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전환 수요·소비자 심리 ‘파란불’…고덕시영 등 대규모 분양 채비
그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에 비해 침체됐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다섯 달 연속으로 매매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내 집 마련을 미뤄 왔던 실수요자들에게는 이번 봄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수급을 중심으로 올봄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자.2008년 금융 위기 후 몇 차례 반등 시도가 있었지만 반등이 지속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장에서 과거와 확실히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선 실수요의 확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4년 1월 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7.2%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역사적으로 가장 높았던 2001년 10월에 69.5%였던 것을 감안하면 역사적 정점까지는 불과 2.3%밖에 남지 않았고 올해 5~7월쯤에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 다다른 전세 시장
전셋값 비율은 전셋값이 싼 재건축이나 집값이 전셋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대형 평형을 포함한 전체 평균 개념이므로 무주택자의 수요가 많은 소형 주택의 기준으로 보면 80%가 넘는 지역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투자 측면에서 어떤 의미일까. 첫째, 전세를 얻을 돈에 20%만 더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이점이 있다. 매년 2년마다 찾아오는 전셋값 인상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이사 비용이나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사 자체도 번거롭지만 자녀가 취학할 때 이사 자체는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전셋값이 오르면 자기가 살던 집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전체가 오르기 때문에 전세금을 올려주지 못해 이사 간다는 의미는 더 작은 집으로 가든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다는 의미다. 전자는 불편함을, 후자는 아이의 학교나 유치원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에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도 이런 불편이 있었지만 수도권의 경우 전셋값 비율이 50%도 되지 않는 기간이 많았고 심지어 40%도 되지 않을 때도 있었기 때문에 내 집 마련보다 전세라는 싼 주거 형태가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가 더 이상 매매에 비해 싼 주거 형태가 아니다.
둘째, 전세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는다는 의미는 집값이 20%만 내려가도 깡통 주택이 된다는 의미다. 그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이것은 집주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입자 본인의 전세금이 동시에 날아가는 것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집주인으로서는 사채를 써 가면서 전세금을 빼줄 가능성은 낮다. 알아서 전세를 빼 가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경매를 신청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경매를 하면 그 집의 가치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낙찰가가 정해지고 세입자는 그에 비례한 배당금을 받아 가기 때문에 세입자가 경매를 신청한다는 것은 자기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는 것이다. 결국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집에 살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그 집에서 좋든 싫든 계속 살아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과거 전셋값 비율이 높았던 일부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런 이유로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 전세입자로서는 만기가 됐을 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매매로 갈 것인지, 아니면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로 갈 것인지, 그도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한 번 더 전세를 살 것인지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고 최근에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세입자에게는 시련의 계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입자 본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매매 시장으로 달려가지 않는 한 전셋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고 전세의 위험성과 전세 매물의 기근 현상 때문에 매매 시장으로 돌아서거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월세 형태로 임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13년 4분기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4.4%다. 세 채 중 한 채 이상은 이미 월세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1년 전 그 비율이 26.1%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월세화 진행 속도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3년 후에는 아파트 시장에서조차 전세보다 월세가 일반적인 계약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거래 통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2012년 대비 2013년의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4만5295건이 줄어들었지만 월세는 5355건이 늘었고 매매는 무려 10만744건이 증가했다. 실수요자 개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장이 월세냐 매매냐를 강요하는 상황이 되어 가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위례신도시 분양 인기
전셋값 비율 외에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지표는 소비자심리지수다. 한국은행이 매월 말쯤 발표하는 이 지수에는 여러 지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주택 가치 전망’이다. 1년 후의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인데, 100보다 높으면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월 말에 발표된 지수는 117이다. 2008년 하반기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수가 110 이상 4개월 정도 유지된 것도 처음이다. 이런 실수요 증가에 힘입어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분양 시장은 실수요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주택자 보다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 청약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도 있지만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낡은 주택보다 새 아파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에도 강남 재건축 일반 분양이나 위례신도시 분양이 크게 인기를 끈 바 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분양 시장의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구역의 일반 분양이 눈에 띈다.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 파크 아파트의 2차 분양이 2분기에 잡혀 있고 올해 물량 중 최대치를 자랑하는 고덕 시영 재건축도 2분기에 분양할 예정이다.
이 밖에 1000가구 이상을 일반 분양하는 단지로는 왕십리 뉴타운 안에 있는 텐즈빌이 2분기에 계획이 잡혀 있고 종로구 교남동의 경희궁 자이도 가을께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경우 이미 학군 등 그 지역의 커뮤니티 수준이 검증된 지역이 많으므로 분양 받는 사람으로서는 리스크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위례신도시를 비롯한 택지지구도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세곡2지구의 민간 분양 계획도 잡혀 있고 위례신도시는 수천 가구가 일반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동탄 2기 신도시 분양도 올해 본격화될 예정이고 하남미사 지구에도 2000가구 이상의 새 아파트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은 2013년에 비해 분양 물량이 다소 줄었고 그나마 세종시와 부산·경남 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 세종시은 올해만 8000가구 이상의 일반 분양이 잡혀 있어 고질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해갈될 것으로 보인다.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는 건 금물
분양 받을 때 주의할 점은 모델하우스만 보고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새로운 평면과 고급 자재, 잘 연출된 가구 배치나 최신 가전제품을 보고 나면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런 집에 한번 살고 싶어 며칠은 끙끙 앓게 된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만 보고 분양 받는 것은 겉모습만 보고 평생을 같이할 배우자를 고르는 것과 같다.
왜 똑같은 아파트인데 지역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까. 비싼 아파트라고 금으로 장식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멘트, 같은 철근을 써서 짓기 때문에 건물의 건축비 자체는 비슷하다.
차이가 나는 것은 땅값이다. 입지의 차이가 땅값의 차이를 가져온다. 물론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가 무조건 입지가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변 시세보다 많이 비싸다면 입지가 좋더라도 상승 가능성은 낮다. 결론적으로 말해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는 분양가는 쉽게 알 수 있지만 입지는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양사의 홍보성 설명만 듣고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첫째, 그 지역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인지 여부다. 인근에 대단위 업무 시설이 들어선다면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그렇지 않다면 대단위 업무 시설이 있는 지역과의 교통편이 편리한지 여부도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현재보다 미래에 이뤄지는 게 좋다. 현재 이뤄져 있는 곳은 이미 주변 시세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이 5000명에 이르는 대기업이 인근으로 내년에 새로 이전해 온다면 호재라는 의미다.
둘째,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공급이 많이 늘어나는 지역은 피해야 한다. 수요는 1000가구 늘어나는데 공급은 1만 가구 늘어난다면 집값이 내려갈 것은 자명한 이치다. 물론 그 지역의 교통이 편리하다면 다른 지역의 수요를 끌어올 수도 있지만 그도 아니라면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셋째, 새 아파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새 아파트가 낡은 아파트보다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같은 값’이라는 것이다. 낡은 아파트를 사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 새 아파트 못지않게 고칠 수 있다. 그 비용에 비해 그 지역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크게 비싸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낡은 기존 아파트가 역세권 등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새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고 기존 아파트를 사서 수리해 입주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너무 비싼 값에 분양 받아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셋값 폭등과 정부의 규제 완화, 투자 심리의 호조에 따라 올봄은 부동산 시장에도 따뜻한 기운이 돌 것으로 보인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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