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탄탄한 경제구조 재평가 계기 될 수 있어
지난 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적인 1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 축소가 결정됐다. 예정된 양적 완화 축소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최근 인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들의 파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잠시 반등했던 신흥국 통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여기에 헝가리와 폴란드 등 경제 여건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동유럽 신흥국 통화까지 영향을 받으며 이머징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자극해 전 세계 주식시장의 하락을 불러 왔다. Fed, ‘오직 미국만 신경 쓰겠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 원인은 단순한 미 Fed의 양적 완화 축소 효과가 아니다. 이보다는 2008년 이후 지속돼 온 미국과 신흥국 간 금융 공조 체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1월 FOMC 성명서에는 신흥 시장 혼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오직 미국 내 경제 상황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 추가 양적 완화 축소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Fed가 추가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충격을 신흥국 경제 스스로 극복할 문제지 Fed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인 신흥국 자산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신흥국으로부터 대규모 자본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아직 신흥국 우려가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둘째, 양적 완화 축소가 미국 금리 인상 등 급격한 통화 긴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신흥국 내 대표적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 및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넷째, 과거와 다르게 주요 신흥국이 유연한 환율 제도와 충분한 외화 보유로 대외 여건 대응 능력이 강화됐다. 마지막으로 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국 경제지표 둔화는 지난해 혹한과 폭설에 따른 단기적 노이즈에 불과해 추세적인 경기 회복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므로 아직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삼갈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번 신흥국 우려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재차 펀더멘털 우수 국가와 취약 국가의 옥석 가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때 한국의 우수한 펀더멘털이 부각될 수 있다.
한국의 1월 일평균 수출액은 엔화 약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20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9% 늘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707억3000만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1월 말 현재 외화보유액도 3483억9000만 달러로 7개월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단기 외채 비율도 27.1%(지난해 9월 말)로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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