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지원이 늘어나도 기업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이 되기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정책 지원의 역설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69년 36명의 작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2013년 8만9400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해 종업원 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런 대기업은 또 협력 업체를 통해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관련 협력 업체를 통해 실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요즈음은 상황이 전혀 딴판이다. 국내외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어렵다. 최근 IBK경제연구소의 분석은 이런 사정을 말해준다. 2000년 이후 11년 동안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신중견기업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되기에는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실로 많은 돈을 쏟아부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정책 자금, 조세 지원, 연구·개발(R&D) 지원 등은 물론 중소기업 제품을 정부가 구매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키우려는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중소기업 돕는 일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오히려 중소기업이 커서 대기업이 되는 일은 아주 희귀한 일이다. 오히려 최근 연구를 보면 정책 자금을 지원해 줬더니 기업 쪼개기, 연말 인력 조정, 공장 해외 이전을 통해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지원이라는 것도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 한 기업에 여러 정책 자 금 지원 기관이 중복 지원해 주지만 효과는 떨어져 정책 지원의 상호 보완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 정책 지원이 늘어나도 기업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이 되기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정책 지원의 역설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유럽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고 중소기업에 퍼 주기식의 지원 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가젤 기업(Gazelles company:매출·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정책은 과거의 보호주의적 방식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하는 성장의 장애 요인들을 치워주고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풀어 줌으로써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런 데도 중소기업의 행정 부담은 많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커 가면 오히려 규제를 받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입법화되고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규제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젊고 유능한 기업보다 부실하고 혁신성 없는 기업에 정책 자금이 지원되다 보니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정부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정책을 열심히 추진해도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중소기업 부문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2011년에 사업체 수의 99.9%, 종사자 수의 86.9%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부문의 성장과 효율화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책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은 부실하고 성장 가능성이 없는 기업과 젊고 능력 있는 기업을 고를 수 있는 눈을 먼저 갖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