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인트 ① 운명의 분기점에 선 아베노믹스
‘승부수 vs 자충수’. ‘아베노믹스’가 운명의 분기점에 섰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다투는 난상토론이 뜨겁다. 지금까지는 성공 평가가 우세하다. 절반의 성공이다. 관건은 이제부터다. 주가 상승 등 심리 효과를 넘어 체감적인 실물 회복이 성패를 가를 찰나다. ‘금융→실물’로 부흥 효과가 전이되면 완벽한 합격 통지로 연결될 것이고 아니면 부작용만 잔뜩 키운 또 다른 실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가운데 세계의 이목이 열도 경기를 주목하는 이유다.
아베노믹스는 3가지 화살로 거론된다. 통화정책(금융 완화), 재정 출동(공공 투자), 성장 전략(규제 완화) 등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그간의 잔 펀치 대신 동시다발적인 강력한 무제한·총동원의 부양 의지가 시장에 먹혀들었다. ‘자금 회전→내수 회복→엔저 유도→물가 상승→수출 증대→투자(소비) 증대→경기 회복’의 기대 효과를 노렸다. 금융정책은 타깃 물가 2%까지 돈을 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는 ‘디플레→인플레’의 확인 시점이다. 실물과의 시차 축소를 위해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도 동원됐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토목공사 진행이다. ‘건설 부양→고용 확대→소득 증가→소비 증대’의 유도 셈법이다. 향후 10년간 200조 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공적연금 증시 투입 방침
통화정책, 재정 투입의 화살 2개는 이미 시위를 떠났다. 지금까지 절반의 성공이 그 성과다. 남은 건 마지막 화살인 성장 전략이다. 요컨대 앞의 2개가 증시 부양을 주도했다. 이제 중요한 건 금융 효과를 토대로 실물 회복 여부다. 본격적인 진검승부다. 나머지 절반인 이게 성공해야 비로소 아베 경제학은 성공 사례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평가는 좋다. 경제 회복을 위한 파워풀한 정치 결단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시장 우려를 차단하려는 일본 정부의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대응책은 4류 정치의 의원내각제라는 정치 한계를 무색케 하는 강력·강고한 정책 세트·추진 의지로 연결됐다. 마지막 화살을 둘러싼 성공 의지도 꽤 높다.
![[COVER STORY] 선거 이후 힘세진 아베 ‘증시 부양 올인’](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84628.1.jpg)
![[COVER STORY] 선거 이후 힘세진 아베 ‘증시 부양 올인’](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84629.1.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시장에선 아베노믹스의 파워가 여전하다. ‘재팬 이즈 백(Japan is Back)’이란 보고서를 낸 ‘닛코에셋매니지먼트’는 “일본 주식의 상승 여지가 현재화되고 있다”며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 단기 변동이 있을지언정 ‘안전 자산→위험 자산’으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실제 증시 지표는 좋다. 일평균 매매 대금은 3조 엔에 근접했다. 이는 2007년 수준으로의 복귀다. 개인 비중은 2012년 20%대에서 2013년 7월 현재 32%까지 늘어났다. 이 와중에 주주 환원이 강화되면서 올해 일본 기업의 배당액은 과거 최고치(2007년 7조6000억 엔)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 주식의 투자 매력 증가 효과다. 즉 금융 위기 이후 배당률은 국채 이자를 확연히 넘어섰다. 각각 1.74%, 0.8%로 조사됐다(2013년 7월). 무엇보다 저평가에 따른 저가 매수 기대감이 높다. 2000년대 이후 평균 주가수익률(PER) 17.5배, 주가순자산배율(PBR) 1.45배보다 낮은 14.8배, 1.27배에 불과한 상황이다(TOPIX 기준).
![[COVER STORY] 선거 이후 힘세진 아베 ‘증시 부양 올인’](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84630.1.jpg)
해외 투자자 9조 엔 순매수
의도는 읽혀졌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의 공적 기금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법인(GPIF)까지 동원할 작정이다. 국민연금·후생연금 등 일본의 공적 연금 운영 주체로 운용 자산 120조 엔의 거대 파워다. 이 막강한 영향력을 증시 지탱에 투입하겠다는 게 정치 리더십의 결정이다. 일본 채권(62%)의 비중을 줄이고 일본 주식(15%)을 늘려 주가 버팀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다. 미국의 양적 완화 우려를 불식하고 브레이크가 걸린 지지부진한 일본 증시를 끌어올리는데 GPIF의 총알만한 대안은 없다고 봐서다.
해외 투자자의 시선 변화도 목격된다. 일본 증시의 6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포지션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 와중에 그간 단기 급등락의 혐의는 헤지 펀드에 몰렸다. 그런데 최근 장기 보유를 내세우는 새로운 해외 매수세가 있어 화제다. 선두 주자는 글로벌 큰손들인 연·기금 쪽이다. 일본 주식 매수·운용을 위한 운용 기관 공모 의뢰가 증가했다. 유럽을 필두로 중동 국가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 1~7월 해외 자본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이 9조 엔에 달했다. 2012년 한 해에 사들인 규모의 3배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출구전략으로 부침은 있지만 해외 연·기금의 매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둘러봐도 일본만한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는 신중한 게 좋다. 아베노믹스도 마찬가지다. 실물경기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관망 자세가 유효하다. 다만 그리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매수 기반을 훼손하는 악재 확인은 별로 없다. 일단 긍정적인 시각 유지가 필요하다. 투자자를 고민에 빠뜨렸던 5월의 금리 급등(국채) 사태도 항로 훼손이 아니라 속도 조절로 보는 게 타당하다. 방향 자체에 변화는 없다. 즉 정책 추동의 의지가 여전하고 성장 전략도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구전략 등 해외시장도 중요하다. 환율의 향방을 정할 해외 변수와 신흥국의 성장 감속 우려가 그렇다. 가을 정도면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change4dream@naver.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