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을 통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1694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역시 886억 달러 흑자로 사상 최고치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3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54.3%의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1조3000억 달러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는다. 이 거대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IBM·오라클·SAP 등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들로,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네트워크의 약점 때문이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는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모든 경쟁자들이 동일한 링에 오르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으면 글로벌 거대 기업들과도 충분히 맞설 수 있다.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운 구매자들에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현장에서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건설 공학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다스아이티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등 세계 건축사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이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설계됐다. 창립 15년이 채 안 된 이 회사가 이 분야 히든 챔피언에 오른 비결은 창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미국·일본·유럽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건설 엔지니어링 설계 분야 글로벌 기업들을 공략했고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분야 벤처 1세대 기업인 티맥스소프트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분야 한국 1위인 이 기업은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지난해 말 싱가포르와 영국에 해외 지사를 설립,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에프엑스기어 역시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영화 시각 효과(VFX)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용 그래픽 시뮬레이션, 가상 피팅 솔루션 등 다른 분야의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년 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컴퓨터 그래픽 박람회인 시그라프(SIGGRAPH)에 참가해 단독 부스를 열고 자체 개발한 3D 의상 시뮬레이터 퀄로스(Qualoth)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전 네트워크 작업을 진행해 왔다.
고객이 있는 곳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맞춤형으로 서비스하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올해는 한국의 많은 강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다. 2014년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ICT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창환 에프엑스기어 대표
1973년생.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서울대 전기공학부 석사. 서울대 전기공학부 박사. 서울대 기초전력공학원 책임연구원. 2005년 에스엑스기어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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