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이어지면 2016년 목표 달성…‘주가 3000’ 여부는 불투명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4만 달러보다 ‘3만 달러’ 시대가 먼저다. 과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어떤 조건이 충족됐을 때 가능하고 그때 주가지수 ‘3000 시대’도 열릴 수 있을까.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에 255달러였다. 국민소득은 1980년대 들어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1980년에 166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90년에는 6303달러에 이르렀고 1995년에는 1만1735달러로 1만 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런 소득 증가와 함께 1996년 당시 세계적 조류였던 신자유주의에 따라 한국은 자본시장을 대폭 개방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인 1997년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누적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서 경제 위기를 겪었다. 1998년에는 경제가 마이너스 5.7% 성장한 데다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7607달러로, 1992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약속한 박 대통령
IMF 경제 위기를 겪는 동안 한국의 은행과 기업 등 각 경제 주체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고 2007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1632달러로,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일본이 1987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한국은 그보다 20년 뒤졌다. 그러나 2만 달러를 돌파한 다음해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2009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7041달러로 추락하는 경험을 했다.
2013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000달러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르면 2016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득을 전망하려면 우선 경제성장과 환율 예상이 전제돼야 한다. 2014~2017년 한국 경제는 연평균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이처럼 경제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3%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동안 노동은 경제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할 것이고 이미 자본이 많이 축적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본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하기도 어렵다. 나머지 총요소 생산성이 잠재 성장 능력 향상 여부를 결정할 것인데, 이 역시 단기에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1인당 국민소득의 또 다른 결정 요인은 환율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달러 기준으로 표시되는 국민소득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한국의 구조적 경상수지 흑자에 기인한다. 2013년에는 경상수지가 690억 달러 정도 흑자를 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수지가 이처럼 흑자를 내는 것은 한국의 총투자율보다 저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이 1997년 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이익은 더 냈지만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투자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5년 정도 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투자율이 저축률을 웃돌 정도는 아닐 것이다.
2013년 109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연평균)이 2016년에는 964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처음으로 맞이했던 2007년에 원·달러 환율이 929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만 달러 시대의 환율 960원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 경제가 이처럼 성장하고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면 2016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물론 국민소득은 경제성장률보다 원화 환율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만약 환율이 전망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다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더 빨리 올 수 있고 환율의 하락 속도가 느리거나 상승한다면 2017년에도 3만 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다. 일본이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를 5년 만에 달성할 수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엔화 가치가 12% 상승한 것도 국민소득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소득 1% 늘면 주가 1.38% 상승
2016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경제성장률이나 환율 전망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되면 주가지수(코스피 기준)도 3000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한국의 주가지수는 1994년 말 일시적으로 1000을 돌파했고 그 다음해인 1995년에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도달했다. 그리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던 2007년에 주가지수도 2000을 넘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될 2016년 전후에 주가지수 3000 시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주가와 국민소득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회귀방정식을 추정해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1% 증가하면 주가는 1.38%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58달러가 된다면 그해 평균 주가지수는 2767 정도가 된다. 그러면 2016년 무렵에 주가가 일시적일지라도 300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어디까지나 주가와 국민소득의 과거 관계가 미래에도 이어진다는 조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가는 사이에 주가지수(S&P500)가 229%나 상승했다. 국민소득 증가보다 주가가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일본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던 1987년에서 1990년에 주가(Nikkei225)가 108% 상승했지만 그 이후 거품이 붕괴되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던 1992년에는 주가가 1987년보다 오히려 22%나 떨어졌다. 국민소득이 늘어도 주가가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환율이 전망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다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더 빨리 올 수 있고 환율의 하락 속도가 느리거나 상승한다면 2017년에도 3만 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주가가 미국처럼 국민소득과 비례하면서 상승할까 아니면 일본처럼 국민소득은 증가하는데 주가는 하락할까. 이에 대한 답은 지금 내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 주식시장 주변 환경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의 고령화 진전 속도는 일본보다 더 빠르다. 사람들이 젊어야 집을 사고 주식도 산다. 경제성장률이 일본처럼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08년에 주식시장에서 큰 고통을 겼었던 한국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점차 멀리하고 있다. 2007년 한국 개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21.4%였지만 2013년 9월에는 16.6%로 낮아졌다. 일본 개인들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2013년 6월 현재 8%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가도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주식보다 국채를 더 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주가 3000 시대가 온다면 국민연금과 외국인 매수 때문일 텐데, 거기에 큰 기대를 걸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