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연구의 질’ 평가에서 두각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지난해 말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은 북한의 불안정성과 위험성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불법적으로 핵무장을 하고 공공연히 핵 위협을 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동북아 정세도 역내 국가 사이에 전략적 불신이 뿌리 깊은 데다 중국의 팽창, 일본의 우경화, 미국의 아시아 귀환으로 인해 군사적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세계 전역의 안보 상황도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경제 대외 의존도와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 안보 상황은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가용한 국방력뿐만 아니라 외교력·경제력·정보력·국민합의 등 국가 안보 총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외교 및 국가 안보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다.

이 가운데 진행된 이번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조사는 한국 32개 연구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외교·안보 부문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대외 영향력, 연구 보고서의 질, 연구 역량 등 총 3부문으로 나눠 채점한 후 이를 종합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통일연구원·세종연구소·한국국방연구원 등 ‘빅 4’가 경합을 벌인 끝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통일연구원, 지난번 이어 2위 지켜
15명의 연구진이 활동하는 외교안보연구소는 국립외교원 부설 연구소다. 모두 5개 연구부와 3개의 연구센터로 구성돼 있다. 안보통일연구부와 아시아·태평양연구부는 군축·비확산 등 국제 안보, 북핵·남북관계 등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한다. 미주연구부는 한미 동맹에 대한 연구와 미국·중남미 외교 안보 정책, 미국 군사전략 등의 연구를 담당하고 유럽·아프리카연구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 유럽·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정치·경제·국제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통상연구부는 글로벌 거버넌스, 기후변화, 공적개발원조(ODA),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정치·경제문제, 인권과 영토 분쟁과 같은 국제법 관련 문제에 대한 연구를 담당한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이 밖에 중국연구센터, 외교사연구센터, 국제법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세 센터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한중 관계 발전, 외교사 연구, 국제법 연구의 심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외적 영향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통일연구원은 지난번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통일연구원은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던 1991년 문을 열었다. 현재 1실 6센터 1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감사와 통일정책연구협의회가 있다. 국책 연구 기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인 통일연구원은 통일 정책과 북한, 국제 관계 등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통일 정책은 2000년대 이후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 남북 관계를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현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 통일 방안을 수립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주요 과제다. 또 지난해 말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 처형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권력 구도의 변화와 지배 체계의 관계 분석도 주요 관심사로 다루고 있다. 이곳은 4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있으며 연구 결과를 ‘북한인권백서’, ‘통일정책연구시리즈’, ‘북한인권’, ‘월간북한동향’ 등의 단행본으로 내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상위권 순위는 ‘연구의 질’을 두고 치열한 접전이 일어났다. 연구의 질 항목만 따져보면 3위에 오른 세종연구소는 202점을 받아 2위인 통일연구원(189점)보다 13점이, 4위인 한국국방연구원(159점)보다 43점이 앞섰다. 세종연구소는 안보·통일·외교 분야 최고의 민간 연구소다. 지난번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세종연구소는 지난해 ‘중국의 부상에 따른 러·중 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방안’, ‘미·중 군사전략의 충동 가능성과 한국의 대응’, ‘정치 엘리트 응집력과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 ‘후진타오 시기 중국의 아세안 안보 정책과 향후 전망’, ‘북한 독재 체제는 왜 붕괴하지 않는가?’ 등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세종연구소는 미얀마 랑군(양곤) 테러 사태를 계기로 설립됐다. 1983년 재단법인 일해재단이 설립되면서 설립이 추진된 세종연구소는 1986년 재단 부설 ‘평화안보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소했다. 같은 해 2월 ‘일해연구소’로 명칭이 변경됐다가 1996년 9월 재단법인 세종재단 부설 세종연구소로 재편됐다. 1999년 이후 한반도 안보 정책을 다루는 안보전략연구실, 대북 정책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연구하는 통일전략연구실, 4대강에 대한 기초 연구와 정책 연구를 병행하는 지역연구실, 국제사회의 정치 경제적 이슈를 분석하는 국제정치경제연구실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 외부 전문 인력을 연구 사업에 참여시키는 객원 연구위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를 보완하고 전문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첫 등장 눈길
4위에 그친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은 1979년 출범한 국방관리연구소가 모태다. 1987년 한국국방연구원법이 제정되면서 독립적인 국방 정책 연구 기관으로 재탄생했다. 연구는 안보 환경 분석, 군사력 건설 방안, 무기 체계 정책, 인적·물적 자원 관리 정책, 국방 정보화 방안 등 국방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연구 보고서 외에도 한국국방연구원은 시사 주간지 ‘주간 국방논단’, 국방 전문 학술지인 ‘국방정책연구’, 영문 학술지 ‘코리아 저널 오브 디펜스 애널리시스(Korea Journal of Defense Analysis)’ 등을 출간하고 있다. 매년 10여 차례의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도 한다.

‘빅 4’의 뒤를 이어 동아시아연구원·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아산정책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소·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등이 10권에 이름을 올렸다. 순위권 내 처음 모습을 보인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북한·통일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한반도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에 따라 동북아시아 및 전지구의 평화 질서와 협력 방향이 크게 좌우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이런 과제를 감당하는데 필요한 지식 창출을 목표로 설립된 연구 기관이다. 통일과 평화를 총체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학제적인 연구를 지향한다. 2010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사업의 일환으로 ‘평화인문학연구단’이 구성돼 한반도 문제에 기초한 새로운 평화론의 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이곳은 한반도 통일을 분단 상태 해소의 차원에 한정하지 않고 근대국가 체제 중심의 20세기 질서를 넘어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와 지역, 다양한 개인들의 차원에서도 통합과 공존, 화해와 평화의 질서를 만들어 가는 미래 지향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