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예산 100조 돌파… 지방선거 6개월 앞으로

내수 살리기
“내 지갑이 가득 차고 내 자식이 취업하고 내 가게 손님이 많아야 좋은 경기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같이 말하며 ‘내수 살리기’를 2014년 경제정책의 화두로 삼았다. 최근 3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서 내수가 기여하는 비중은 수출 기여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을 정도로 내수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2013년 12월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경제 활성화, 성장 잠재력 제고, 위기관리 등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는데 아직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좋지 않다”며 “2014년에는 민간 소비와 내수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 운영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에는 정부가 주도해 실제로 경기가 다소 회복됐고 2013년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월간으로 사상 최대치인 95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에는 ‘온기’가 흐르지만 정작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는 해석이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을 해외에 파는 소수의 대기업만 살만하고 국내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내수’는 바닥을 기다 보니 한국 경제 전체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내수 침체’는 현업에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2013년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한국 24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최고경영자 경제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CEO들은 2014년 경영의 가장 큰 애로점으로 ‘내수 부진(32.5%)’을 꼽았다. 활력을 잃은 내수 상황 때문에 2014년의 경영 계획 방향을 ‘긴축 경영’으로 설정한 기업이 전체의 41.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도 사정이 좋지 못하다. 2013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12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중소 제조업 경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경영의 가장 큰 걸림돌로 ‘내수 침체(40.1%)’를 가장 많이 언급했고 정부에 바라는 현안 과제 또한 ‘내수 활성화 주력(44.4%)’이 최다였다.
[2014 경제를 읽는 키워드 100_한국 경제] 정부, ‘내수 활성화’에 사활 건다
하지만 ‘내수 경기 활성화’는 2014년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 문제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가계 부채는 1000조 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가계마다 빚이 많아 소비를 줄이고 내수가 죽다 보니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설비투자도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 지원을 본격화한다. 미래 먹을거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서비스산업을 키우기 위해 588억 원을 투입, 소비 규모가 큰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이벤트와 전시)·의료·크루즈 관광산업을 육성해 외래 관광객 유치 확대를 노린다. 외국에 나갔다가 한국으로 복귀하는 ‘U턴 기업’에 대해 입지 지원 등의 혜택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용률 70% 로드맵과 시간 선택제 등 고용 확대 정책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4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민간 서비스업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한국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조기 집행, 주택 시장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 정책 당국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100조 복지 예산
정부가 2014년 사상 처음으로 복지 예산에 100조 원 이상을 쓰기로 했다. 2014년 정부 예산안은 357조7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는데 복지 예산은 이 가운데 30%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4 경제를 읽는 키워드 100_한국 경제] 정부, ‘내수 활성화’에 사활 건다
복지 예산의 구체적인 내용은 서민과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복지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5000원이던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부담금이 폐지돼 무료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전 계층을 대상으로 보육료와 양육 수당 지원을 지속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121개 늘린다.

셋째 아이부터는 연간 450만 원의 대학 등록금이 지원되고 대학생 국가 장학금 규모도 2조8000억 원에서 3조2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4대 중증 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 난치 질환)과 관련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필수 의료 서비스는 2016년까지 확대하고 임플란트의 건강보험 급여화도 2014년 75세부터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한다.

주거 급여를 2014년 10월 주택 바우처 제도로 전환, 지급 대상을 73만 가구에서 94만4000가구로 늘리고 임대료 지원도 연 96만 원에서 연 13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주택 구입, 전세 자금도 1조7000억 원 증가한 9조4000억 원이 배정됐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수혜 대상에 따른 복지 지원도 증가한다. 기초 생활 보장 제도를 통합 급여에서 개별 급여체계로 전환해 수급자가 83만 가구에서 110만 가구 수준으로 확대하고 부양 의무자 소득 기준을 완화해 12만 명을 추가로 보호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장애인연금도 현행 월 10만 원에서 월 20만 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이었던 기초 연금 지원이 사실상 후퇴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65세 이상 전 계층 노인과 중증 장애인들에게 기초연금을 현행 기초노령연금(월 9만4600원 지급)과 합쳐 두 배인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정부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2014 지방선거
민선 6기 지방선거(2014년 6월 4일)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여야 모두 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의 핵심은 현 정권 견제 여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경쟁, 안철수 신당의 제3당 부상 여부 등으로 짚어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7명과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시·도교육감 17명 등 4000여 명을 동시에 선출하는 초대형 선거다.

우선 2014년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로, 정치적으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여권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지면 국정 운영을 밀어붙일 때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강력한 주자를 내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또한 차기 대권 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고심 중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 최장수 총리로 호남 출신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으며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재선 도전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당내에서는 신계륜·추미애 의원, 2011년 시장 후보로 나섰던 박영선 의원 등도 거론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그 정치적 확장성을 시험받게 된다. 이에 대비해 안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당 창당 준비 기구인 새정치 추진위원회 공동 위원장은 모두 4명으로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 시민 단체 출신인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 김효석·이계안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안철수 신당의 성공 여부는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경쟁해 누가 야권의 주도권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의 텃밭 역할을 고수해 온 호남은 지난 대선 직후부터 민주당으론 안 된다는 실망감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안철수 신당이 어떤 인물을 영입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광주시장 후보로는 신당에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윤장현 공동 위원장, 민주당에서는 강운태 현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이상 민주당), 홍준표 경남지사(새누리당) 등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권 가도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한편 후보자 등록 신청은 선거를 20일 앞둔 5월 15일부터 시작되며 5월 30일과 31일에는 부재자 투표를, 6월 4일에는 전국에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된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