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고수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 “‘튀지 않는 펀드’가 좋은 펀드죠”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
약력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워싱턴대 MBA. CFA. 1987년 삼성생명 재무팀 및 채권 펀드매니저. 1996년 삼성투자신탁 채권 펀드매니저. 1999년 KTB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 2000년 리젠트자산운용 채권팀장. 2001년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 대표·CIO(현).


최근 금융 투자 업계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개발과 발굴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유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리스크가 적고 수익은 높은 투자 상품에 ‘올인’돼 있기 때문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근간은 상당수가 ‘채권’이다. 채권은 일정 기간을 보유하면 확정된 이자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다수는 채권을 기반으로 주식 등 다른 상품을 혼합해 만들어진다. 즉 채권을 이해하는 일은 모든 금융 투자 상품을 이해하는 ‘기본’이 된다는 뜻이다. 지난 20여 년간 ‘채권쟁이’의 외길을 걸어온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를 만나 최근 채권 투자의 경향 그리고 유망 투자 상품을 알아봤다.

최근 들어 부쩍 금융 상품이 다양해졌습니다. 주식이나 원자재 등 다른 투자 상품과 차별화되는 채권 투자 상품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최근의 국제금융 환경은 ‘뉴 노멀’이라고 정의됩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그에 따른 금융 상품의 저수익률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이율은 3%도 안 됩니다. 외국계 은행에서는 1.9%짜리 상품도 나온 게 사실입니다. 반면 주식 투자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변동성도 커진 게 맞고요. 즉 채권은 은행예금보다 더 큰 수익을, 주식보다 더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에겐 가장 좋은 투자 상품입니다.

최근 들어 채권 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매우 좋았습니다. 작년에는 가히 ‘하이일드(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펀드’의 시대라고 할 만큼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또 해외 채권 펀드도 성과가 매우 좋았고요. 일반적으로 주식이 연 1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채권이 연 5% 정도의 수익을 바라보는데 작년에는 채권 펀드 수익률이 10%를 오갔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 펀드가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내니 돈이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상품이 유망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올해에는 채권 펀드가 작년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낮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형 펀드가 좋을 수익률을 낼 겁니다. 이머징 채권 중에서도 펀더멘털이 좋은, 즉 신용 등급이 높고 재정이 탄탄한 국가들의 투자 성과가 좋을 겁니다.

다만 하이일드 펀드는 피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아직 수익률을 더 낼 여지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지금 하이일드 펀드에 신규 투자를 하려면 상당히 ‘신중하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또 아직까지 기업들의 실적이 실제로 좋아지지 않았다는 점도 따져볼 문제입니다.

좀 더 고수익을 노린다면 이머징 현지 통화 채권이 눈에 띕니다. 이머징 현지 통화 채권은 현지 국가의 금리 수준과 통화가치가 합쳐져 수익이 나옵니다. 이머징 국가는 선진국 대비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 국가의 신용 등급도 선진국 대비 좋고요. 또 성장성이 좋으니 통화도 강세를 띨 겁니다.

물론 항상 수익과 리스크는 정비례합니다. 만약 미국의 양적 완화(QE)가 종료되면 현재 이머징으로 몰려 있는 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때를 조심해야 할 겁니다.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 “‘튀지 않는 펀드’가 좋은 펀드죠”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 “‘튀지 않는 펀드’가 좋은 펀드죠”
‘펀더멘털이 좋은 이머징 국가’는 어떤 곳인가요.

아시아가 가장 많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과 같은 나라들이 국제시장에서 큰 인기죠. 또한 동유럽에서는 폴란드, 중남미에선 멕시코 등이 신흥국 중에서도 선호되는 나라입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작년 채권 투자의 수익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래서 채권 투자가 ‘꼭지’를 쳤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얼마 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런 말을 했어요. “지금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이죠. 저도 지금 상황에서 선진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채권 투자의 수익률을 금리와 반대로 갑니다. 선진국은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죠.

반면 눈을 세계로 돌리면 아직 추가적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또 환차익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작년에 비해 채권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일은 조금 더 복잡해진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라면 채권형 자산 배분 펀드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습니다. 자산 배분 펀드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인데, 채권형 자산 배분 펀드는 여러 채권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입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거죠. 일례로 우리가 내놓은 채권형 자산 배분 펀드인 ‘프랭클린템플턴글로벌스트레티지펀드’의 수익률은 1년에 8% 정도 됩니다.

일반 투자자가 채권에 접근하는 방식은 채권 펀드를 통하는 방법이 가장 쉬울 겁니다. 좋은 채권 펀드를 고르려면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할까요.

채권 펀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성과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 펀드가 지나치게 수익이 높다는 것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좋은 채권 펀드는 잘할 때 더 잘하는 펀드가 아니라 못할 때 덜 못하는 펀드입니다. 즉 튀지는 않아도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가 좋은 펀드라는 뜻입니다. 이는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죠.

물론 이는 탄탄한 리서치와 철저한 운용이 바탕이 돼야죠. 최근 글로벌 채권 펀드 바람이 불면서 일부 운용사에서 한두 명의 인력을 가지고 글로벌 채권 펀드를 내놓는 사례가 있습니다만 이런 펀드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 투자의 유의 사항이나 일반 투자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채권은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이는 일반 회사채 투자 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최근 의외로 대기업 회사채 중에 이자가 7~8%나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럼 이를 왜 기관들이 안 살까요.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뜻입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의 회사채 투자분은 대부분 보호받았습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 워크아웃 때부터 개인의 회사채 투자도 기관과 똑같이 리스크를 안게 됐습니다. 이제 회사채 투자를 하는 개인들도 리스크 관리에 무게 중심을 둘 때가 된 거죠.

향후 한국의 금리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엔저와 고령화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죠. 그러나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닌 한 정책금리가 2% 이하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로 시장금리는 이미 0.5% 정도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금리 인하는 이미 끝 무렵에 와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그간 여러 ‘투자 고수’들을 만나셨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뭔가요.

대부분의 ‘고수’들은 과욕을 부리지 않습니다. 물론 한두 번의 성공으로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들도 봤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의 대다수는 ‘단 두 번’의 실패로 사라집니다. 이유는 한 번의 실패를 맛보고 그다음에는 그 실패를 복구하기 위해 더 큰 베팅을 했다가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꼭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욕심을 끝없이 절제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죠.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