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인 보상보다 상사와 동료로부터의 인정,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 수 있는 기회 등 비금전적인 보상이 업무 동기부여에 더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CEO 에세이] 수평화된 격자형 조직의 힘
김재경 고어코리아 컨트리리더
2004년 ‘나이키’ 매니저. 2006년 ‘리복’ 디렉터. 2008년 고어코리아 입사. 2010년 고어코리아 컨트리리더(현).




2013년을 돌아보면 올 한 해의 화두는 ‘창조 경제’였다. 창의적인 발상과 시도가 기존의 산업과 시너지를 일으켜 장기적으로 국가에 더 큰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국가 경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직원 한 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조직에 혁신을 일으켜 생각지 못한 성과를 불러올 수 있다.

세계적인 창의 경영의 대가 게리 하멜(Gary Hamel)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기업 조직이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네트워크’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발전할 수 있는 기업 문화와 환경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경직된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조직 구성원 간에 소통이 원활하고 외부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이 수평적이고 네트워크화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하멜 교수는 고어의 ‘격자형 조직 구조’에 주목했다.

‘고어텍스’로 알려진 다국적기업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이하 고어)는 직원을 단순히 오너가 ‘고용한 사람’이 아닌 ‘동료(Associates)’로 생각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창업자 빌 고어(Bill Gore)의 철학 아래 조직을 소규모로 구성하고 있다. 구성원 사이의 상호 연관성을 높이고 일대일 의사소통을 활성화해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이 기술 혁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고어는 심장이식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분야가 전혀 다른 기타 줄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조직 구조만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조직을 움직이는 구성원과 그들이 형성한 기업 문화 역시 비즈니스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옛말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개인의 역량이 다르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각 직원에게 주어진 역할과 업무에 대한 자부심의 정도에 따라 개인의 역량이 달라지고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결과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업무에 대한 직원의 자부심이 업무 효율과 비즈니스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유명 컨설팅사의 리포트를 통해 증명됐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임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금 보너스, 기본급 이상과 같은 금전적인 보상보다 상사와 동료로부터의 인정,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 수 있는 기회 등 비금전적인 보상이 업무 동기부여에 더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많았다. 다시 말해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때 업무에 활력을 느끼고 일에도 더 몰두한다는 것이다.

‘창조 경제’는 2013년의 키워드이지만 그 단어가 내포한 ‘창의적 인재’는 21세기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창의적 인재가 경쟁이 치열하고 예측 불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과 기업 문화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