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세계적 문제 풀려면 정부 한계 뛰어넘는 금융의 역할 필수

세상에는 참 여러 가지 신조어들이 많지만 이번에는 ‘기후금융(Climate Finance)’이란 신조어가 최근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2013년 12월 첫 주는 한국의 기후금융 주간이었다. 12월 4일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사무소가 공식적으로 송도에서 사무실을 개소하면서 기후변화와 금융 간의 접점을 모색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그 주간에 개최되다 보니 이를 ‘기후금융 주간’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후변화라면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 기후변화는 금융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기후변화는 금융에 어떤 의미가 있고 금융은 또 기후변화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후변화와 금융의 조우
기후변화라고 하면 대개 태풍이나 폭설 등 이상 기온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상 기온으로 가뭄이 발생하면 당장 식수나 농업용수를 걱정하게 되고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은 생산을 줄여야만 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세나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 산업계는 생산원가에 부담이 돼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촉진 정책을 도입하면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개발되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또한 클린 테크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사업 개발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은 물론 법률·회계·무역·투자 등의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되기도 한다.
[경영전략 트렌드] 지구온난화 해결사로 등장한 ‘기후금융’
전 세계가 나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기후변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경제적 메커니즘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이 실효성 있는 감축 목표 하에서 온실가스 감축 여하에 따라 경제적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각종 펀드를 조성해 온실가스의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회사도 새로운 투자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보증하거나 보조하는 사업에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게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부터 정부 정책과 사회 인프라까지 모두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과감히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과 사회 인프라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 재정과 예산’이다. 그러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금의 규모를 감안해 볼 때 정부의 예산만으로 이러한 대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기능’이 반드시 요구된다.

거대한 기후변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야 하며 이때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가 금융회사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민간자금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과거의 ‘관치금융’과 다르다. 금융회사 스스로도 이러한 새로운 투자처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부동산을 담보로 하더라도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많지도 않거니와 달갑지도 않다. 대기업들은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과 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둬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보증하거나 보조하는 사업에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다는 것은 민간 금융회사에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보증하는 사업에서 국채나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다는 것만큼 파격적인 투자처가 또 있을까.
<YONHAP PHOTO-0495> PALM SPRINGS, CA - MARCH 27: Automobiles pass by giant wind turbines powered by strong winds on March 27, 2013 in Palm Springs, California. According to reports, California continues its lead in green technology and has the lowest GHG emissions per capita, in the Nation.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3-03-28 08:54:29/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PALM SPRINGS, CA - MARCH 27: Automobiles pass by giant wind turbines powered by strong winds on March 27, 2013 in Palm Springs, California. According to reports, California continues its lead in green technology and has the lowest GHG emissions per capita, in the Nation.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3-03-28 08:54:29/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GCF는 기후변화 분야의 세계은행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는 동시에 화석연료에 대한 페널티를 높이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12년에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는 약 2440억 달러, 원화로 약 250조 원이 넘는다. 한국의 2012년 정부 예산 규모가 총 325조4000억 원이었으니 한국 정부 예산의 약 77%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대륙별로는 유럽·중국·미국 순서다. 한국에서도 외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하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 중소기업인 에코프론티어는 한국 금융회사 및 발전사들과 함께 영국에서 1조 원 규모의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신·재생 발전에 대한 장기간 보조금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한국의 금융회사들로서도 외국 투자지만 매우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언스트&영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8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장된 클린 테크 기업의 수는 424개다. 또한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1700억 달러, 매출은 1490억 달러, 직원은 51만2504명이다. 이 중 에너지 효율 관련 회사는 50개(시가총액 350억 달러), 풍력 관련 회사는 53개(시가총액 310억 달러), 태양광 관련 회사는 105개 (290억 달러), 신·재생 발전 관련 회사는 32개(260억 달러)다. 국가별로는 미국·중국·독일·캐나다·호주·영국·인도·대만·한국·홍콩이 상위 10대 시장으로 선정됐다.

한국·미국·유럽·일본과 같은 몇몇 국가들은 기후변화나 클린 테크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했다.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 자금이 이 분야에 몰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클린 테크 비즈니스를 위한 다양한 벤처캐피털,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펀드, 기업공개(IPO) 등의 금융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독일·스위스 등과의 경쟁 끝에 기후변화 분야의 세계은행이라고 불리는 GCF(Green Climate Fund)의 사무국 송도 유치에 성공했다. 당초 GCF는 2020년까지 1000억 달러의 재원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선진국들과 민간 부문의 자금 공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영전략 트렌드] 지구온난화 해결사로 등장한 ‘기후금융’
전 세계는 GCF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그 과정에서 선진국 간에 개도국 기후변화 시장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물밑 샅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기후금융 시장으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GCF의 성공이 기후금융의 성패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의 안방에 들어와 있는 GCF 자금의 흐름과 정보·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기후변화 관련 기술의 수출과 외국 사업 진출, 금융의 글로벌화, 창조 경제와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GCF의 자금 공여 절차는 수혜를 받게 될 개도국 정부의 이해와 의지에 따라 시작한다. 이에 따라 개도국 정부에 기후변화 관련 사업을 제안하면서 이를 사업화하는 동시에 GCF와 민간 부문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개도국과 한국 정부 간 기후변화 협력은 물론 한국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YONHAP PHOTO-0497> 녹색기후기금 출범!

    (인천=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인천 송도 G타워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출범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한 뒤 헬라 쉬흐로흐 GCF 사무총장 등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현오석 부총리, 박 대통령, 헬라 쉬흐로흐 GCF 사무총장, 호세 마리아 클레멘테 GCF 공동의장. 2013.12.4

    dohh@yna.co.kr/2013-12-04 10:30:58/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녹색기후기금 출범! (인천=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인천 송도 G타워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출범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한 뒤 헬라 쉬흐로흐 GCF 사무총장 등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현오석 부총리, 박 대통령, 헬라 쉬흐로흐 GCF 사무총장, 호세 마리아 클레멘테 GCF 공동의장. 2013.12.4 dohh@yna.co.kr/2013-12-04 10:30:58/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
어떤 사업이 기후변화에 도움이 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면서 금융회사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일까. 세상을 바꾸는 기술과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후변화라는 책상 위에 금융이라는 달걀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몇몇의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창조 경제 기업들은 벌써 그 답을 하나씩 적어 나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정부 인센티브에 기반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클린 테크와 벤처캐피털, 프라이빗 에쿼티 등이 이미 검증된 기후금융의 궁합들이다. 그들이 해결한 방식이 책상에 달걀을 세우는 방법이 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적지 않은 수의 콜럼버스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기후금융의 사례나 솔루션·패턴 등이 드러났지만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솔루션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기후금융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임대웅 에코프론티어 상무, 이한경 EFC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