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일하는 여성 증가로 수요 급증… 가격 부담 등 해결 과제
역할 대행이 인기다. 부정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역할 대행은 전통 가족의 표준 모델이 붕괴된 현대사회의 불가피한 측면이 적지 않다. 남성 전업, 여성 가사의 부부 모델이 흔들린 게 대표적이다. 빈자리는 곧 일자리로 채워진다. 가사(살림) 대행은 그 전형이다. 특히 맞벌이 등 일하는 엄마가 늘면서 살림살이를 맡기는 수요가 급증했다. 고령화도 관련이 깊다. 일본에선 몸이 불편한 할머니 등 홀몸노인의 존재 증가가 실제 가사 대행 수요로 연결된다. 시급을 주는 대신 가끔 불러 생활 주변의 불편거리를 해소해 주는 신종 사업이다.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 남성 도우미도 등장과거에도 가사 대행 수요는 있었다. 맞벌이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바쁜 주부와 골드미스 등의 가사 대행 필요가 그렇다. 다만 그때는 직접적인 노동 고용이 아닌 간접적인 역할 보조에 그쳤다. 주역은 가전이었다. 고도성장 때 가사 보조의 역할 임무를 맡은 전기가동의 세탁기·냉장고·청소기 등의 추가적인 기능 강화가 추세였다. 이후 연거푸 확대·보급된 일련의 조리 가전이 요리 부담을 덜어준 건 물론이다. 이후 친환경 등의 기능 부가로 단순한 역할 대행을 넘어 생활필수품으로 정착됐고 여성의 가사 부담도 경감됐다.
다만 최근엔 가사 대행 양상이 ‘가전→사람’으로 옮겨 왔다. 바쁜 여성이 증가하면서 가사를 통째 맡기려는 수요 결과다. 물론 일부 가전은 이에 호응해 새로운 고부가 제품을 출시했다. 버튼 하나로 작동하는 전자동 청소기가 대표적이다. 빨래도 마찬가지로 세탁 이후 주름을 자동으로 없애 주는 세탁·건조기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 대행은 기능 한계가 불가피하다. 기계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사람 손길의 재조명이 자연스러워졌다.
최근 몇 년 새 가사 대행 전담 서비스는 확연하게 늘어났다. 연말 대청소의 특별 이용이 아니라 정기적인 고정 수요가 증가했다. 욕조·창문 등 청소를 비롯해 일하는 여성을 위한 일상적인 가사 의뢰는 물론 결혼·출산 축하, 노부모를 위한 선물용으로까지 활용되는 양상이다. 만족도는 높다. 전용 기자재를 보유한 전문 노하우의 손길은 확실히 그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대행이라기보다 고품질의 가사 욕구를 위한 이용 욕구로도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여성의 가사 압박은 여전히 높다. 역설적으로 이를 경감시킬 생활 지원 서비스산업의 성장 기반은 탄탄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생활 지원 서비스산업이란 ‘가족을 위해 필요한 음식·세탁·청소·쇼핑 등 가정생활에 관한 작업을 대행하는 서비스’로 정의된다. 여기엔 전체 혹은 일부를 맡는 가사 대행 서비스와 특정 작업에 특화된 개별 서비스, 식품·일용품 택배 서비스 등이 있다. 다만 공통적인 특징은 인지도는 90% 이상으로 높은데 이용률은 20%로 낮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장 규모는 2800억 엔대에 불과하다(노무라종합연구소, 2010년). 향후 전망은 밝다. 2030세대 여성 타깃의 수요 조사에 따르면 향후 5500억 엔대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유력한 틈새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을 끌면서 공급 시장도 변했다. 전통적인 ‘가사=여성’의 틀을 깬 남성 스태프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가구 공간 이동, 대형 쓰레기 처리 등 남성이 필요한 가사가 많은 데다 여성 스태프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미묘한 살림 부분을 둘러싼 위화감이 작용한 결과다. 남에게 살림을 체크 받는다는 여성 특유의 기분 회피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기호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업체의 제공 항목이 세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액별·성별·품목별 등으로 구분된 서비스의 라인업 강화 추세다.
경험자 만족도 93%…정부 지원 요구도
가사 대행 서비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고객의 잠재 니즈에 부응하는 용역 제공이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가사 대행 제공자의 공통 이미지는 과묵·이해·통찰·충실 등이 키워드다. 기본적으로 의뢰인이 요구하는 것 이상 무턱대고 제공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잠재적인 요구를 읽어 내는 통찰력을 갖춘 서비스의 제공이 특징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은 의뢰인에 대한 충실한 서비스 마인드다.
한편 ‘일하는 여성과 생활 조사(2013년)’에선 맞벌이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에 비해 부족한 생활 배분에의 요구가 있음이 밝혀졌다(일본히브협회). 일과 일상생활 전체를 10으로 봤을 때 현실 배분은 일(5.9)이 일상생활(4.1)에 비해 높은 반면 희망 배분은 각각 4.7과 5.3으로 조사됐다. 원하는 만큼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하는 한계다. 그러니 일상생활의 만족도는 50% 이하로 낮다. 특히 간병(34%), 운동·건강관리(37%), 청소(37%) 등이 불만족스러웠다. 가사 대행 생활가전 이용률 중 눈에 띄는 것은 자동 식기세척기(26%)다. 이용하고 싶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56%가 긍정적이었다. 향후 이용 의사가 높은 것은 로봇 자동 청소기(45%)였다. 반면 청소업자(38%)도 높았는데, 이는 일하는 여성의 불만 중 상당 규모가 청소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이한 것은 가정부 등 가사 대행 서비스를 둘러싼 부정적인 응답이다. 무려 77%가 “이용한 적이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이용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식사의 정기적인 택배 서비스(71%)도 전망이 어두웠다. 결국 절대 시간의 부족으로 가사 필요는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외부에 맡겨 이를 대행시키는 건 가격 부담과 심리 저항이 적지 않다는 점이 한계다.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점과 남을 집안에 들이고 싶지 않다는 점 등이 자주 거론된다. 이에 따라 해결 과제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기존 경험자의 높은 만족도(93%)에 비해 이용률이 낮은 것은 미경험자를 중심으로 한 편견 때문이다. 즉 체험 마케팅으로 그 효과를 체감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좋다. 약 60%가 느끼는 경제적인 가격 부담도 뺄 수 없다. 이 때문에 서비스가 필요한 가구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 등의 정책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가격 저항을 낮춰 주는 게 권유된다. 저소득층의 가사 대행 필요 가구부터 시작해 지원 수혜를 점차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
기계가 맡든 사람이 하든 가사 대행을 둘러싼 소비 수요는 향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격·심리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여성(엄마)의 추세 증가와 맞물려 일과 가정의 양립 조화가 해결되지 않는 한 관련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도 비슷하다. 맞벌이가 표준 모델이 되면서 일하는 엄마의 가사 압박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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