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절벽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도입된 각종 세금 감면 정책이 올해 말로 종료되고 정부 지출이 내년 초부터 자동적으로 삭감되면서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백악관과 의회가 올해 말까지 세법 개정과 함께 재정 적자를 줄일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연간 1360억 달러의 재정지출 감소와 5320억 달러의 증세가 이뤄져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 재계와 금융계는 재정 절벽이 현실화되면 미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며 정치권에 신속한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부자 증세에 합의하지 않으면 재정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공화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공화당에서도 이 같은 압박에 부자 증세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의 경제 교사 역할을 했던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경영대학원장)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미국이 재정 절벽을 피하려면 가장 먼저 고소득층의 세금 인상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결까지는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부자 증세에 대한 백악관과 공화당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부유층의 세제 혜택을 줄여 세수를 확대하는 데는 찬성할 수 있지만 소득세율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허버드 교수도 “소득 구간별로 매기는 한계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부자들에게 얼마든지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며 “모기지 이자와 기부금, 보험료 등의 소득 및 세액공제를 줄이면 된다”고 말했다. 증세는 ‘공감’…방법은 ‘제각각’
백악관은 부유층의 각종 세금 혜택을 줄이는 것 외에 소득세율도 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10%, 15%, 25%, 28%, 33%, 35%인 소득세 한계 세율 구조를 10%, 15%, 25%, 28%, 36%, 39.6%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앞으로 10년간 4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우선 1조5000억 달러의 세수 증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부부 합산 25만 달러)일 때 ▷소득세율 인상을 통해 4420억 달러 ▷소득공제 한도 축소와 자본이득세·배당소득세 인상 등 각종 세제 혜택 축소를 통해 9910억 달러를 10년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재정 절벽 협상의 4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우선 협상 불발로 재정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둘째, 양측이 부자 증세 방식과 복지 예산 재조정 등에 대해 빅딜을 성사시켜 재정 절벽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셋째, 빅딜에는 실패했지만 내년 초 자동적인 세금 인상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세금 우대 조치를 새롭게 내놓는 임시방편에 합의하는 시나리오다. 재정 절벽의 충격을 다소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상태를 6개월~1년간 연장하면서 협상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워싱턴(미국)=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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