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라이프
인터뷰 약속 장소에 그녀가 들어서는 순간 주변 남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향했다. 모델을 방불케 하는 늘씬한 몸매에 인형 같은 외모, 방송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는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기상 캐스터 출신 방송인 ‘박은지’다.“프리 선언의 불안함? 그런 건 없었어요. 흔히 그렇잖아요. 최선을 다해 사랑하다 헤어지면 뒤도 안 돌아본다고요. 후회 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7년 동안 기상 캐스터로 일했으니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만하지 않았던 기상 캐스터 생활
뛰어난 외모와 똑떨어지는 말솜씨 덕분에 역대 그 어느 기상 캐스터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다. ‘날씨 여신’이라는 별명도 얻었고 그녀가 나오는 장면을 보기 위해 일부러 뉴스를 찾아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기상 캐스터란 직업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지난 7년간 사계절 내내 매일 날씨에 이른바 ‘촉’을 세우며 살아야 했어요. 한밤중 빗소리에 놀라 깰 때도 많았고 휴가를 가도, 해외여행을 가도 날씨를 체크해야만 했어요. 기상 캐스팅을 위해서는 단 하루도 날씨에 대해 놓치는 부분이 있어선 안 되거든요.”
기상 정보를 챙기고 날씨 대본도 직접 쓰는 등 기상 캐스터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다. 방송이다 보니 발음과 발성, 표정 등에도 신경 써야 하고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해당 지역의 날씨를 가리키는 손놀림 하나에도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대전과 부산으로, 광주 찍고 다시 제주도까지 내려가는 손동작 하나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만 1~2년이 걸렸어요. 매일 새벽 3~4시까지 연습하는 데도 어색함을 쉽게 떨칠 수 없었죠.(웃음)”
기상 캐스터로 얼마간의 경력을 쌓은 후로는 방송사마다 거의 똑같을 수밖에 없는 기상 캐스팅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중에서 그녀가 주목한 게 바로 ‘패션’이었다.
보도 쪽 스타일리스트 대신 개인적으로 톱 여배우들과 일하는 스타일리스트들과 상의해 패션을 완성하곤 했다. 입고 싶은 브랜드가 있는데 협찬이 안 될 때에는 사비를 털어 직접 사기도 했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 하나를 하더라도 가장 핫한 유명 미용실을 찾았다.
단순히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허영이 아니라 최고의 모습으로 최고의 방송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그 노력들은 결국 ‘기상 캐스터 박은지’가 ‘방송인 박은지’로 변신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전직하기 전부터 그녀는 뉴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다. 지난해 MBC ‘댄싱 위드 더 스타2’에서는 화려한 춤 솜씨를 선보이며 색다른 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프리랜서 선언 후 그녀는 ‘MBN 끝장대결! 창과 방패’, ‘MBC 나는 가수다2’, ‘MBC 런던 올림픽 하이라이트 방송’, ‘MBC 대학가요제: 뮤지션의 탄생’ 등에서 능숙한 진행 솜씨를 선보이며 MC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는 MBC 시트콤 ‘스탠바이’에서 연기자로도 활약했다.
“사실 MC는 프리랜서 전직 전부터도 계속해 온 활동들인데 비해 정식 연기는 처음이다 보니 더 긴장한 것도 사실이에요. 적어도 ‘발연기’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행히 상대역인 유진 오빠가 많이 맞춰주고 부족한 데도 잘 받아주셔서 연기로도 크게 욕은 안 먹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웃음)”
최근에는 tvN ‘SNL코리아’에 등장해 섹시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콘셉트 자체가 블랙 코미디이기도 하고 또 워낙 망가져야 하는 역할들이라서 그 분위기에 잘 섞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재미있게 잘 표현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SNL코리아의 총책임자인 장진 감독님도 열심히 잘 해줬다고 칭찬해 주셨고요. 프로그램 방영 후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부쩍 늘었어요.”
그녀의 말처럼 시간이 갈수록 그녀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분야도 다양해 진행·연기·예능 등에서 자신을 나타낼 기회가 늘고 있다. 이런 기회들을 통해 그녀는 방송인으로서, 프로 방송인으로서 보다 단련된 모습들을 선보였다.
“날씨 정보를 전달할 때는 감정을 나타낼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방송을 통해 나타난 제 모습에서 도도하다거나 차갑다는 인상을 많이 받나 봐요.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모두가 의외로 털털하고 성격 좋다는 칭찬을 많이 하세요.(웃음) 그런 제 모습들을 방송에서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트콤으로 연기에 대한 감도 익혔고 선배 방송인들과의 공동 진행을 통해 배운 것들도 많다. 개그맨 서경석과 올림픽 방송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올림픽 방송을 하며 서경석 씨는 “조용하게 없는 듯 있다가 톡톡 튀면서 너의 존재를 알려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방송 때마다 그 말을 가슴에 새긴다. 김원희·이승연과 같은 MC가 되고 싶어
그렇다면 그녀가 롤모델로 삼는 MC는 누굴까. 그녀는 ‘이승연’과 ‘김원희’의 이름을 내놓는다. 공통점이라면 다들 토크쇼를 하면서 빼어난 진행 솜씨를 보인 여성 MC라는 점이다.
“이승연 선배님은 진행도 잘하시지만 연기도 잘하시잖아요. 그런 모습을 많이 닮고 싶어요. 김원희 선배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이시거든요. 제가 일부러 주변에다 선배님을 정말 좋아한다고 막 소문내서(웃음) 직접 뵙기도 했었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다. 도회적인 자신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커리어 우먼 역을 맡아 연기해 보고 싶다.
“최근 종영된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박시연 씨가 맡은 캐릭터도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언제고 기회가 오면 꼭 그런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연기와 진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 그것은 그녀가 바라는 진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진짜 목표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재미, 감동을 주는 방송인이 되는 것이에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채우고, 더 많이 노력해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방송인 박은지가 되겠습니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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