64%를 지원한다는 안이다. 개발사가 네이버 앱스토어가 아닌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할 경우에도 구글이나 애플에 30%, 캠프모바일에 14%를 유통 비용으로 지불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개발사는 56%의 수익 배분을 확보하게 된다. 구글과 이통사가 30%, 카카오가 21%를 먼저 떼어가는 카카오톡 게임 유통 구조와 비교해 개발사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 주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 기반의 기존 게임 플랫폼 대세가 깨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밴드는 해외 이용자 수가 더 많은 SNS로 네이버 역시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2월 6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아시아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를 집중 공략해 밴드의 세계화에 공을 들일 계획”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1분기 안에 게임 플랫폼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