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원하는 대로 쉽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자산관리…포트폴리오 다양화될 것
[비트코인 A to Z] 인덱스 상품은 ‘지수(index)’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 분야의 수익률을 모방하도록 만들어진 펀드다. 예를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00지수가 1% 상승하면 이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도 1% 오르는 식이다. 인덱스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것은 상장지수펀드(ETF)다. ETF(Exchange Trade Fund) 또한 인덱스 펀드처럼 지수를 모방해 수익을 내지만 이 펀드는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다.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산 투자 효과가 크고 다른 펀드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 인덱스 펀드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된다면 인덱스 펀드에 가입하지 않고 자기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인덱스 펀드처럼 추종하게 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정보의 비대칭성과 진입 장벽이 높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시장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미국의 자산 관리 회사인 비트와이즈(Bitwise Asset Management)에서 운용하는 비트와이즈 10 인덱스(Bitwise 10 Index)에 유니스와프(Uniswap)와 에이브(Aave)가 포함된 것이 시장의 디파이 상품에 대한 수요를 보여준다.
탈중앙화된 펀드 자산 관리의 등장
아직까지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암호화폐 ETF 상품은 허가받지 못했다. 초기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국가의 제약에서 벗어나 지난 2년간 큰 성장을 이룬 방식처럼 디파이를 통한 탈중앙화된 자산 관리에도 빠르게 솔루션들이 나오고 있다.
세트 프로토콜(Set Protocol)에서 만든 인덱스(Index)DAO가 대표적이다. 세트 프로토콜은 기존 오픈 파이낸스 프로토콜을 활용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온체인 암호화폐 펀드를 소액으로 빠르고 쉽게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탈중앙화 플랫폼이다. 각각의 세트(TokenSet)는 토큰화된 포트폴리오로 ERC-20로 표현된다. 세트의 가치는 세트 안에 속한 토큰에 의해 결정된다. 암호화폐 펀드는 플랫폼 내에서 매니저에 의해 언제든 재편성될 수 있다. 매니저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프로그램화될 수도 있다.
인덱스DAO는 작년 9월 론칭 후 4개월 만에 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프로토콜에 올라왔다. 세트 프로토콜에서 운용되는 총자금은 올해 2월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인덱스DAO가 관리하는 첫 상품은 디파이 시장 정보 제공 사이트인 디파이 펄스(DeFi Pulse)와 세트 프로토콜이 공동으로 출시한 디파이 펄스 인덱스다. 디파이 펄스 인덱스는 디파이 암호화폐 지수의 생성과 채택에 목표를 둔 최초의 커뮤니티 기반 탈중앙화 조직으로, 암호화폐 전문가 및 브랜드와 협력해 바람직한 지수를 출시하고 유지·성장하는 것을 추구하며 프로토콜을 최대한 많은 곳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 커질 온체인 자산 관리의 확장성
뱅가드나 블랙록과 같은 유명 브랜드 자산 운용사가 아닌 10명 남짓의 팀이 시작한 오픈 소스 프로토콜에 어떻게 1억 달러대의 자금이 단기간에 몰리게 된 것일까. 그 핵심에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 디파이 서비스의 특성들이 있다.
현실 자산 운용 시장에서 개인은 이미 만들어진 공모펀드에 가입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특정 운용 전략대로 설계한 사모펀드를 이용해 자산을 굴린다. 공모펀드는 맞춤형이 아니고 사모펀드는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으면 아예 가입조차 할 수 없다.
반면 디파이 서비스들을 활용하면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산 운용은 자신이 원하는 전략으로 쉽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세트 프로토콜을 통해 참여한 펀드는 사용자 자신의 지갑에 토큰의 형태로 보관된다. 이 가상의 펀드 토큰은 모두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토큰이기에 다른 이더리움 지갑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산을 이동시키는 모든 거래는 사용자의 계정으로 승인해야만 하며 모든 거래 내역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는 지난번 온체인에 존재하는 합성 자산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 미국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들이 토큰화돼 온체인상에 올라오면서 탈중앙화 자산 관리 서비스에서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도 여러 개가 가능해질 것이다.
참여하는 펀드가 토큰화돼 있다는 것은 다양한 결합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현 디파이 펄스 인덱스 토큰의 투자자들은 유니스와프 등 탈중앙화 거래소에 토큰을 스테이킹(예치)함으로써 인덱스라는 인덱스DAO의 거버넌스 토큰을 리워드로 파밍하고 있다. 이를 블랙록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블랙록의 지분을 리워드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산 관리 시장에서 갖게 될 강력한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덱스 보유자는 인덱스 추가, 커뮤니티 재무 관리, 수수료 업데이트 등과 같은 인덱스DAO 프로토콜의 거버넌스에 참여할 권한이 주어진다. 블록체인을 통해 콘텐츠·소셜·게임 등의 서비스들이 탈중앙화되는 오늘날 기존 대형 기관만이 제공할 수 있었던 자산 관리라는 분야에서도 세트 프로토콜과 같은 금융의 탈중앙화가 가져올 네트워크 이펙트를 기대해 본다.
김백겸 해시드 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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