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평촌 등 일부만 혜택… 추가 규제 완화 필요
4·1 부동산 거래 정상화 조치의 일환으로 발표됐던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에 관한 법률(주택법 개정안)이 8개월 만의 진통을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15층 이상 건물은 3개 층을 수직 증축하고 14층 이하 건물은 2개 층만 수직 증축할 수 있게 허용된다. 그러면 수직 증축이 왜 중요할까. 리모델링 사업에서 수직 증축은 일반 분양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물론 기존 법에서도 소위 수평 증축과 별동 증축을 통해 기존 가구수의 10% 내의 일반 분양은 허용됐다. 하지만 수평 증축이나 별동 증축은 현실성이 아주 결여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 없어
수평 증축은 기존의 건물을 옆으로 더 늘려 추가 가구를 더 건설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 1호 라인에서 4호 라인까지 있는 건물이라면 5~6호 라인을 더 짓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옆으로 늘어난다면 다른 동의 조망권을 없애버리거나 심지어 동간 거리가 아주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별동 증축은 실현성이 더 떨어진다. 아파트를 처음 분양할 당시 15~20년 후 리모델링을 할지 모르니 빈 땅을 남겨두자는 건설사는 하나도 없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자투리땅까지 찾아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에 단지 내에 별개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여유 땅이 없는 것이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건물의 조망권이나 일조권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일반 분양이 가능한 리모델링 단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직 증축은 과거의 수평 증축이나 별동 증축과는 다르다. 기존 건물 위에 그대로 증축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적은 것이다. 가장 걸림돌은 안전에 대한 우려인데, 이를 불식하기 위해 2회에 걸친 안전 진단을 하게 된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못했던 것인데, 이번에 개정된 안을 따라도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가구 수의 15%까지 일반 분양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기존 법에서 허용하는 증축 범위(85㎡ 이하 주택은 기존 면적의 40%, 85㎡ 초과 주택은 기존 면적의 30%) 이내에서 가구 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66㎡(20평형)짜리 아파트가 리모델링된다면 기존 법에 의해서도 40% 증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93㎡(28평)형으로 증축된다. 26㎡(8평)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증축 범위 40%를 가구별 면적을 늘리는 데 모두 사용했으므로 일반 분양은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1억5400만 원 정도의 공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번에는 일반 분양 15%를 생각해 보자. 증축 범위가 40%이므로 일반 분양분 15%를 빼면 25% 만큼 증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림 A>처럼 기형적 모습이 되게 된다. 그림에서 연두색 부분은 기존 건물이고 붉은색 부분은 가구별 증축, 파란색 부분은 수직 증축 부분이다. 그러므로 수직 증축 15%가 되려면 가구별 증축 범위는 25%가 아니라 <그림 B>처럼 정확히는 21.7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66㎡형은 리모델링 후 80㎡(24평)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수직 증축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공사비를 3.3㎡당 550만 원(분양 면적 기준), 3.3㎡당 분양가를 155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일반 분양 3.3㎡당 1000만 원의 분양 수익이 생긴다. 이를 가구별로 분배하면 3653만 원 정도의 분양 수입이 들어간다. 한편으로 증축 후 면적이 80㎡밖에 되지 않으니 공사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가구당 총 부담금은 9740만 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결국 기존 66㎡형 아파트는 예전에 1억5400만 원을 부담하면서 93㎡형으로 증축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9740만 원만 부담하면서 80㎡로 증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시 말해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큰 평형을 갈 수 있는 방법과 상대적으로 작은 평형이지만 적은 추가 부담금을 내는 방법 중에서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면 수익성 면에서는 어떨까. 80㎡형보다 93㎡형의 수요가 많고 3.3㎡당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만 따져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다소 높다. 결국 이번에 개정된 수직 증축 안은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이 아니라 분담금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는 대부분 적자
수직 증축을 하게 되면 수직 증축을 하지 않고 가구별 증축을 했을 때보다 오히려 수익성이 조금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수직 증축 허용을 폄훼할 필요는 없다. 소형 평형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중대형 평형에서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존 109㎡(33평)형은 기존 방식으로 40% 증축하게 되면 152㎡(46평)까지 증축할 수 있다. 이때 2억5300만 원 정도의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적은 돈이 아니다. 이때 증축 후 면적을 132㎡(40평)형 정도만 하고 나머지를 일반 분양하면 분담금은 1억6600만 원 정도까지 줄어든다. 3.3㎡당 분양가가 높은 지역은 분담금이 더 줄어들게 된다. 결국 132㎡형이나 152㎡평형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분담금이 낮은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는 이것이 되지 않았는데 수직 증축을 통해 이런 선택권이 새로 생긴 것이다.
그러면 실수요자들은 어떤 방안을 선호할까.
필자가 분당에 있는 한 단지의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각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 준 후 설문 조사를 해 본 결과 리모델링을 찬성한 사람 중 16%가 일반 분양 없는 증축 안을 선호했고 나머지 84%가 일반 분양을 통해 분담금을 낮추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런 결과는 두 가지를 말해준다. 첫째, 예전과 달리 소형 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시장에서 대형 평형의 약세 현상이 진행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보이지 않는 미래의 수익보다 당장의 추가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직 증축이 허용됐더라도 리모델링 사업의 걸림돌인 수익성이 기존 방식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으므로 예전에 비해 리모델링 성공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다.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리모델링이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 1기 신도시를 살펴보자. 산본은 기존 59~79㎡(18~24평)형에서만 약간 수익이 날뿐 나머지 평형은 모두 적자를 면할 수 없으며 일산은 83~106㎡(25~32평)형에서만 수익이 나고 나머지 평형은 적자거나 의미 있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 중동은 83~106㎡형에서만 약간의 수익이 날 뿐이다. 평촌은 사정이 낫다. 83~112㎡(25~34평)형에서 상당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평형에서는 의미 있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이에 비해 분당은 59~106㎡의 경우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됐다. 특히 99~106㎡(30~32평)형은 일반 분양이 허용되면 과거보다 수익률이 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론적으로 말해 수직 증축안 통과는 리모델링 추진 방법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의미에서 환영할만한 조치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수익성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분당이나 평촌 등 일부 지역, 일부 단지만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15% 수직 증축이 기존의 증축 범위와 별도로 허용되면 리모델링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고 기존 방식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했던 단지들도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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